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건치,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야?”
나는 대답했다.
“재미없어질 때까지...”
건치를 시작하게 된 건 아마도 학교 선배였던 신동근 선생님이 건치대표를 맡게 되면서 무언가 보탬이 되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건치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고 졸업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시절, 더욱 중요한 것은 졸업하고 부터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던 시절, 그래도 건치는 내가 꼭 해야 하는 유일한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왜 였을까?
소심한 내 생각으로는 투신이나 거창한 정치적 활동은 너무 부담스러웠고, 적어도 보건의료운동의 틀거리 내에서는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해야 할 역할들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건치는 내게 딱 맞고, 내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같다.
그리고 몇 년은 소극적인 성격 탓에 분위기 파악에만 시간을 보냈다.
건치 조직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대충 무슨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누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으며 누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파악하는 데에만 몇 년의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민하기 시작하게 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지금은 이러저러한 회의에 나가고, 일을 진행하고 고민하면서 대충 건치에서 활동한 지도 10년이 되어가면서 나도 스스로에게 자문하곤 한다.
“건치,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야?”
이제 분위기 파악한 지도 몇 년 안 되는 녀석이 벌써 그만 둘 생각한다고 생각하시는 선배님들도 계시겠지만, 어떤 활동이든지 활동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일 게다.
몇 년 맡은 역할 대충 때우고, 빨리 그만 두고 싶은 활동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 두는 것이 조직을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 때문에 건치활동을 하며, 현재의 건치 활동에 만족하는가? 그리고 정말로 언제까지 건치활동을 할 것인가?
아직은 건치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들이, 그리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의 말과 주장과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대에 이러한 생각과 실천들은 아직도 필요하고 중요하며 나의 삶을 구성지고 의미있게 만드는 훌륭한 밑거름이요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재미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겠지만, 어느덧 이제는 내가 건치활동의 재미를 만들기도 해야 할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아직은 건치활동이 재미가 있고, 건치는 아직 내 삶의 가장 큰 재미의 하나이자, 의미의 하나다.
건치가 정말 재미없어질 때, 그리고 이 땅에 건치와 같은 조직이 필요 없게 될 때, 아니면 건치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는 건치에서 발을 뺄 수는 없으리라.
쉬엄쉬엄 갈 수는 있지만, 주저앉아 버리거나 길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그리고 적어도 아직은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