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치정회 제자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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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치정회 제자리 찾기
  • 편집국
  • 승인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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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게 회원들속에 자리잡는 치정회

 

한국치정회 정기 대의원총회

매년 4월 치협의 정기대의원 총회가 열리는 날이면 해마다 똑같이 되풀이 되는 일들이 있다. 그것은 정기대의원 총회의 막간(제1부 개회식과 제2부 지난회기 회무보고가 끝난 후 점심시간 전)을 이용해 진행되는 한국치정회(이하 치정회, 회장 김지호)의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벌어지는 공방이다.

치정회의 활동 및 회계보고를 둘러싸고 치정회 임원들과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 해마다 벌어지고 있는 공방의 요지는 “도대체 치정회에서는 무슨 일들을 하고 있으며, 왜 정확한 회계보고를 하지 않으면서 무슨 권리로 전체 치협 회원들에게 치정회비를 걷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의 막간을 이용해 진행되는 일이라 시간이 매우 촉박하고 또한 치정회 활동의 특성상 일부 대의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모두 다 밝히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공방은 문제제기를 한 대의원들에게는 문제의 해결보다는 오히려 치정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가 십상이다.

왜 이런 일들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일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치정회가 치협의 정책활동을 보조하는, 정치적 로비활동을 위해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아직까지 정치적 로비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률적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일부 대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치정회의 활동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치정회 임원들의 답변은 일면 타당성이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부 대의원들은 이러한 치정회의 활동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

현재 치정회에 대한 불만을 가장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는 충남지부 대의원 중의 한 명인 박의웅 원장(충남 홍성 고려치과)은 “자신은 치정회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일괄적으로 전체 회원들에게 치정회비를 징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치정회의 활동이 음성적인 활동에 치중되어 있으며, 사업내용과 지출내역들이 대의원들에게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까지도 로비활동을 주된 활동방식으로 삼고 있는갚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치정회 임원들은 모두 특정대학 출신들이 아닌가? 지방대학 출신들이 배제되어 있고, 치협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치정회는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캄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제기는 일부 대의원들과 일부 회원들의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01년도 치정회비의 납부율이 전체 회원들 중 61.6%(치협의 회비 납부율은 74.9%)에 이르고 있고, 이 중 충남지부(1.7%)와 공직지부(4.1%) 그리고 서울지부(46.1%)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지부들에서는 60%이상, 그리고 광주지부 등 몇몇 지부들에서는 80-90%를 상회하는 회비납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일부지역의 경우 회비납부 방식에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 회원들은 관심조차 없어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치정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들조차 치정회의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서울지역 K원장은 “(자신이 속해 있는) 반회에서 치정회비를 안내는 사람은 1-2명에 그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돈이 아니니까 그냥 내고 있는 것같다”면서 “치정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없고, 대부분 막연하지만 치협의 정치적 창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같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울산지역의 A원장은 “장년층의 경우 타 단체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치정회가 꼭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특히 젊은 충의 경우는 관심조차 없는 것같다”고 말한다. 다만 인천지역 K원장의 지적처럼 “치정회비를 걷는 방식에 대한 불만”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치정회비를 안내는 일부의 회원들이 치정회의 활동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치정회비를 내지 않고 있는 회원들의 숫자가 거의 40%에 육박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들이 모두 치정회의 활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러한 회원들을 소수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경우 치정회에 대해 광주지역 K원장의 지적처럼 “치정회비를 어디에 쓰고 있고, 과연 그 내역이 합당한갚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베일에 싸여 있는 치정회

한편 이에 대해 치정회 김지호 회장은 “일반 회원들의 치정회 활동에 대한 불만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불만이 “대부분 치정회 활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치정회 자체가 치협의 정책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대부분 정확히 밝히기 힘든 로비활동)을 하는 곳이라 회원들의 오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 회원들의 오해는 현재 치정회의 상임위원으로 연세 치대와 경희 치대, 그리고 조선 치대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데도 앞에서 언급한 박의웅 대의원조차 치정회가 특정대학 출신들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근본적으로 치정회의 활동이 회원들에게 활발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일반 회원들의 경우 치정회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구성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회원은 드물다고 할 수 있으며,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치정회의 활동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치정회는 현재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고, 또 어떠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먼저 규약부터 살펴보면 치정회는, ▲치협의 목적과 사업을 달성하기 위한 제반사항 ▲국민보건 및 치과의료전반에 관한 정책수립과 그 구현을 위한 제반활동 ▲의권의 신장, 의도의 앙양 및 사회복지증진을 위한 활동 ▲정책, 관계기관 및 사회단체 등에 대한 교섭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후보자 지원 및 대외활동 등의 사업을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치협 정책사업에 대한 지원 역할

한마디로 김지호 회장의 지적처럼 ‘치협의 정책사업에 대한 지원’이 주된 사업이며, 이는 구체적으로 보건복지위와 교육위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한 후원과 수불사업, 예비시험제도, 서울치대 독립법인화, 구강보건과 예산확보(이상 2001년도), 상대가치수가 환산지수 연구, 치대정원 감축방안 연구(이상 2002년도) 등 치협의 정책추진과제에 대한 지원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치정회의 활동 중에는 치과계 인사들의 각종 선거운동 지원 등도 포함되는데 국회의원 선거나 지자체 선거 출마자, 그리고 윤흥렬 고문의 FDI 회장 출마 지원 등의 활동이 그것이다.

