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일간지로부터 구애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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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일간지로부터 구애를 받다
  • 이흥수
  • 승인 2008.11.06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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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구강보건 10대 사건]④ 직업성 치아부식증

 

▲ 김현덕 교수
산업구강보건협의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김현덕(현 서울 치대 교수)의 논문이 언론에 주목을 받는다.

직업성 치아부식증에 관한 그의 논문이 중앙 일간지에 주목을 받은 것이다.(한겨레신문 1994년 6월 13일자 16면)

한국에서 산업구강보건 문제가 처음으로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사건이었다. 이후 동아일보가 1997년 7월 13일자 신문에 ‘충치도 직업병, …노동부, 제빵업 노동자 산재보상 추진’을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하는 등 산업구강보건 문제는 종종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아래는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기사 전문이다.

<한겨레신문 1994년 6월 13일자>

산노출 노동자 치아부식증 공포
19세기 직업병에 후진산업보건 무기력/국내 1만여 명 피해 추정…노동부 실태파악 뒷짐, 검진기준도 마련 못해

경기도 한 염료업체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정 아무개(40)씨는 아침에 잇솔질을 하면서, 삭아버린 앞니들을 거울로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않곤 한다.

정씨가 ‘치아부식증’이란 이름도 낯선 치과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지난해였다. 회사의 지시로 구강검진을 받다가 담당의사로부터 “이가 산에 과다하게 노출돼 삭아들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직몰에서 15년간 일했던 임아무개(46)씨도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산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했던 임씨는 입사 뒤 5년째부터 이가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으나, 통증이나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다 치료비도 부담스러원 그냥 지내왔다.

임씨는 그 뒤 이가 차츰 작아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무료 진료기관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이가 대부분 부식증으로 상해버린 뒤였다.

치아부식증은 방치해둘 경우 이가 서서히 부서지다가 아예 없어져 버리는 심각한 질병이다. 그런데도 정씨와 임씨의 경우처럼 노동자들은 자신이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이어서 조기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 예방치학교실의 김현덕 연구원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산하 산업구강보건협의회(회장 한영철)가 내놓은 실증적인 실태조사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띤다. 이들 연구 결과 염산과 질산 등을 다루는 특수사업장 노동자들 가운데 20~25%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노동부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황산, 질산 등 5개 특정유해물질을 쓰는 사업장은 전국에 모두 1천2백34곳으로 31만8천여 명이 이 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부는 이 가운데 실제 공정에 참여해 산에 직접 노출되는 노동자를 5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대 예방치학교실 등 학계의 연구 결과를 놓고 볼 때 최소한 치아부식증을 앓고 있는 노동자는 1만명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관련 당국은 치아질환에 대해서는 아직 뒷짐만 진 채 방관하고 있다.

노동부는 92년 노동계와 학계의 강력한 요구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노동자를 채용할 때는 반드시 구강검진을 신체검사 항목에 포함시키고 산 취급 특수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1년 단위로 구강검진을 하도록 의무화해 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하 중략)

산업구강보건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치아부식증을 예방 퇴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노동부의 무관심과 업주들의 협조 거부로 현장조사마저 힘든 형편”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만으로도 이 병의 직업병 지정과 산재보험 혜택 적용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권복기, 권태호 기자)

<동아일보 1997년 7월 13일자>

충치도 직업병…노동부, 제빵업 노동자 산재보상 추진

충치도 직업병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충치 등 구강건강은 그동안 근로자 집업병 예방의 사각지대로 방치해온 분야.

지난 92년부터 근로자 건강진단 항목에 치과가 포함됐지만 겉치레 검사에 그치거나 아예 검진과목에서 누락되는 사례가 많았다. 노동부는 12일 산하 비영리법인체로 한국산업구강보건원(이사장 김종배 서울대 치대 교수)의 설립을 허가하는 등 근로자 구강건강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1백13명의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산업구강보건원은 앞으로 건강진단 역학조사 교육상담 등을 벌여 작업환경이 치과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조사한다.

구강보건원에 따르면 제과 제빵, 제분, 청량음료 제조업종의 작업장 가운데 공기 중 당분 농도가 높은 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직업성 치아우식증(충치)이 생길 가능성이 두배 이상 높다.
실제로 이 보건원 조영수(백상치과의원장) 이사가 모 중소제과업체를 표본조사한 결과 근로자 1인당 평균 충치 보유개수는 8.2개로 타업종 근로자의 평균 3.9개, 일반시민 4.1개보다 훨씬 많았다.

북유럽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충치가 직업병으로 인정돼 초콜릿 공장 등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충치에 대한 산재보상을 받고 있다.

<이기홍 기자>

이흥수(한국산업구강보건원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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