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노동자들에겐 '덫'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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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노동자들에겐 '덫'이 될 것
  • 편집국
  • 승인 200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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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향한 질주, 정부는 비정규직 법안의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기어이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려는가? 현재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도 모자라 100% 비정규직 세상에서 다같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고통 받으며’ 살아가라는 것인가?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차별을 금지하며, 비정규직이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것은 막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주술은 결국 사이비 종교의 사기극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관련 법안(「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등에관한법률 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차별을 유지 심화시키는 것이다. 정부안은 본질적으로 비정규직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현행 정부안은 3년 이내에서는 기간제 비정규직을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간제 노동자가 거의 무제한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파견법상 대상 업무의 사실상의 전면 자유화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조장하는 것이다. 더욱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상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다.

정부안은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초과근로 수당 지급,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개별적 사후적 권리구제 도입 등 일부 생색을 내고 있지만 결국 비정규직의 축소와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론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 노동자들에게 정부안은 ‘취업’을 미끼로 빠져나올 수 없는 비정규직의 ‘덫’을 놓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이러한 규제완화를 일부 서구국가의 예를 들어 ‘세계적 추세’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미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빈곤의 노동을 견뎌내야 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다.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내 월급이 결정되고, 파견기간 끝나면 정규직화는 언감생심이고 해고를 당하는 현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다. 다이어트는 비만을 고치기 위한 것이지 영양실조에 걸린 한국의 노동자에게 필요한 처방이 아닌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은 단순히 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확산, 고착화로 인해 임금노동자의 소득 분배구조 악화와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며, 결국 한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먼저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투자·고용·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확대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가진 자들의 장작불 축제를 위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의 아궁이에서 밑불조차 빼어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러한 절박한 현실이 있기에 이미 많은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정부의 입법안에 대하여 우려와 중단의 뜻을 표명하였음에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절망을 향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사회적인 공론에 맞서 노동법을 개악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부는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것인가? 만약 우리가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절망의 끝에 와 있는 한국의 노동 현실은 더 이상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것이다. 오만과 독선의 정부에 맞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틔어내기 위하여 우리는 굳세게 연대하여 행동할 것이다. 또한 우리들의 행동은 정부의 개악안이 철회되고 비정규직 사용제한과 권리의 보장을 위한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절망을 향한 질주를 중단하여야 한다. 참여정부는 지금이라도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론을 정부의 노동정책에 ‘참여’ 시켜야 한다.

비정규노동법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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