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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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랑켄슈타인!
  • 이주연
  • 승인 2003.06.0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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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다이제스트 문고판으로 읽었던 ‘프랑켄슈타인-메리셸리 작, 1818’ 완역본이 나왔다.제네바의 한 과학자가 시체를 가지고 조립해 낸 괴물 앞에 창백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완벽한 생명체를 탄생시키려던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자기 안의 지식과 야망, 광적인 충동이 빚어낸 결정체가 보기에도 흉측한 괴물임을 깨달았을 때, 프랑켄슈타인은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몸져 눕는다.

괴물 역시, 사람들 눈을 피해 다닌다. 어렵게 인간의 언어와 교양을 익힌 괴물은 인간에게 다가가려고 하나 아무도 받아들여주질 않는다. 버림받은 상처로 잔인해진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어린 동생을 죽이고, 하녀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처형당하게 한다.

프랑켄슈타인과 대면한 괴물은 자신과 사랑을 나눌 여자괴물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완성 직전의 여자 괴물을 파괴하고,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친구와, 신부를 죽이고, 아버지마저 충격으로 돌아가시게 만든다. 프랑켄슈타인은 남극 극지점까지 괴물을 쫓다가 죽고, 괴물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완역본을 다 읽고 난 뒤에도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은 서로 혼동된다. 메리 셸리는 괴물에게 다른 이름을 주지 않았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내면(무의식)에서 탄생한 ‘그를 닮은 가장 추악한 일면’이기 때문이다.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자아)에게서 유래된 괴물(타자)간의 갈등의 원인과 극적 파멸을 그리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추한 괴물을 외면하나, 괴물은 인정받기를 원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지식과 명예를 추구하나, 괴물은 불행과 모멸감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괴물도 인간들과 따스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길 원하나, 인간들은 괴물에게 해를 입을까봐 두려워 침을 뱉는다. 인간의 두려움속에 괴물은 점점 사악해지고, 악마적인 승리감에 도취된다. 인간과 괴물은 쫓고 쫓기는 관계를 반복한다.

살아있는 한 인간에게 공포는 본원적인 것이다.

어릴 적 난 전쟁이 터져 엄마, 아빠를 잃게되는 꿈을 반복해서 꿨다. 고등학생 때는 시험치는 꿈을, 대학생 때는 백골단에게 잡혀가는 꿈을 꿨다.

요즘은 꿈은 잘 꾸지 않지만, 가끔 아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차량 앞에서 몸이 굳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형편없이 살이 찌고 별 볼일 없이 늙어버릴까봐,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를 잃을까봐 두려워한다. SARS 등의 전염병에 걸리거나 전쟁이 일어날까 하는 것들은 9시 뉴스에서도 떠들어주는 상식적인 걱정거리들이다.  메리 셸리는 21세기가 인간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세기가 될 것임을 소설을 통해 예견하고 있다.

‘최후의 인간’(메리셸리, 1826년 작)에서는 21세기에 인류가 전염병으로 전멸하고 단 한명의 생존자가 남아 ‘끝없는 대륙인 동양의 파괴와 서구의 황폐함’에 눈물을 흘린다.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유전자복제와 같은 과학의 오용이나 환경파괴, 악의 축으로 타자를 규정하고 끊임없이 전쟁을 유발하는 사람들에게 파멸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나’로부터 유래된 괴물은 거세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실존적인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괴물과의 심오한 대면을 외면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일까. 메리 셸리의 여성 고딕문학을 기점으로 괴물과의 대화는 문학의 전통속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중생활이나, ‘제인에어’의 다락방여자,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 박완서 선생조차도 죽기 직전의 오빠의 영혼으로부터 놓여나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괴물은 인간의 불안과 불행감뿐만 아니라 운명을 개척해나가려는 의지속에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그땐 한번 외쳐보리라.

안녕,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이주연(세브란스 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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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9 14:42:13
프랑켄슈타인이 여성과물을 파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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