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서 재벌 편든 의원들, 알고 보니 과장,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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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에서 재벌 편든 의원들, 알고 보니 과장, 실수
  • 편집국
  • 승인 200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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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분 1%가 7천억원에서 7조원으로 둔갑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18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정위 초토화'와 '재벌, 특히 삼성 편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과욕을 부린 탓인지 국정감사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사실왜곡과 실수까지 빈발했다.

'7000억원이 7조원'된 삼성사랑

이 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나름의 '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공정위 때문에 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이한구 의원의 총론식 공정위 성토에 이어, 김정훈 의원은 각론을 통해 공정위를 압박했다. 김 의원은 "출자총액제한 대상 329개 기업 가운데 출자여력이 사실상 소진된 기업이 69%나 된다"면서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투자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김정훈 의원의 지적은 경제신문 등 보수언론에서 '기업투자 막는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박자료를 통해 "기업규모(자산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출자여력이 작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당초부터 출자한도가 100억원 미만인 기업이 192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 남경필 의원은 노골적으로 삼성그룹을 대변했다. 남 의원은 <삼성 내부자료 인용>이라고 표기한 자료를 근거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가 적대적 M&A에 노출됐다"면서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15% 높이면 결국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가능성과 관련해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가능성이 적다"면서 "우리 나리에도 5%룰, 자기주식 취득 등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삼성전자 지분 1%를 취득하는데 7조원이나 들고, 5%룰은 강제규정이 아니며 외국인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적대적 M&A 가능성이 우려할 만한 수준임을 부각하기 위해 남 의원이 예로 든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증권거래법 상 상장회사 지분 5%이상을 취득할 때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5%룰'은 의무규정이고, 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자사주 1%를 취득하는데 드는 비용도 7조원이 아니라 7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이나 삼성생명이나 남의 돈은 마찬가지"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삼성생명의 의결권 행사 제한을 비교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고 따졌다. 유 의원은 "국민들이 내고 싶지 않은데도 강제로 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허용하면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삼성생명의 의결권은 왜 금지하느냐"고 따졌다. "그건 성격이 다르다"는 강 위원장의 답변에 유 의원은 "국가금융이 더 나쁜가, 재벌금융이 더 나쁜가"라며 "삼성생명이나 국민연금이나 자기 돈 아닌 건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유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승희 참여연대 기획실장은 "국민연금은 기업지배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지배구조도 사기업과 다르다"면서 "투자자로서 주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고객돈을 이용하는 것을 같이 놓고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 가운데는 신학용 의원이 "적대적 M&A에 대비해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차등의결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차등의결권제는 대주주에게 보유 주식의 수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주는 제도로,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다. 이와 관련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특정 사기업에 대한 특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일정 조건이 전제된다면 개방적 논의가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삼성그룹 막강 로비" 주장도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삼성편들기는 삼성그룹의 왕성한 로비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국감장에서 제기됐다.

문학진 열린우리당 의원은 "삼성에게 전방위 로비를 받은 것처럼 국정감사에서 일방적으로 삼성을 두둔하는 의원들이 있다"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자 삼성에 재직하는 고교 동창이 수십년 만에 연락을 해왔다"며 삼성그룹의 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문 의원의 발언을 망언이라며 규탄했다. 유 의원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완화를 주장하면 다 삼성 로비를 받은 것이냐"며 지난 10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 당시 한나라당의 행태를 비판한 참여연대의 '차떼기당의 결초보은'이라는 제목의 성명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장흥배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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