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의사 "광우병 위험 '무시할만한 수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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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의사 "광우병 위험 '무시할만한 수준' 아냐"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8.05.2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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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청와대 앞서 412명 선언 발표…고시 무기한 연기 및 재협상 촉구

 

미국산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각계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의사와 수의사들이 '국민건강을 위한 장관 고시 무기한 연기와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5일 오후2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의사·수의사 412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사명을 가진 의사, 수의사로서 요구한다"면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등에 대한 장관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국민건강보호와 국민을 이해시킬 결과를 내기 위해 즉각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체 도축 소 중 극히 일부분만을 검사하고, 더구나 대부분 30개월이 되기 전에 소를 도축하는 미국의 축산 환경에서 광우병에 감염됐으나 아직 증상이 드러나지 않은 잠복기의 소를 찾아내기란 어렵다는 것.
또한 의료시스템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미국의 현실에서 인간 광우병 증례가 검사 당국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최소 2년에서 길게는 30년에 이르는 것으로, 이는 앞으로도 새로운 증례가 발견될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라면서 "잠복기 상태인 인간 광우병 환자가 수혈을 통해 질환을 전파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지금까지의 증례는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접근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는 잠재적 발병위험성을 포함해 미국의 소 사료정책, 도축, 검역 시스템, 쇠고기 가공시스템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의사, 수의사 412인 선언
-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장관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부를 두고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정부는 주권을 포기한 일방적인 협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더니, 전국으로 번져가는 촛불의 열기에 밀려 취임 88일 만에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상황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송구하다는 표현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이제 사태는 일단락 된 것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담화문의 내용은 표현과 달리 송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쇠고기 수입협상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부 주장의 근저에는 이번 협상 결과로 수입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맹신이 깔려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광우병과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일명 ‘인간 광우병’)으로 확인된 예가 각각 세 건밖에 없다는 사실이 정부 주장의 주된 근거이다. 광우병 사례도 극히 적고 미국 쇠고기를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린 예는 현재까지 하나도 없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수역사무국도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로 판정하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담화문에서도 이러한 시각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의 광우병 소 발견 시스템과 인간 광우병 감시체계의 불완전함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언급되었다. 전체 도축 소 중 극히 일부분만을 검사하고 더구나 대부분 30개월이 되기 전에 소를 도축하는 미국의 축산환경에서 광우병에 감염되었으나 아직 증상이 드러나지 않은 잠복기의 소들을 찾아내기란 어렵다. 또한 의료시스템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미국의 현실에서 인간 광우병 증례가 검사 당국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2년에서 길게는 3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앞으로도 새로운 증례가 발견될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잠복기 상태인 인간 광우병 환자가 수혈을 통해 질환을 전파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지금까지의 증례는 단지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여부는 확인된 광우병 증례뿐 아니라 잠재적 발병위험성을 포함하여, 미국의 소 사료정책, 소 도축, 검역 시스템, 쇠고기 가공 시스템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20일, 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책으로 미국측 실무대표와 추가 협의한 한 통의 서신을 공개하였다. 요약하자면 향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양해를 받았으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의 특정위험물질 부위 중 일부를 추가로 수입제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유통된 이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다시 발견된다면 우리가 금지해야 할 것은 쇠고기 수입이 아니라 국민들의 헌혈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국이나 광우병 위험지역에서 일정기간 이상 체류하였던 사람들에겐 헌혈조차 금지시키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현실이다. 살다 온 사람도 위험한데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 함께 사육된 소는 안전할 것이라는 논리가 과연 성립될 것인가. 우리는 이를 통해 정부가 사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사후약방문 식의 안일한 대처이다. 30개월 이상 소의 특정위험물질 몇몇 부위를 추가로 수입제한 하겠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것도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원칙적인 가능성의 제기수준에서, 게다가 공식적인 협상문도 아닌 실무대표와의 서신을 제시해놓고, 이를 재협상을 대신한 보완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다. 22일 발표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핵심은 비껴간 채 변죽만 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정작 무엇이 송구스러운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은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다. 몰라서 하지 못한 것이든, 알고도 하지 않은 것이든, 이로써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그간의 오류에 대해 용서받고 이해받을 기회를 상실하였다.

이 사안은 그 어느 영역보다도 ‘사전 주의의 원칙(혹은 사전예방의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을 강하게 적용시켜야 한다. 생명과 건강에 관계된 문제는 확률로 따질 수 없다.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정부다. 피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필요한 위험을 끌어들여놓고 걱정되면 알아서 피하라고 하는 정부는 올바른 정부가 아니다.

우방국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은 역학적 위험성을 무시한 채 쇠고기를 나누어 먹고 함께 노심초사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내의 소 사육실태와 사료정책을 재점검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를 광우병의 발견을 위한 광범위한 조사를 시행함과 동시에, 유통과정을 엄밀히 감독하여 광우병의 세계적인 확산을 방지하는데 일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수입 식재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 제도를 더욱 강화하여 광우병 뿐 아니라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 또한 보장해야 한다.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였고, 그 위험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부족하였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원칙 없이 우왕좌왕 하였고, 이해 할 수 없는 이유로 협상 태도를 바꾸었다. 게다가 세부적인 협정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협상을 통과시킴으로써 전 국민적 저항을 자초하고야 말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사명을 가진 의사, 수의사들로서 요구한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등에 대한 장관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즉각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 앞으로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2008. 5. 25

