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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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을!’
  • 조혜원 기자
  • 승인 2008.08.13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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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일 천막농성·죽음을 무릅쓴 64일의 단식투쟁에도 ‘사측 외면’

가산디지털단지역 기륭전자 앞에는 벌써 1086일 동안 천막이 거치지 않고 있다. 부당해고를 당한 파견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늘도 농성을 진행 중인 것이다.

정부의 개입을 통한 사측과의 교섭도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사측은 ‘간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을 뒤엎기도 했다. 목숨을 건 단식농성도 64일차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사측은 벌금 500만원만 내고 책임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성을 시작한 1086일,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디지털 시대엔 해고도 ‘핸드폰 문자’로?

2005년 4월. 기륭전자 파견직 근무자 윤모 씨는 인력업체로부터 한 통의 핸드폰 문자 메세지를 받았다. ‘문자 해고’였다. 해고 사유는 ‘근무시간의 잡담’이었다. 이외에도 사측은 잡담, 조장에게 말대꾸, 과로로 쓰러지는 사유 등으로 무단해고 통보를 서슴지 않았다.

기륭전자는 300명의 생산직원 가운데 정규직이 15명, 직접 고용계약직이 35명, 파견직이 250명. 상여금 지급 또한 700%, 400%, 0% 순이었다고 한다. 파견직은 계약직을 동경하고, 계약직은 정규직을 갈망한다.

파견직들의 평균 잔업시간은 월 90시간이며 120시간 잔업을 해야 실 수령액 ‘98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최저 임금과 더불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생활해 왔으며, 그러던 중 부당한 해고 통보까지 받게 되자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불법 대량해고! 대가는 ‘벌금 500만원’이 끝?
 
하지만 기륭전자측은 대량 해고를 강행했다. 노동부와 검찰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사측은 벌금 500만원을 무는 것으로 법적 책임을 다했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법고용을 진행한 기업들이 ‘벌금 500만원’ 형에만 그치는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이들이 불법적으로 파견된 파견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형식상 사용업체가 인력알선업체에 불과한 파견회사들이므로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용사업주는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농성이 천일을 넘어서자 지난 6월 서울시와 노동부가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 노사는 자회사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1년 뒤 직접 고용한다는데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며칠 뒤 합의를 뒤집었다. 이유는 ‘차장급 이상 간부 90%이상이 반대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날부터 조합원 10명은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길어진 농성 끝에 현재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김소연 분회장과 유흥희 씨가 남아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무책임한 사측과 정부는 해결책 마련해야…

이들의 싸움이 길어짐에 따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를 비롯한 각종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 가산디지털단지역 기륭전자 앞에서 ‘기륭전자 사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온갖 탈법을 통해 서슴없이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는 기업의 비윤리성과 살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기륭전자측은 성실히 교섭에 임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정부와 국회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단식 64일차 ‘쓰러져도 투쟁은 계속된다’

연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회적으로 기륭전자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여당과 기륭전자는 외면하고 있으며 또 한 번의 결단이 필요해 오늘 이 시각부터 효소와 소금마저 끊겠다”며 “물만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알 수 없지만 기륭전자가 결단할 때 까지 가겠다”는 김소연 분회장의 서문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이상윤 정책위원은 “이미 오랜 시간 단식을 진행하면서 수분부족으로 인해 뼈와 근육의 영양소가 파괴돼 있다”며 “수분감소를 통한 혈액 순환의 어려움으로 이들의 심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폐에는 물이 차 있는 상태”라며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덧붙여 이 위원은 “의학적으로는 이들의 생존상태를 설명하기 힘들며, 정신적인 힘에 의해 생명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두 사람은 현재 30kg대의 체중으로 정상체중의 20%나 부족한 몸무게로, 소금과 효소마저 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생명이 위험한 상태임을 알렸다.

또한 “이들은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몸을 도구화 하여 사태해결을 위해 싸우는 중이다.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는 이들만의 고통이 아닌 이 사회의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영구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양극화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고용, 계약, 해고의 자유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대책위 송경동 위원장은 “뉴코아 이랜드, KTX, GM 대우 비정규직도 모두 같은 문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를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 이 시대 많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각 시민단체들의 직접행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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