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이 아니라 노노갈등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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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이 아니라 노노갈등일 뿐"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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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대치과병원 이재봉 교육연구실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윤영규, 이하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지부장 김애란, 이하 병원지부)가 서울대치과병원(이하 치과병원) 장영일 원장을 서울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치과병원 노조갈등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병원지부 측은 “치과병원 측이 어용노조를 사주해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고, 치과병원 측도 “치과병원 단독노조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치과병원 내 병원지부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치과병원의 노조갈등 문제는 향후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치과계에선 오랜 숙원이었던 치과병원 독립법인화의 첫 출발지가 노조문제로 얼룩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나머지 10개 치과대학 병원의 독립법인화를 견인해주는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보에서는 하루 속히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치과인들의 심정으로 서울대치과병원 이재봉 교육연구실장 인터뷰를 통해 노조갈등 문제의 현안을 짚어본다.
애초 본 보는 장영일 원장의 인터뷰를 계획했으나, 이와 관련한 전권을 위임했다는 치과병원측의 양해 요청으로 이재봉 실장을 인터뷰 하게 됐다. 아울러 아래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대치과병원 개원기념식 당시 이뤄졌던 기자브리핑 내용과 이에 대한 병원지부의 입장을 바탕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진 것임을 밝힌다. 단, 취재상 어려움으로 단독노조설립추진위원회 측의 입장은 아쉽게도 담지 못했다.

또한 민감한 사안임에도 본 보 단독인터뷰에 응해준 이재봉 실장에게 깊은 감사 를 드린다.

 

 

법정 싸움 가면

단독노조 100% 승리

 

여러 모로 보나 치과병원 단독노조가 인정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지하철노조가 1~8호선 모두 함께 하다 도시철도공사가 만들어지며 분리된 바 있다. 당시에도 노조 내부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지만, 5~8호선 노조원들의 요구가 커 결국 분리된 걸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도 그렇고, 아시아나항공 노조 내에 조종사노조가 따로 설립된 것도 같은 예다.

 

하지만 민주노총 법률원에 의뢰한 결과(관련기사)에 따르면, 모든 면에서 병원지부를 승계할 수밖에 없던데….
그것은 그 쪽 입장에서 법을 해석한 거니까 그런 거다. 똑같은 법이라도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여러 판례들을 찾아봤는데, 열에 아홉은 독립지부가 인정된 것으로 나와 있더라. 향후 소송으로 가면, 100% 승리를 확신한다.

 

단독노조설립추진위 총회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와 19조, 22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인정되기 힘든 것 아닌가?
물론 총회 공고는 7일 전에 해야 하지만, 비상시에는 2-3일 전에도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조합원 선별 통지’도 게시판에 공고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

소집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은 아까도 말했지만, 저 쪽 입장으로 해석해서 그런 거다. 보철과에 추진위원장이 명확히 존재하는데, 꼭 병원지부장이 소집해야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종로구청과 보건의료노조에서도 단독노조 설립을 인정 안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되니 그런 것 아닌가?
뻔히 보이지 않은가? 저 쪽(병원지부)에서 계속 압력을 넣고 있는 거다.

내가 알기론 최근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지부 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단독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도 계속 서울대지부가 억지를 부리니까 그런 것 아닌가? 서울대지부가 얼마전 개정한 운영규정을 보건의료노조가 승인 안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고로, 서울대지부는 치과병원이 독립됨에 따라 지난 6월 9일 78차 대의원회의를 통해 보라매병원을 제6조직, 치과병원을 제7조직으로 편성하는 등 조직 체계와 관련한 제6조를 개정했다. 또한 이 개정안을 지난달 보건의료노조 중앙위에 승인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차기 중앙위 안건으로 재상정 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에서는 ‘합당’하다고 판단, 승인할 뜻을 밝히고 있다.)

