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語) 달리자] 스무살 나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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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語) 달리자] 스무살 나이에는
  • 신명식
  • 승인 2008.09.25 22: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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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대장정]13 - 신명식(서울 87졸, 푸른 치과)

 

둘째 아이가 대학엘 들어갔다. 지금부터 햇수로 꼭 30년 전 내가 그 나이의 촌놈이었던 것처럼.

그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서 내려오는 기차에서 한 50대 아저씨와 붙었단다. 믈론, 말로 붙은 거랜다.
 
사연인즉, 이 아저씨 앞좌석에는 제법 예쁜 아가씨 둘이 앉아 있었다는데 서울서 출발한 기차가 수원을 지날 때쯤부터 입석으로 서 있던 이 녀석이 보니 다리를 일부러 길게 뻗어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는 것이다. 참고 참던 아가씨들이 천안쯤에 와서는 조용히 항의를 한 모양이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오히려 자기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고, 자기도 또래의 딸이 있는 사람인데 어른한테 함부로 막말을 한다고 언성을 높여 역성을 내더라는 것이다. 성질 급한 고삐리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단다.

"아저씨, 수원서부터 제가 봤거든요. 사과하세요"
 
"아니, 어린 녀석이 건방지게 어른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 너 어디서 배워 먹은 버릇이야. 니네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키데?"

그래서 그랬단다.

"예,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요. 그지 같은 꼴 보면 참지 말라고. 참는 놈도 나쁘지만 모른척하는 놈은 더 나쁜 놈이라고요. 왜요"

씩씩거리고 집에 들어온 녀석, 애비한테 으쓱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한참동안 엄마의 위험사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실증적인 설교를 들었지만.

그런데, 요사이 내가 고민이다. 그렇게 가르키긴 가르킨 모양인데, 애는 성년이 되고, 세상을 새로 대하고 이해하며 때론 분노하는데…. 하기는 뭘 얼마나 했다고, 치과의사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모르쇠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모른척 하다 보니 정말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져 버린 것은 아닌지……

하기사, 다 큰 애한테 지금도 똑같이 이야기 한다면, 이제는 자식한테도 철없고 세상물정 모르는 애비가 되는 것인가……

고민이다. 고민이다. 철들어 나이 오십에 세상이치를 깨달은 애비로 사는 일이 고민이다.

30여년전 우리들 나이처럼 상큼한 잔디밭에 막걸리 잔을 옆에 놓고 함께 읽었던 책과 그리운 사람들… 재신, 원범, 형돈 그리고 한 해 뛰어 정희태, 김욱동, 정효경 등등…

지금은 나만큼 미덥지 않은 황석영과 그의 소설 '아우를 위하여'… 이제는 그 나이가 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 시절을 돌이켜 본다.

'추운 겨울, 얼어 죽은 거지 한명도,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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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9 12:14:02
욱동이 효경이는 가뜸 봤다지만
또 원범이 형돈이 명식이는 반가운 글로 만났다지만....
희태 재신이는 죽었니? 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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