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주주중시경영이 M&A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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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주주중시경영이 M&A 막는다
  • 편집국
  • 승인 200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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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경제가 침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가 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경제학자들에게 묻는다면 십중팔구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꼽을 것이다.

남미 기업들이 정부 비호 아래 수입대체 산업에 몰두하면서 서서히 그 경쟁력 을 잃어갈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고 그 과정에서 갖게 된 기업경쟁력이 결국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러한 경쟁 원리는 상품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영자시장도 예외일 수는 없으며 이런 의미에서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저해하는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적대적 M&A의 위협이 없으면 지배주주나 경영자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기업을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본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될 것이고, 결국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마저도 저하시킬 것이기 때문이 다.

너무나도 자명해 보이는 이러한 논리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국내 모 간판 기업이 적대적 인수 위협에 노출된다는 야당과 재계 반대로 '계열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범위 제한' 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 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벌 계열의 금융보험사는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내에 있는 동일계열 비금융보험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주식 취득자금을 제공한 고객의 이익보다는 재벌 총수의 이익을 위할 가능성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2002년 1월 기존 입장을 수정해 계열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부활시켜 주었다. 즉 임원 임면, 정관 변경, 합병, 영업 양도에 대한 결의의 경우 다른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합해 당해회사 발생주식총수의 30 %까지 그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정부는 이번에 의결권 행사 범위를 다시 축소시 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그 동 안 30%까지 인정되었던 의결권은 매년 단계적으로 축소돼 2008년 4월 1일에는 15%까지 낮아지게 된다.

재계와 야당의 반대논리가 그럴 듯하지만 크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먼저 재계와 야당 주장과 달리 계열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더라도 적대 적 M&A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비록 외국인투자자 전체 지분은 높을지라도 단일 외국인투자자 지분이 적대적으로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높지는 않기 때문 이다.

적대적 M&A가 가능하려면 결국 여러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이어서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2를 확보하지 않으면 기존 이사를 해임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외국인투자자들이 연합해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정관 변경을 요구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지배주주를 축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지배구조만 개선하는 것으로 재계와 야당이 반대할 하등의 명분과 실리가 없다.

둘째 백 번 양보해서 의결권 제한으로 우리나라 모 간판 기업이 실질적으로 적 대적 기업 인수 위협에 노출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담당자들의 가장 지혜로운 정책 처방은 무엇인가. 적대 적 기업 인수가 불가능하도록 계열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부활시켜주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의결권을 제한해 적대적 기업 인수에 노출시키는 것이 타당한 가. 만약 경쟁 원리가 경영자시장에도 적용된다고 믿는다면 당연히 후자의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언제든지 이사회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배주주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높아진 기 업가치는 인수가격을 높여 결국 적대적 인수를 무산시킬 것이다. 즉 주주가치 경영을 통한 경영권 방어가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것이다.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경우와 제한시키는 경우 모두 결과적으로 적대적 인수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기업가치와 경쟁력이 저하되는 반면 후 자는 기업가치와 경쟁력이 제고된다.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고수한 우리 선배들의 지혜를 떠올릴 때 이번 국회가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김우찬(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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