 

“‘노-사’ 아닌 ‘노-노’ 갈등이다”

 

작년 7월의 합의사항도 있고, 병원지부를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 아닌가?
명확히 해 둘 게 있다. 현 상황은 단독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는 측과 병원지부를 승계하려는 측의 갈등이지, 병원지부와 우리의 갈등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노노 갈등이지 노사 갈등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직원들이 단독노조 설립을 희망하고 있고 실제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병원지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 뿐인가? 그들은 내내 치과병원 독립법인화를 반대했고, 통과 이후에도 법사위를 쫓아다니며 방해공작을 폈다. 만약 작년 ‘노조승계’ 합의사항에 ‘병원지부’가 명시돼 있었다면 절대 도장 안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80명의 병원지부 조합원이 있는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내가 알기론 지난 9월 9일 단독노조설립추진위원회 총회에서 44명이 병원지부를 탈퇴했고, 54명이 단독노조 설립에 서명했다. 나머지 중간 입장인 20여 명도 최근 단독노조 설립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병원지부를 희망하고 있는 직원은 채행숙과 김인숙, 박주재 등 신구전문대 출신 3명과 권정빈 4명밖에 없다.

아직 정식 탈퇴는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단독노조설립추진위원회가 44명의 탈퇴서를 들고 보건의료노조에 찾아갔는데, 압력을 넣어서 반려시켰다고 들었다.

 

“요즘 사람들이 ‘사주’한다고 순순히 따르나?”

 

지난 6월 파업 때 67명의 조합원이 한달여 동안 ‘노동 승계’를 외치며 파업에 동참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돌연 ‘단독노조’로 돌변한 게 잘 이해가 안간다. 병원지부에서는 치과병원 측의 ‘사주’가 있었다고 주장하던데….
처음에야 그 정도 동참했지, 나중에는 20여 명밖에 안남았다고 들었다. 또한 요즘 사람들이 뒤에서 ‘사주’한다고 순순히 따르는가?

 

병원지부에서는 치과병원이 직원들에게 “단독노조 설립되면 직급 올려주고, 500만원을 격려금으로 준다”며 설득했다던데….
다 거짓말이다.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주나? 물론 과거 78년 통합 때 봉급이 올라간 적은 있다. 이번에도 그럴 순 있어도 일괄적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건 말도 안된다.

 

부지부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고 했는데, 병원지부 측은 운영규정 상 합법적인 절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직의 장은 조합원들이 원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치과병원 조합원은 20명도 채 참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출하는 게 말이 되나? 인정받으려면, 치과 직원들로 구성된 선관위를 구성해 치과병원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새롭게 선출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치과병원 전체 직원은 치과의사 200명, 일반직원 170여 명, 관리자급 제외한 일반직원은 130여 명이다)

 

“치과병원이 무슨 노동운동 시험장인가?”

 

얼마전 노조가 점거 중인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데….
그렇지 않아도 그 일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까도 생각했다. 남의 사무실을 불법으로 점거하고 온갖 짐꾸머리를 복도에 방치해놔서 이를 항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난동을 부렸다고 일주일동안 대자보를 붙였다.


그들은 지난 3년동안 4명의 교수를 대자보에 붙여서 사퇴하게 만들었다. 그 중 3명이 치대 교수다 치과가 무슨 노동운동 시험장이냐? 그들은 웬만한 사람은 상대하기도 힘든 조폭 수준의 저질행동을 하고 있다.

 

피켓시위를 하며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는데, 병원지부에서는 진료실에 들어가는 등의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와서 구호를 외쳤다. 4층 보존과의 임성삼, 배강식 교수 등이 몸으로 막기도 했다. 파업 당시에는 모두 다 파업에 나가 실습실의 경우 수업이 매우 힘들었다.

파업에 나가더라도 수업이나 진료가 진행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인원은 남겨두는 게 기본 아닌가? 자신들의 요구 관철시키려고 국민 건강권 모두 팽개치는 게 말이 되나?

 

치과병원이 팀제 등 차등성과급제를 도입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하던데?
금시초문이다. 팀제·연봉제는 논의된 적도 없다. 우리는 서울대병원보다 직원 대우를 더 잘하고 있다.

 

병원지부가 ‘조합비 일괄공제제도’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는데…,
9월달 월급에서 일괄공제를 했다. 그러나 명확한 노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직원들에게 다시 돌려줬다. 치과병원을 직접 고발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적극 대응할 것이다.

 

많은 치과인들이 하루 속히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동안 흑자 난 것 모두 서울대병원 적자 매꾸는데 퍼다부었다. 이제는 독립해서 그 돈을 직원들 복지와 교수들 연구지원비, 시설 재투자 등 치과병원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단독노조 설립 허가가 반려되면 향후 행정소송을 걸 것이다.

그동안 여러 채널로 직원들의 요구를 수렴하면서 멋드러진 노사관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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