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語) 달리자] 여름, ‘열음’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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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語) 달리자] 여름, ‘열음’의 계절
  • 고병년
  • 승인 2008.09.02 10: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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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대장정]11 - 고병년(전남 87졸, 건치 대충지부 총무)

 

어! 하다 보니 가을입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정신없는데 조금만 큰 틀로 바라보면 그때가 어떻게 지냈는지 조차도 신기할 정도로 먼 기억 속에 일이 되버려있습니다.

지난 여름 다들 몹시도 덥다고 아우성들이었습니다. 장마기간에 때 맞춰 오던 비조차도 구경할 수 없었고 그러기에 더욱더 푹푹 찌고 짜증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최첨단을 자랑하던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조차도 어르신네들의 육감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우스꽝이 되버렸던 지난 여름 주위의 여러분께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저는 항상 비슷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왜 이렇게 더울까요?”

한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더울 수밖에 없었는데 다들 너무 어려운 얘기만 하는 것 같더군요. 늘상 더워야 되는 계절 여름, 그래서 덥지요. 하지만 그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 낼 방법을 잊은 게 더욱더 덥게 만든 것은 아닌지. 무슨 말이냐 면요 여름은 이름 그대로 열음을 기본으로 하는 계절이겠지요. 그래서 여름 아닐까요? 한데 닫고 사니 덥다는 말입니다.

여름이란 계절이 원래부터 활짝 열고 많은 것 받아들이고 서로가 나누고하는 그런 시기입니다. 자연에서건 사람에서건 모두 공통적으로 그래야만이 갈무리하고 충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을이 풍요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크게 활짝 열수록 많은 것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지혜일 것입니다. 나도 열고 너도 열고 모두가 연다는 것, 이것은 자연스런 소통을 만들고 그래야 바람이 통하고 물류가 통하고 생각이 통하지요.

그렇게 사계절 중에 가장 왕성하게 소통을 해야 잘 보낼 수 있는 지난 여름을 우린 참으로 답답하고 꽉 막히게 보냈으니 아니 더웠으면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

소통의 길을 찾으라는 촛불의 도도한 흐름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눈 감고 귀 막고 먼 산 만 쳐다보고 있는 장벽으로 결국 지난 여름을 한증막 속으로 곤두박질 치켜 만들었지요. 남이야 동의하든 말든 이것이 유난히 더웠던 그리고 하늘만 쳐다보고 예보하던 기상청으로선 도저히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지난여름의 날씨 변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저 만의 생각입니다.

1년을 봐도 그렇듯이 나의 삶에도 사계절이 있지요. 지금은 여름이 지나 오늘의 이 하늘처럼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있습니다만 난 얼마나 내 삶의 여름을 열고 사는 시기였나 생각하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라도 사람구실 하는걸 보니 건치라는 창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이 내 삶의 여름을 열뜨게 보내지 않고 편협과 아집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오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저는 행운아이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만고의 진리는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여기에서 나오는 사회라는 의미는 지극히도 자의적으로 각자의 기준에 맞는 고무줄적 사회로 인식 하는 게 어찌 보면 우리가 그만큼 나약했고 불안전한 존재임을 아무리 감추려 해도 빠져나오는 뱃살처럼 우리의 속성이 아니겠나 합니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는 사방을 둘러봐도 없겠지요 손바닥만한 창부터 애초에 담이 없는 상태, 붉은색으로 덪칠된 유리부터 투명한 자연색 그대로의 창까지 나만의 소통의 문은 어떤것인 가가 중요하겠지요.

여름은 뜨거운 햇살과 쏟아지는 비와 뒤흔드는 바람이 어우러져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 다른 곳으로 고루 나누고 퍼지게 해 각자의 역량에 맞는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기초를 주는 계절 이였다면 가을은 그동안 받아들이고 나누었었던 것을 농축시켜 보다 달고 보다 튼실하고 알찬 열매를 맺는 계절이라면 가을에 접어든 내 삶에도 알토란 같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라도 보다 더 성찰하고 차분히 내공을 쌓는 시기가 되어있으면.......

그래야 서로 나눠주고 나눠 먹을수 있는 늦가을과 겨울의 풍요로움이 보장되니까요! 그러고보니 소통이 없어 무던히도 더웠던 여름이 이 가을의 열매 또한 쭉정이로 이어져  혹독한 겨울을 맞지나 않을지 무척이나 가슴 아려 오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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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기자 2008-09-04 02:35:58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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