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직선제와 대의원제,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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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직선제와 대의원제,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 편집국
  • 승인 2004.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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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가 되면 대의원제가 없어지나?


연구소위 결과보고서

지난달 9일 지난 1년간 논의돼 온 ‘선거제도개선 연구소위원회’의 ‘대의원 총회 제출 보고서’가 정식으로 치협 이사회에 제출되었다. 아직은 치협이 오는 17일 대의원 총회에서 정식 발표할 것이라며 연구내용의 공식발표를 꺼리고 있어 그 내용의 전모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난달 11일 치의신보에서만 독점 기사화한 내용을 보면 보고서 내용의 일말을 확인할 수는 있다.(표1 참조)

그런데, 세상에나… ‘대의원제를 주장하는 측’과 ‘직선제를 주장하는 측’의 견해라니? 직선제가 실현되면 현행 대의원제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는 이미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의협이나 약사회, 아니 인천지부만 보더라도 터무니없는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직선제의 대립항은 간선제이지, 현행의 대의원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백번 양보해 ‘대의원제를 주장하는 측’이라는 용어를 ‘대의원들을 통한 간선제를 주장하는 측’이라고 해석을 하더라도, 연구소위원회에서조차 무의식적으로나마 이러한 용어를 쓴 것은 개원가 일각, 특히 직선제를 주장하는 측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기존 대의원들이 자신만의 기득권에 집착해 다수 회원들의 열망인 직선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역으로 반증하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구나 표1의 대의원제를 주장하는 측의 견해 중 대의원제도의 장점으로 든 ‘회무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의견반영이 용이하다’는 것과 직선제의 단점으로 지적한 ‘너무 젊은 회장이 당선될 수 있다’와 ‘원로급 회원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조항은 조선 봉건시대의 고루한 장유유서의 관념을 그대로 대입한 것으로 21세기 민주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아니 민주주의 제도 자체의 과정과 내용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에서 직설적인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

왜 대의원총회에서 발표하나?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치협에서 연구소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보고서의 형태로 만들어 오는 17일 대의원 총회 자리에서 대의원들에게 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직접 발표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의 어이없음이다.

치협의 정기 대의원총회라는 게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대의원 총회는 1년에 1번 치협 집행부의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1년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이다. 그러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은 당면한 우리 치과계의 현안과제들에 비추어 지난 1년간 치협 집행부의 활동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고, 올 1년의 집행부의 사업계획들이 적절한 지를 평가, 확인하는 자리이다.

이러기 위해 각 대의원들은 기층 회원들의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취합해 개인적인 자신만의 의견이 아니라 기층 회원들의 요구를 “대변”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대의원들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이미 지난 1월말 연구소위원회에서 활동을 마감하면서 작성한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검토’라는 미명 아래 법제위원회와 치협 이사회를 거치고 나서도 또다시 공식 발표 없이 대의원 총회 당일 날 대의원들에게만 직접 자료로 배포하겠다는 발상은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일선 회원들의 의견반영의 구조와 절차를 원천봉쇄하겠다는 ‘횡포’에 다름 아니다.

바로 이런 식의 일처리 때문에 현행 대의원제도가 일반 회원들의 뜻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낡은 구조로 고착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1월말에 이미 연구 결과가 다 끝난 보고서를 치협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일반 회원들에게 직접 공개하지 않고 오는 17일 대의원 총회 전까지 극구 비밀사항으로 묶어 놓으면서 대의원들에게만 나누어주면 된다는 이런 치협 집행부의 행태가 바로 일반 회원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치협 회장 직선제’의 필요성을 역으로 강변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현 치협의 집행부는 대오각성 해야만 할 것이다.            

<표1>

대의원제를 주장하는 측 견해

대의원제의 장점
- 선거가 용이하다
- 비용이 적게 든다
- 효율적일 수 있다
- 선거과열 소지가 적다
- 회무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의견 반영이 용이하다
- 돌발 변수가 적다

직선제의 단점
-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
- 비용이 많이 든다
- 동창회별 선거가 될 수 있다
- 너무 젊은 회장이 당선될 수 있다
- 원로급 회원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 협회 정책이 강성화될 소지가 있다
- 선거가 과열될 수 있다

직선제를 주장하는 측 견해

직선제의 장점
- 명실상부한 집행부의 정통성 확보
- 회원 각자의 뜻을 본인이 원하면 정확히 표출, 전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임
- 전 회원의 참여기회 확대로 회무에 대한 관심 증대
- 협회 정책에 따른 자발적 참여도 증가, 응집력 강화 효과
- 최신 전자매체를 이용한 예산, 시간 절감 가능
- 향응, 접대 등 저질선거문화 추방 가능
- 회원들이 중심이 되는 치협

대의원제의 단점
- 대의원제도의 근본취지에 따른 대의원 선출이 힘듬(대표성에 의문)
- 전 회원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고 전 회원에게 설득하기도 힘듬(원천적 봉쇄)
- 관행에 의한 대의원 선출방식에 따른 폐해 심각(태생적 한계)
- 회무 무관심 부추김
- 동창회 선거 가능
- 소수인 대의원(201명) 포섭시도에 따른 저질선거문화 창궐
- 대의원들이 중심이 되는 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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