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인터뷰]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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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인터뷰]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3.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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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환자는 보건의료의 주체”


▲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
보건의료운동 역사의 산증인

“보건의료의 주체는 의료인만이 아닙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공동의 주체입니다.”
지난 4월 26일 출범한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강세상) 조경애 공동대표의 확고한 신념이다.

건강세상은 95년 발족한 의료보험통합연대회의와 이의 성과를 바탕으로 99년 7월 발족한 노동자·농민·시민단체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의 상설적 연대체인 건강연대의 후신이다. 시민사회 보건의료운동의 맥을 계승하고, 참여정부 시대 발전한 형태로 보건의료운동을 풀어가기 위해 탄생한 조직인 것이다.

“6월 항쟁을 거치면서 건치, 인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장애우 진료 같은 봉사활동이나 대정부 투쟁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죠. 94년 의보통합운동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보건의료운동이 ‘실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랜 군사독재정권의 억압에 억눌렸다 6월 항쟁으로 피어난 보건의료운동의 맹아가 의보통합운동으로 비로소 ‘실천’ 단계에 올라섰고, 지금은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조경애 공동대표는 본격적인 보건의료운동의 신호탄을 울린 의료보험연대회의 출범과 함께 보건의료운동의 길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 뒤 건강연대 사무국장을 거쳐, 지금은 시민·환자들의 대표조직인 건강세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 보건의료운동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환자에서 환자 권리 지킴이로

80년대 조경애 대표의 삶은 386세대 운동권 모습의 전형이었다.
깡마르고 외소한 외모, 그래서 쉽게 떠올리긴 힘들지만,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다 철창신세도 몇번 졌단다. 졸업 후엔 물론 노동 현장에 투신했고, 치열한 노동운동가의 삶을 살았단다. 하지만, 80년대 노동운동가의 삶 속엔 항상 수배와 감옥이란 검은 그림자가 따라 다니는 법. 치열한 노동운동의 삶이 그에게 가져다 준 건 ‘위암 판정’이었다.

“오랜 수배와 감옥생활로 심신이 많이 허해졌죠. 거기다 수배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겹치다보니 위암이란 불청객이 찾아오게 된 거죠.”

하지만 다행히 초기였단다. 그래서 수술을 받고 1여 년간의 투병생활을 거쳐 건강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노동운동가가 아닌 보건의료운동가의 삶을….
“투병생활을 하면서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당시 우리 사회는 커다란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군사독재정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며,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구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분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 그가 보건의료운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길게 보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야 겠다”는 판단이었다.

“사실 전에는 ‘환자의 권리’가 어떠니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처음으로 암 투병을 하고 환자가 돼 보니 우리나라 환자들의 현실이 어떠한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죠.”
그러나 그 막연했던 환자의 느낌은 10년이 지난 지금 ‘환자는 보건의료의 중심주체’라는 환자 권리 지킴이의 확신으로 변해있었다.

‘실천’ 단계에서 ‘중심’으로

“건치 등 보건의료단체들이나 보건의료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들이나 ‘의료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싸움을 위해 연대하긴 처음이었어요. 5·18이나 통일문제를 가지고 싸우자면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모든 게 생소하기만 했죠.”

조경애 대표가 의보통합운동을 벌일 당시를 회상하는 것을 들으니,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이 떠오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이랄까? 소위 난다 긴다 하는 단체의 대표 수 십 명이 ‘통합의 논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끙끙대며 며칠 밤을 세웠단다. 수많은 외국 의료보험제도 연구와 우리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 분석,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의료보험제도 연구 등등.

그러나 초창기 이러한 노력과 단일분야로는 최대의 연대의 폭(전국단위 조직 포함 77개 단체가 의보통합연대회의에 가입), 몇 년에 걸친 끈질긴 싸움 끝에 마침내 99년 1월 6일 건강보험 조직과 재정을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의료보험통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와 투쟁의 성과는 비단 이것으로 그친 게 아니다.

“의료보험만이 아니라 ‘건강권’ 전반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대두됐듯이, 의약분업의 올바른 정착이나 건강보험재정 위기 극복, 공공의료 강화,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등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상설적 연대체인 건강연대를 99년 7월에 만들어냈다. 건강연대는 지난 3년 동안 의약분업, 건강보험재정 위기와 극복 등 사회 이슈화한 보건의료 문제들에 대해 시민과 환자들의 관점을 대변해 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조직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조경애 대표는 “이제는 의료제도 뿐만 아니라 시민과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대응하고 나서야 한다”고 밝힌다.

그 주체가 바로 가난해서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차상위계층, 돈이 없어 글리벡을 못사 먹어 죽어가는 백혈병 환자들, 이동조차 제대로 못해 고통받는 장애우 환자들, 지금은 멀쩡해도 언제 이들과 똑같은 신세가 될 지 모르는 예비환자인 대한민국 국민 모두…. ‘건강세상네트워크’그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보건의료운동단체이다.

시민·환자는 의료의 주체

“지금까지 보건의료운동은 단체가 중심이 된 의료제도 개혁이 중심이었고, 이의 성과로 시민이 의료의 주체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시민 개개인이 ‘건강’의 주체로 전면에 나설 때이고, 이것이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출범 의의입니다.”
출범하긴 했는데, 할 일이 많아 걱정이 태산이다.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사회적 연대활동, 환자·의료소비자 권리 확보를 위한 활동, 소수자·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문제 해결, 건강한 환경을 창조하기 위한 시민참여활동 등등. 크게는 지향하는 활동이 위 네가지지만, 하나하나 들어가 보면 할 일은 끝이 없다.

회원은 어떻게 확대할 거냐고 물으니, 백혈병환우회 등 각 질병을 중심으로 꾸리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을 찾아다니며 ‘질병’ 차원을 넘어 ‘환자 권리’를 중심으로 묶어 나가겠단다.
“아픈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건강세상을 만들겠다”는 조경애 대표. 그가 시민·환자 권리의 지킴이, 국민 건강권 실현의 선봉장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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