한편 이러한 치협의 정책활동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치협(회장)의 요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12, 13일 양일간 전남 화순에서 개최된 치정회 임원연수회에서는 치협 회장이 참석해 당면한 치협의 정책추진과제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치정회에서 상대가치수가 환산지수 연구와 치대정원 감축방안 연구활동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보여지듯이 치정회는 치협 집행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사업내용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치정회가 치협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김지호 회장은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원 구성과 그 선출방식을 살펴보면 치정회 임원은 회장 1인과 부회장 10인 내외, 상임위원 6인과 감사 2인으로 구성되는데 회장과 감사는 치협 회장의 제청으로, 그리고 부회장은 치정회장의 제청으로 중앙집행위원회(치협 부회장단 및 이사진, 의장단, 감사진, 각 시도지부장 그리고 치정회 임원으로 구성)에서 선출하고(회장과 감사의 경우 대의원 총회에 선출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한다) 6인의 상임위원은 치정회장이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치정회원은 치협 회원으로, 그리고 대의원은 치협의 대의원으로 갈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14면 ‘김지호 치정회장 인터뷰’ 기사 참조).

대의원총회의 권한이 없어

결국 이러한 치정회의 활동내용과 구성방식을 분석해 본다면, 일반 회원이나 대의원들이 치정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은 아무래도 최고의결기관인 대의원총회조차 별다른 감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치정회 규약상에는 총회에서 회장단에 대한 불신임을 가능케하고는 있지만(재적 대의원 2/3 출석에 출석 대의원 2/3 찬성), 총회에서 치정회의 임원구성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회장과 감사의 선출에 대한 추인도 아닌 보고일 뿐인 것이다. 또한 치정회 활동방식의 특성상 사업내용을 세세히 밝힐 수가 없고, 이 때문에 재정보고에서도 사업별 지출내역을 문서상으로 보고할 수가 없는 현실이 이러한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치정회는 왜 이렇게 복잡한 조직구성방식을 택하게 되었을까?
이는 “치정회가 언제 생겨난 단체이고, 또 무슨 이유 때문에 태어난 조직인갚 하는 점을 살펴본다면 정답을 구할 수가 있다.

사실 치정회는 많은 회원들의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가 있는 지난 1989년 2월 25일에야 창립된 단체이다. 한마디로 치정회는 그 전까지 정부의 독주 하에 일방적으로 정책이 수립되던 군부독재정권 시절, 정책수립 과정에서 위축되었던 관련 전문가 단체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태어났다. 즉, 당시의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단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의협의 의정회나 약사회 약정회처럼 87년 이후 민주화의 진전 속에 치과계 관련 정책수립 과정상에 치협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치정회란 단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치정회 탄생의 비밀

하지만 사단법인체인 치협에서는 로비활동을 위한 자금지출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를 위해 치정회란 단체를 만들게 되었지만 문제는 안정적인 자금확보를 위해서는 전체 회원들에게 치정회비를 걷어야만 했고, 반면 안정적인 활동(치협의 정책사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치협의 집행부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조직형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현 김지호 회장의 치정회장 선출방식 변경 제안이 좌절한 데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인터뷰 기사 참조).

사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건치의 전민용 집행위원장의 지적처럼 현재의 우리나라의 여건상 일정 정도의 로비활동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일부나마 치정회 활동에 대한 오해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제한적이나마 치정회의 활동을 일반 회원들과 대의원들에게 자세하게 공개해(이를테면 총회에서의 구두 보고) 치정회의 사업내용을 추인받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치정회의 로비활동이 적절했는지, 또한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지를 검증받아야만 할 것이다.

일시적인 후원회도 가능

한편 현재 ‘치협의 정책사업에 대한 지원’사업과 함께 치정회 사업의 두가지 축 중 하나인 ‘치과계 인사의 각종 선거출마 지원’사업의 경우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치과의사들의 급속한 증가 속에 다양한 정치적 견해의 분화를 보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무리 치과계 인사라고는 하지만 특정 정파를 선택한 개인에게 전체 회원의 회비를 걷어 지원한다는 것은 당연히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정회는 본래의 역할인 ‘치협의 정책사업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치과계 인사의 각종 선거지원 사업은 일시적인 후원회 조직의 결성을 통한 지원으로 한정하는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마치며

위에서 치정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오해와 논란들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그리고 왜 치정회가 생겨나게 되었으며, 또한 치정회가 왜 이렇게 복잡한 조직구성을 갖추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유추해 보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치정회가 현재의 조건 속에서 ‘치협의 정책사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생겨난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치정회는 앞으로도 당분간, 어쩌면 미국처럼 각 직능단체들의 공식적인 로비활동이 합법화될 때까지 존재해야만 할 단체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남은 문제는 다음의 두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앞에서 잠시 언급한 충남의 대의원인 박의웅 원장의 문제제기, 즉 “로비활동이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갚 이다.
둘째는 일반 회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한 치정회 자체의 노력, 즉 제한된 형태로나마 치정회의 활동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활동내용을 추인받는 것이다.
또한 현재 치정회 조직구성에서 소외되어 있는 지방대 출신이나 20-30대의 젊은 치과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 또한 ‘치정회 제자리 찾기’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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