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개선특위, ‘분란만 남긴 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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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개선특위, ‘분란만 남긴 채’ 해산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03.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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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들 반대에 ‘합의점 도출’ 실패…대총에 탄력적 소수정예·다수개방 ‘둘 다 보고’

 

치과전문의제 ‘미궁 속으로’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빠져들게 됐다.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운 이하 개선특위)가 다음달 25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 보고할 ‘합의된 대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해산된 것이다.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문의제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범치과계 인사를 아울러 구성된 개선특위는 지난달 7일 첫 전체회의를 가진 후 2차례의 소위원회를 열었으며,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마지막으로 해산됐다.

그러나 40여 일간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논의를 걸쳐 도출한 최종 결과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내려져, 정기대의원총회 대의원들의 최종 결정이 어떤 식으로 내려질 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길잡이 역할 포기 ‘개선특위’! 왜 만들었나?

이날 마지막 전체회의에서는 소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마련된 A안과 B안 두가지 안 중 어떤 안을 ‘최상의 안’으로 정해 대의원총회에 보고할 것인지를 두고 장시간 줄다리기가 계속 됐다.

A안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전문과목 표방 시 의뢰된 환자에 한해 해당과목만 진료) ▲탄력적 소수정예(중장기적 소수 배츌 기준 제시) ▲수련치과병원 지정기준 강화 및 전문의시험 자격기준 강화를 담고 있다.

B안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경과조치 마련으로 가능한 많은 회원에게 응시자격 부여를 담고 있다.

두 안 모두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법 개정 추진을 전제로 A안은 탄력적으로나마 소수정예를 유지하자는 것이고, B안은 소수정예를 포기하고 다수에게 개방하자는 서로 상반된 안이다.

그러나 개선특위 위원들은 A안이 현실적으로 가장 최상의 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대의원총회에는 B안도 함께 대안으로 보고키로 결정, 모든 공을 대의원들에게 넘겨 버렸다.

즉, 치과계 최대 난제인 전문의제도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 대다수의 지부들이 ‘전면 개방하자’는 안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개선특위마저 대안으로 두가지 안 모두를 보고하게 됨에 따라, 치협이 ‘탄력적 소수정예’를 집행부 안으로 상정해도 채택될 분위기는 희박해 보인다.

잘못된 위원 구성으로 ‘무책임한 결과’ 자초

특히 문제는 개선특위가 2차례의 소위원회 논의를 통해 다수에게 개방할 경우 ‘폐해가 더 크다’는 점과, 힘들긴 하겠지만 10%대 수준의 ‘소수정예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다수개방안’을 끝까지 제외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선특위 최종운 위원장은 “치협 51차, 57차 정기대의원총회 의결사항이 지켜지지 않아 지부의 요구가 너무 큰 만큼 B안(다수개방안)을 제외시키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논의과정에서 개선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지부장들의 압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지부 노홍섭 회장은 논의 자체가 자신의 뜻과 전혀 다르다며 2차 소위원회 때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전남지부 이해송 회장은 마지막 전체회의 때 “지금까지 배출된 전문의는 모두 무효이며, 제도 자체를 보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다 회의장을 퇴장키도 했다.

또한 최종 결정과정에서도 서울과 경기, 대전지부장이 끝까지 두가지 안 모두를 상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러한 압력에 최 위원장이 소신 있게 대처하기 보다는 굴복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부장 입장에서는 폭발 직전의 개원가 정서상, 또한 지부 대의원총회를 눈앞에 두고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개인적인 입장을 투표권에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A안만 보고하자는 치협 집행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와, A안과 B안 모두 보고하자는 지부장들이 대립하는 이상한 양상이 전개됐다.

이에 대해 건치 김의동 집행위원장은 “개선특위가 진정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집단의 대표 보다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사 위주로 구성됐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개선특위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인사는 법률적 자문을 줄 수 있는 양승욱 고문변호사 외에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안으로 AGD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던 신호성 박사를 비롯 전문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학계 인사들은 배제한 채, 지부장 등 이해당사자 위주로 구성함으로써 결국 ‘모 아니면 도’라는 무책임한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수 개방’ 왜 폐해가 더 큰가?

우선 ‘다수 개방안’이 대의원총회를 통과해도 법률적으로 입법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치협은 1999년 ‘치과의사 수련경력 인정과 관련된 특례’를 담은 관련법령 개정안을 복지부에 제출했으나, 복지부는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치과의사에 한해 응시자격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양승욱 변호사는 “경과조치의 경우 법리적인 측면에서 입법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논리적 근거가 뒷받침 돼도 쉽지 않으며, 추진할 경우에는 특례규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식 전문의 수련교육을 받지 않은 자에게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주려면, 의료법 제77조를 개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선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77조를 개정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별도의 특례규정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 또한 타 직역간 형평성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게 양 변호사의 생각.

결국 10년 이상이 경과하기는 했지만, 1998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명시된 ‘경과조치’만이라도 이행하는 방안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방안을 추진할 경우 전문의제도 시행 전 임의수련을 받았던 30~40%의 개원의 만이 전문의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즉, 치과계 전체가 임의수련을 받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양분돼 극심한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대다수에게 전문의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개원환경으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과의사 초년생들은 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시 시험 통과자와 비통과자간 위화감이 조성돼 치계 내부 분열은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아울러 구강병리과나 예방치과, 구강외과 등 기피과목은 더욱 기피하고 보철과, 교정과 등 특정과목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현저히 나타날 것이다. 전체 치의의 80~90%가 보철과 교정과 전문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치과의료전달체계 확립 구체화 성과

최종 합의점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동안 ‘구호 수준’에만 머물렀던 명제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구체적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냈다는 점에서 ‘전문의 개선특위’는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

사실 제51차 정기대의원총회 결의사항 중 ‘치과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대해서는 필요성만 인식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논의 자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소수정예 원칙도 “시험으로 걸러내자” “졸업생의 8% 배출” 등 그동안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정확히 어느 시점에 전체 치과의사의 몇 %를 전문의로 맞출 것이며, 그 시점 이후 배출 수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등 구체적 실현 방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의료전달체계가 전혀 확립돼 있지 않은 국내 진료환경에서 치협은 “장기별 진료를 하는 의과와 달리 치과는 ‘행위별 진료’를 한다”는 점과 “치과진료의 특성상 한 치아에 대해서도 충치, 치주, 보철치료 등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장소에서 일관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들 근거로 “치과의 전문과목은 치과병원급 이상의 2차 의료기관에서만 존재해야 국민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치과의료전달 체계의 독자성 논거’를 도출해 냈다.

양승욱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상 치과전문의의 역할 범위와 의료에 관한 여하한 규정이 없다”면서 “전문과목을 표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과목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의료받아 진료하는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수련치과병원 지정기준 강화와 전문의시험 응시자격 강화를 전제로, 당장 내년 졸업생 8% 수준의 전문의 배출이 아닌 ‘중장기적인 소수배출 기준’을 마련하는 ‘탄력적 소수정예’를 채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가장 최선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오늘(20일) 치협 공직지부와 광주지부, 울산지부를 시작으로, 전국 시도지부 대의원총회가 본격화된다.

각 시도지부에서부터 치과계 최대 난제인 전문의제도가 합리적으로 풀릴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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