의사 선언자
강영호, 강윤식, 강종문, 강충원, 강희주, 계원숙, 고경심, 고상백, 고창권, 고한석, 공수진, 공유정옥, 구본민, 권성실, 권영준, 권정기, 권정미, 권진영, 기명, 김건우, 김건우, 김경아, 김경일, 김광식, 김기락, 김기천, 김나연, 김덕원, 김동근, 김동은, 김명일, 김명희, 김문선, 김미, 김미정, 김민기, 김민호, 김범, 김병배, 김병준, 김봉구, 김상엽, 김상용, 김석환, 김선구, 김선미, 김선희, 김성아, 김성현, 김세휘, 김소영, 김수영, 김승섭, 김승열, 김신애, 김영준, 김영진, 김영찬, 김영태, 김옥주, 김용규, 김유호, 김윤, 김이태, 김인아, 김일수, 김일식, 김일회, 김정민, 김정범, 김정원, 김정은, 김정훈, 김종규, 김종명, 김종목, 김종진, 김주연, 김지환, 김진국, 김진석, 김창균, 김창기, 김책, 김철웅, 김철주, 김철환, 김태완, 김하경, 김해룡, 김현숙, 김현숙, 김현우, 김형섭, 김호영, 김화준, 나동규, 나백주, 나준식, 나현진, 남상진, 남순영, 남희태, 노상철, 노태맹, 노현호, 도경록, 류현철, 문상준, 문정주, 문지원, 민성준, 민영돈, 박강서, 박건희, 박경근, 박기수, 박미라, 박상규, 박성호, 박신실, 박영수, 박일성, 박정하, 박종헌, 박준명, 박지영, 박지현, 박지혜, 박철우, 박태훈, 박현주, 박형근, 배기영, 백남순, 백대현, 백도명, 백승종, 백인미, 백재중, 백한주, 사공필용, 사은희, 서영준, 서주현, 서지영, 서한길, 서홍관, 석교진, 성창기, 성호경, 손미아, 손신, 손지언, 손창호, 손홍석, 손효경, 송경준, 송관욱, 송광익, 송윤희, 송재석, 송지훈, 송혜정, 송홍석, 신경목, 신덕용, 신영전, 신인식, 신지연, 신현정, 심재식, 안기옥, 안소현, 양길승, 양동석, 양영모, 엄성현, 여상원, 염석호, 예호열, 오경현, 오원기, 오주환, 오차재, 왕준서, 우석균, 유영진, 유원섭, 유지연, 유택규, 윤간우, 윤경은, 윤범, 윤여운, 윤창호, 윤태호, 윤현배, 윤환중, 은상준, 이건창, 이경남, 이경종, 이문희, 이미옥, 이미지, 이상원, 이상윤, 이상이, 이석주, 이세일, 이숙희, 이승필, 이영문, 이영암, 이원영, 이윤정, 이은범, 이의철, 이인동, 이자호, 이재광, 이재명, 이재현, 이재호, 이정만, 이정화, 이종우, 이주영, 이준호, 이지련, 이진석, 이찬우, 이창원, 이채성, 이철갑, 이충열, 이충형 , 이현욱, 이현재, 이형화, 이혜은, 이혜진, 이화평, 이활연, 이훈호, 임광일, 임대성, 임도현, 임상혁, 임석영, 임선희, 임승관, 임정수, 임준, 임형석, 임형준, 임형진, 장소영, 장원기, 장원모, 장임원, 장혜영, 장혜정, 전경훈, 전대철, 전은수, 전인석, 전혜숙, 전혜숙, 전희경, 전희선, 정명훈, 정백근, 정상훈, 정선화, 정성훈, 정영옥, 정영진, 정우철, 정운용, 정은주, 정이은정, 정인호,정일용,정최경희, 정한일, 정해선, 정해원, 정현일, 정형준, 조규석, 조기옥, 조병식, 조선희, 조성식, 조성일, 조성진, 조수현, 조숙경, 조영리, 조은아, 조진행, 조현자, 조홍준, 좌경림, 주영수, 진재용, 차한욱, 채현욱, 최규진, 최민혁, 최영아, 최진성, 최태성, 최혜경, 최혜진, 추미애, 추호식, 하석효, 하성호, 하재혁, 하태국, 하태인, 한동로, 한상훤, 한애라, 허규열, 홍경표, 홍상의, 홍성철, 홍성훈, 홍승권, 홍정연, 홍창의, 황보영, 황상익, 황성수, 황성일, 황승식(이상 340명)

수의사 선언자
강종일, 고경만, 구종규, 권준호, 김광남, 김구용, 김기철, 김나라, 김배리, 김보현, 김성문, 김성준, 김연표, 김영섭, 김영철, 김종태, 김지형, 김진범, 김현기, 남건욱, 손병오, 박상표, 박소현, 박양호, 박종무, 박지영, 박창흠, 박현종, 양해용, 이광수, 이상관, 이승근, 이영락, 이원권, 이인기, 이해동, 이정현, 이한용, 임경수, 신다영, 신재현, 안정모, 양정윤, 오선경, 오세철, 오용관, 오일균, 유승현, 윤재원, 이상관, 임규인, 임창규, 장신일, 정순학, 정욱, 정유철, 정인성, 정인수, 조규만, 조명래, 조성진, 조숙랑, 주재엽, 천병훈, 최동진, 최인영, 최지영, 한규보, 허아정, 허지혜, 홍민기, 홍하일(이상 7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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