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프롬 사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캄보디아의 친구들 ⑬
2008-03-13 이동호
사원의 입구는 거대한 열대나무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곳은 사람이 출입할 곳이 아니라는 듯이… 게다가 입구부터 무너져내린 커다란 돌덩이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돌무덤을 이루고 있어서 따프롬은 처음부터 약간은 어둡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훼손의 주범은 전쟁도, 인간도 아닌 자연입니다. 담을 허물고 탑문을 부수고, 회랑 안까지 침범하여 도저히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나무들입니다.
불교를 숭상했던 자야바르만 7세는 어머니를 위해 지은 이 사원을 위해 막대한 물량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수천 명의 관리인과 무희들을 포함한 많은 고승들이 이 곳에서 화려한 불교왕국의 영예를 누렸다고 사원벽에 새겨진 기록들은 전하고 있지만 이제 이곳은 그저 밀림 한가운데 쓸쓸히 버려진 '화려한 폐허'일뿐입니다.
사원의 거의 대부분은 사람의 통행마저도 어려울 정도여서 우리는 이리저리 미로 속을 헤메이다가 겨우 동쪽의 탑문을 찾아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 보는 따프롬사원은 그저 숲 속의 작은 폐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 해질녁에 아무 정보 없이 이 사원을 찾아들어간다면 아마 그는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이다 빠져나오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