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계 뒷풀이문화 자정노력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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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계 뒷풀이문화 자정노력 ‘큰 성과’”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8.08.22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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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폭력 사건 4년여 법정공방 마친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문경숙 회장

 

“치계에 올바른 성윤리가 정착돼 가는 과정이었다고 할까요. 왜곡된 뒷풀이 문화와 성의식을 스스로 정화하는 분위기가 치계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죠”

지난 2003년 단국대 성폭력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협)와 단국 치대 신승철 학장 간의 기나긴 법정공방이 끝난 뒤, 소송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던 치위협 문경숙 회장이 짤막한 소회를 털어놨다.

▲ 성폭력 사건 관련 지난 4년여간 계속된 법정 공방의 소회를 털어놓고 있는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문경숙 회장
길고긴 법정 다툼은 신 교수가 치위협의 성명서 발표를 문제삼아 제기한 명예훼손에 대해 법원이 “성명서 발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치위협의 승리로 끝났고, 또한 신 교수가 피해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 피해학생에게 2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4년여간 계속됐던 법정공방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문경숙 회장은 “이 긴 시간이 치계 내 성 인식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과정이 힘들었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지난 4년 여의 시간은 치위협이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더욱 굳건한 울타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고, 협회를 중심으로 한 회원들의 권리의식도 매우 높아졌다.

“성폭력을 예방 조치할 수 있는 협회 차원의 바운더리를 마련했고,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또 회원들도 회원게시판을 통해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되고…우리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회원과 협회가 함께 성장해 온 시간이죠”

“딸 같은 학생들의 거짓 증언, 가장 상처”

4년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여전히 가해자 위주의 사고로 질척대는 재판과정이었을까. 아니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에서 만난 소송 상대였을까?....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떠올린 몇 가지 예상답변은 완전히 빗나갔다.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을 알면서도, 자기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사실을 말하지 않는 치과위생사 대학원생들 볼 때 제일 힘들었어요. 다 내 딸같은 애들인데.....”
이 얘길 꺼내며 한동안 먼 곳을 바라보던 문 회장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해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딸과 같은 우리 회원들을 지키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딸과 같은 이가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 볼 때 심정이 어땠겠어요. 정말 답답하고 가슴 아팠죠. 그게 제일 힘들게 남아있어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문 회장은 집에 가압류가 들어와 가족 모두가 고통을 겪어야 한 적도 있었고, 법원, 경찰, 검찰을 내내 돌아다니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딸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회원들의 거짓 진술이었다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성폭력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들의 범죄로 인식되기 보다 여성 피해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남성 위주 사고로 해결되고 있었고, 대학사회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과 더불어 동료 교수 감싸기에 급급한 문화도 우리가 힘겹게 싸워야 할 대상이었으니까요”

“임기내 성폭력 예방 법·제도적 장치 마련 ‘숙제’ 해결”

4년여 간의 싸움은 끝났고, 법은 치위협의 정당한 대응에 손을 들어줬다.

“피해 학생들이 많이 밝아졌고,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전국 회원들의 용기와 자존심을 지키고, 치과위생사의 권익을 찾은거죠. 그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문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 나는 날까지 이번 사건의 후속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치계 성윤리가 바르게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에서 출발해 임기 내에 ‘치과위생사 윤리학’ 출판을 비롯해 성폭력에 관한 대처법 교육을 보편화 할 계획이에요. 또한 윤리위나 TF팀을 구성해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 남은 임기내 목표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서, 치과위생사들의 어머니로서 이번 성폭력 사건 해결에 열과 성을 다해 온 문 회장은 여성들이 권익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은 일은 옳은 일이고, 옳은 행동이면 그 무엇을 막론하고 옳다고 할 수 있어야겠죠. 스스로 권익을 지키고 보호해 나가고, 한 인간으로서 또한 치과위생사로서 인격을 지키기 위해 옳은 일에 큰 목소리를 내며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인품의 치과위생사가 됩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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