우려되는 광중합 복합레진 보험 급여화

[긴급투고] 아동청소년은 치과주치의제와 연계 등 신중·정밀한 설계 필요

2014-11-06     김용진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제3차 중장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치과분야에서는 5개 항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이 광중합레진 충전의 보험 적용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는 물론 나도 광중합 레진이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 함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한꺼번에 다 레진을 보험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았다.

다른 비용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하고 치료효과가 좋은 재료로 대체가 가능하지 않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급여해야 한다는 게 건치 주장의 핵심 요지이다.

대표적인 것은 앞니라 할 수 있다. 앞니에 충치가 생기거나 이를 씌우지 않아도 될 정도까지 파절됐을 경우에는 광중합레진이 가장 좋으면서도 싼 재료이다. 다른 보험재료와 대체 가능하지도 않다. 이런 경우를 우선 보험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금니의 경우는 다르다. 보통 충치의 대부분은 자가중합형 글래스아이오노머나 아말감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심한 경우는 근관치료 후 이들 재료로 충전하고 보험이 안되는 보철을 해야 한다. 즉, 이런 경우는 광중합레진이 첫번째 선택일 필요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연령 제한을 둔다고 하더라도 모든 치아에 광중합레진을 보험 적용할 경우에는 (행위별수가제로 급여비가 지급되는 현실에서) 어느 치과의사가 굳이 수가가 더 높은 광중합레진으로 치료하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거의 100% 광중합레진으로 치료하게 될 것이다.

또한 광중합레진은 일반인이 보기엔 치아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약간의 변색이나 손상만 있어도 충치나 충전물 파절로 진단해 다시 치료하게 되는 과잉치료가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약간의 변색이나 손상은 약간 다듬는 정도로 충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예 치료가 필요 없는 초기우식이나 변색도 충치로 진단하고 구멍을 파서 떼우는 과잉진단도 늘어날 소지가 있다.

특히, 이렇게 되면 치아우식경험치아수(DMFT index- 충치가 현재 있거나 충치로 상실했거나 충치로 충전돼 있는 치아 수)는 당연히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보장성 확대로 레진이 급여가 되면서 오히려 구강건강 수준이 후퇴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광중합레진 보험적용은 신중하고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한 예로 대상연령을 아동청소년으로 제한한다면,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로 하게 되면 불필요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를 막을 수 있고 구강건강 수준도 향상된다. 되도록 초기우식은 교육과 예방으로 추가진행을 막을 수 있고, 치료도 가능한 비용효과적인 방법을 치과의사들이 선택하게 되고, 소득과 무관하게 무상으로 치료를 받아서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도 해소된다.

 
김용진(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 남서울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