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2 대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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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02 대선읽기
  • 편집국
  • 승인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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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관점으로 살펴본 대선 지형도

 

오는 12월 19일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첫 지도자를 뽑는 역사적인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적으로나 국외적으로나 격동기라는 상황에 처해있는 시점에 열리는 선거라서 인지, 논쟁의 화두들도 다양하다. 다만, 확실한 건 이번 대선이 철저한 정책선거가 되어야 하며, 지난 시기 우리 사회를 규정했던 낡고 부패한 싹들을 과감히 잘라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본 보는 이번 대선에 나서는 다양한 화두들을 3차례에 걸친 기획으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21세기의 문턱을 넘으면서 우리 역사는 이제 군사독재 시절의 피의 세례와 절연한 새로운 세대의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낸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내용적 민주주의와 합리주의, 깨끗한 정치, 자주적인 외교, 적절한 경제성장과 소득재분배 등이 당면한 새세기 대한민국의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정치권의 상황과 맞물려 주목해야할 두가지 주제인 정당개혁과 한반도의 평화라는 창으로 대선지형도를 살펴본다.


관전포인트1. 정당의 이념적 재편

우리 정치가 극복해야할 주요한 개혁과제의 하나는 정당개혁이다. 자주 지적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당은 이념의 혼재와 지역주의의 결합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군사독재를 끝내자는 명분하에 김영삼의 통일 민주당과 민정당, 공화당이 합당했고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명분으로 김대중의 국민회의와 이인제의 신당이 합당 그리고 여기에 구 유신세력인 자민련이 같이 연대한 정당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이념과 정당 정체성을 무시한 합당 사례들은 많은 수의 정치 냉소주의자들을 만들어내며 국민들의 정치환멸을 부추기는데 앞장서왔다. 뿐만 아니라 색깔과 지향이 다른 인물들과 정치 그룹들이 부자연스럽게 엮어지면서 추진되었어야 할 많은 개혁과제들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 합당의 결과인 김영삼과 김대중의 집권은 군사독재 철폐와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대의를 소유하는 영광을 누려왔다. 물론 이에는 70, 80년대 사선을 넘나들며 투쟁한 대표적 민주인사였던 김영삼과 김대중에 대한 국민적 보상의 차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듯 대선 전에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이합집산의 정치, 지역감정을 안배한 정치공학적 정치는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다. 요즘 철새들의 이동이란 조롱 속에 극으로 치닫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자리바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기미를 감지할 수 있다. 사상 최대의 진흙탕 정치란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에 반발하는 개혁세력의 응집과 이념적 동질성 회복, 이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정몽준 신당의 현판식에 참석한 그날부터, 노무현의 후원계좌에 후원금이 물밀 듯 쏟아져 단 며칠만에 2만명이상의 개미군단들이 6억원 이상(10월21일 현재)을 기탁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폭발적 반응은 정치인들의 무원칙한 정치거래에 대한 국민들의 잠재적 혐오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정 사실화되었던 한나라당 이회창 - 민주당 이인제의 2강 구도가 무너지고 노풍을 등에 업은 민주당의 국민경선, 이어지는 김대중 정권의 부패로 인한 노무현의 지지율 급락, 이 가운데 정몽준 후보의 갑작스런 돌풍에 고무된 국회의원들의 대규모 철새이동이 시작되면서 전에 없는 정치권의 선명한 선긋기가 진행되고 있다.

