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語) 달리자!] 건강한 사회 실현, 변하지 않는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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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語) 달리자!] 건강한 사회 실현, 변하지 않는 신념
  • 이희원
  • 승인 2008.07.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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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대장정] 3 - 이희원(건치 16대 공동대표, 광명성애병원)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면 대개는 개원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나에게도  그 외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기왕에 시작하는 치과의사라면 기본적인 자질도 갖추고 또 해보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 과정을 시작했다.

그것이 1981년 봄의 일이다.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의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이 시대의 모순을 타파하고자하는 모든 세력에게 뼈아픈 자기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요구하던 시기였다. 6·70년대 반 독재투쟁과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반성은 민족민주운동세력 내부에서도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 성격, 방향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지던 시기로 기억된다.

한국 사회의 변혁론에 대한 과학적 운동 이론과 실천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자기반성을 토대로 좌절을 극복하고 새롭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간간이 민족민주운동을 하는 종교계 등의 지인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전공의로서 학부시절에 못했던 전공공부와 환자를 보는 등 일상 속에 매몰되어 지내고 있었다. 적어도 이듬해 같은 의국에 대학 후배가 오기까지는 그렇게 전공 공부를 하는 외에는 패배주의적 사고와 무력감 속에서 지냈던 것 같다.

그 시기, 그 후배와 그 동료들은 전문지식인인 치과의사로서, 전문지식인 운동, 부문운동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었고, 모험주의적 운동을 뛰어넘어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참으로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시작으로, 대학시절의 민주화 운동세력이 비공식적·비공개적인 활동을 하게 되고, 이 모임은 '87년 6월 항쟁의 공간 속에서 이 땅에 '건강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 더불어 실천하는 의료인'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를 창립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여년의 건치역사 속에서 출범당시의 이 목표를 굴절시키거나 변질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단 한 번도 집단 이기주의적입장에서 어떤 주의나 주장을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건치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지금 한국의 의료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의료를 산업화하고 민간의료보험과 영리병원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그간 건치가 주장해 온 의료보장의 강화와 의료 공공성 강화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확인하고 보장할 책임이 있으며,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인 것이다. 적어도 의료에 관한한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쉽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건치 창립 20주년, 건치가 창립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얼마나 했는지 새로운 성찰이 요구되며, 위기에 처한 한국의료의 현실 속에서 건치의 역할과 책임이 다시 부각되는 중대한 시점이다.

이 땅에 '건강한 사회의 실현'이라는 그 목표가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건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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