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공급 안 돼’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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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공급 안 돼’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
  • 조혜원 기자
  • 승인 2008.12.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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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세실시 청구, ‘4년째 공급거부’ 특허로 배짱?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로 인체 내에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로를 찾아내어 면역세포 내에서 증식을 하면서 면역세포를 파괴시킨다.

에이즈는 HIV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진행성 증후군으로 단순한 감염증에도 면역체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아 치명적인 감염증이나 암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기존 약에 항체를 가진 에이즈 환자를 위한 ‘푸제온’이란 약물이 발매됐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에이즈 환자에게 질병의 진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특허품으로 인정받는 약물이다.

지난 2004년 한국에서 ‘푸제온’은 시판허가를 얻었지만, 이를 개발한 스위스계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푸제온에 대한 독점적인 영업권을 가지고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급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

푸제온은 기존 항레트로바이서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에이즈 환자들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이지만, 2004년 특허 이후부터 현재까지 엄청난 가격을 부르며 공급을 하지 않고 있다.

로슈가 요구한 푸제온의 가격은 3만 천원. 국내에서 쓰이던 기존 치료제의 3.2배에서 5.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하는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연간 2200만 원대의 약값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다.

HIV/AIDS 감염 인권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는 “00년도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해 04년도가 되니 10가지 약에 내성이 생겨버렸다. 그러던 중 그 해에 푸제온이 시판됐다. 하지만 공급을 하지 않아 다양한 후유증을 앓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로 인해 신경계 쪽에 문제가 발생해 다리마비도 왔었고, 현재 한쪽 눈은 실명이 된 상황”이라며 “면역력에 약한 에이즈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을 엄청난 가격을 가지고 운운하면서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루빨리 공급을 받지 못하면 생명의 위협과 직결된 에이즈 환자들은 죽음과 싸워야 하는 현실.

이와 관련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한국 HIV/AIDS감염인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은 23일 특허청 서울사무소 앞에서 가지회견을 갖고 정부에 푸제온 특허 강제실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 지난 23일 특허청 서울사무소에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청구'를 등록하고 있는 모습.

특별법 제 107조에 규정된 강제실시권은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막강한 자본으로 환자와 국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제약회사에 대한 유일한 방법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강제실시간 특허권자 외의 제3자에게 특허권의 사용을 허락하는 제도로, 의약품의 경우 특허 의약품의 복제약을 제3자가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조치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보공유연대 IPLIFE 홍지 임원은 “특허가 부여하는 수단으로서의 독점이 오남용 될 때 강제실시는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조치”라며 “약값은 협상을 통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만들도록 해서 저절로 내려가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단체들은 “더 이상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특허권이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게 강제실시를 통해 당연한 진실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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