선의 이쪽은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아래 경력과 정치지향성, 출신지역이 서로 판이한 인물들이 모인 정치집단이고 그 저쪽은 이에 대한 반동으로 더욱 단합하게된 개혁세력이다. 정치적 동질감에 기반한 세의 결집은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진영과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진영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찍이 기성정치의 특혜와 거리가 멀었던 권영길 후보측의 이념적 동질성이야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제도 정당(민주당)의 이념적 선긋기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의 급물살을 타게된 것인데, 이는 일정부분 국민경선 후보에 대해 처음부터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민주당의 내부사정과 이에 대한 노후보의 정치적 대응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후보 역시 수차례에 걸친 노후보 자신의 희생적 결단으로도 끝내 극복할 수 없었던 영남지역의 지역정서를 의식이나 한 듯 경선 직후, 김영삼을 포함한 구세력들과의 연대를 통해 지지세력을 확보하려던 시도를 하지 않은 바 아니나 노무현을 노무현답게 하던 개혁성에 대한 의구심과 비난이 빗발치면서 현 친노 세력들의 소위 ‘갈테면 가라’, ‘우리는 우리길을 간다’ 식의 대응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보인다.

어쨌든 노무현의 선대위가 개혁성이 강한 인물들로 채워지게된 반면, 월드컵을 성공시킨 무소속의 정치인이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무기로 돌풍을 일으켰던 정몽준의 통합신당이 시간이 갈수록 이념적 지향이 가지각색인 정체를 알수 없는 인물들의 집합체로 변질되며 이회창의 한나라당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이번 대선이 보수세력대 개혁세력의 이념적 구도로 치뤄질 수 있을지가 이번 대선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게 됐다.


관전포인트2. 한반도의 평화정책, 누구 손에 맡길 것인가?

‘무찌르자 공산당’ 식의 냉전 대결논리 일색이었던 대북정책이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면서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집권 내내 딴지를 걸긴 했지만 6·15 공동선언과 금강산 관광, 아시안게임을 통한 남북 교류, 경의선 철도 사업 등 북한의 개방움직임과 함께 국민정서는 바야흐로 전쟁을 통한 멸공통일에서 평화공존으로 움직여 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북한 핵개발계획 시인과 관련해 보이고 있는 대선 주도자들의 대응은 두가지 입장으로 확연히 나뉘는데, ‘단호하게 대응’ 그리고 ‘대화로 풀어갈 것’이 그것이다.

또한 대북정책이 남북 당사자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세계 최대의 강대국인 미국의 개입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 아니 어쩌면 미국이 단독행동을 결행한다면 결국 이를 저지할 수단이 별로 없는 약소국의 처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국에 대해 가능한 한 최대한 우리 목소리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의 후보단일화협의회의 주장은 흥미롭다. 냉전 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이 이시기의 가장 중대한 진보과제이므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범민주 연대를 이루어 정몽준이든 노무현이든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집권가능성이 적은 노무현 카드를 버리고 정몽준 후보를 통해 여당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세력들의 명분쌓기라는 비난도 무성하지만 최근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하여 북미간 긴장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악화되면서 특히나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논리이기도 하다.

민주당 최고의원인 김근태 의원도 노무현이 도움을 요청했던 자신의 후원회 연설에서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민주화가 아니라 평화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반창연대 쪽의 주장에 우회적으로 무게를 실어준 바 있다.

이렇듯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으로부터 깡패나라라고 공인받은 북한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민주화 못지 않게 평화 역시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후보가 우리의 평화를 담보해 줄 것인가? 이회창인가? 정몽준인가? 노무현인가? 아니면 권영길인가? 고통스런 결단을 통해 정몽준 진영으로 자리 이동한 김민석의원의 염려처럼 이회창과 정몽준의 대북정책은 그리도 엄청난 차이가 있단 말인가? 판단을 돕기 위해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 국정감사 그리고 지난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의 정의원 발언을 옮겨 보았다.

- 9·11테러와 관련 미국의 일방적인 외교정책에 원인이 있는 것이라는 주장에 반대. 테러방지 측면에서 미국에 협조할 필요 있음(2001년 9월).
- 북한이 핵활동을 중지하고 모든 새로운 시설을 동결 또는 폐기할 것을 약속하며, 사찰과 검증을 이행하지 않는 한 경수로 건설과 중유공급은 중단돼야 한다(2002년 10월 25일).
- 미국이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해서 전쟁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2002년 10월 25일).

이 땅의 진정한 평화세력을 골라내는 일.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 그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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