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선의 사진기행] 참 좋은 울음터

2003-11-05     송학선

참 좋은 울음터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은 큰 녀석이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아리랑의 어느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글쎄다…. 너는 어느 대목이냐?”
“예 저는 송대장이 만주 벌판에 홀로 나가 목놓아 우는 장면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호곡장(好哭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강을 건너고 처음 만난 요동벌판.
정녕 처음 대하는 드넓은 벌판을 보고
연암은 이렇게 독백합니다.
“내 오늘에 처음으로, 인생이란 본시 아무런 의탁함이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돌아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사방을 돌아보다가 느닷없이 이렇게 외칩니다.
“아, 참 좋은 울음터로다. 가히 한번 울 만 하구나.”

몽골, 향기 나는 넓은 벌판을 처음 대하는 기분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