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유치? 개원가엔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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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환자 유치? 개원가엔 ‘오히려 독’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04.07 18: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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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자율성 침해·의료인 양극화 심화…최종 전문가집단 ‘사회·경제적 지위 상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수구 이하 치협) 경영정책위원회(위원장 지영철)가 지난 2일 ‘치과의료관광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김의동 집행위원장이 패널토론자로 참석, ‘치과의료관광 활성화’를 반대하는 내용의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앞선 찬성 측 발표자들의 시간 초과 사용 등으로 김의동 집행위원장은 준비한 슬라이드를 발표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준비된 슬라이드에는 현재 치과의료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소규모 개원가의 경영 악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 그리고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해외환자 유치 허용이 향후 치과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도 자세히 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되지 못한 건치의 발표문을 요약·정리, 독자들에게 전달코자 한다.

편집자

이미 개원가 경영 악화·치과의사 계층분화는 ‘진행 중’

해외환자 유치를 본격 다루기에 앞서, 현재 치과의료환경이 어떠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먼저 짚어보자.

현재 치과의료환경의 특징은 ▲치과의사 및 치과의료기관의 급속한 증가 ▲대형 및 네트워크 병원의 증가 ▲개원비용의 증가 등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개원환경은 급속이 악화되고 있으며, 치과의사간 계층분화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치과의료환경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치과의사의 급속한 증가다.

▲ 연도별 치과병의원 수의 변화추이(1970-2005)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치과의사의 수는 1981년 2,624명에서 2005년 현재 16,782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1991년 이후 2003년까지 구강보건인력의 연평균 증가율은 치과의사 5.7%, 치과위생사 10.3%, 치과기공사 6.5%로 같은 기간의 의사와 의료기사 증가율 5.1%, 7.6%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0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호성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미 국민 대비 치과의사 수는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2020년에 이르러서는 감당하기 힘든 초과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만큼 개원가의 경쟁은 치열해 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치과의사의 급격한 증가에 발맞춰 치과병·의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치과병원의 경우 1980년 3곳에서 2005년 현재 123곳으로 크게 증가했고, 치과의원의 경우 2,025곳에서 2005년 현재 12,520곳으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치과의사 및 치과병의원 증가와 더불어 치과의 대형화 및 네트워크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개원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도 치과의료환경의 주요한 특징이다.

남서울대학교 조영식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1995년 전체 개원의 0.7%인 57개에 불과하던 공동개원이 2005년 11.5%로 증가했고, 그룹형의 공동개원은 약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치과 대형화는 자연스럽게 개원비용의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건치 김의동 집행위원장은 “개원가의 경영이 악화되고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은행권의 의사 대출시장 규모가 4조5천억 원을 넘어서는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대형치과 오픈이 붐을 이루고 있다”면서 “특히 레이저 CT 등 고가의 의료장비들이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비용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비용의 무분별한 증가는 치과계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경쟁에서의 패배자에게 이전보다 가혹한 패배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

그는 “소규모 개원가의 경영 악화, 대형병원의 성장, 자본에 의한 시장 지배 등은 자연스럽게 치과의사의 양극화와 계층분화로 귀결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양극화의 피해는 소규모의 자본을 가진 단독 개원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신규 진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렇듯 치과의사 수 증가와 치과의 대형화 경향은 치과의사 간 계층분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향후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해외환자 유치 허용! ‘자본 지배’의 시작

위에서 살펴봤듯 치과의료계는 이미 내적 요인(수 증가, 대형화 등)에 의해 이미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자본 침투’이라는 외적 요인이 가세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본을 중심으로 ‘좌우로 집합’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건치의 입장.

▲ 김의동 집행위원장
해외환자 유치를 명분으로 ‘유인·알선 행위’를 허용해 준 것은 자본의 지배를 본격화 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 준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김의동 집행위원장은 “2007년 의료법 전면개정 추진에서도 알 수 있듯 유인·알선 허용은 의료산업화의 핵심”이라며 “특히 대형병원과 보험회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기업(삼성, 현대 등)에게는 네트워킹을 통해 의료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셈”이라고 피력한다.

즉, 유인알선 허용은 자본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인데, 문제는 ‘해외환자 유치’에만 한정시키는 것이 자본의 입맛을 충족시켜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연간 10만 명의 해외환자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로 인해 9천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고 정부는 떠들고 있는데, 과연 이 정도의 경제적 효과에 자본이 만족하겠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결국 국내시장으로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재는 제한돼 있지만 보험사에 의한 국내환자들의 유인·알선 허용이 최종 목표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유인·알선 허용이 궁극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또 한가지 대두되는 심각한 문제는 “의료시장을 의료인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논리를 정부가 공공연히 펴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획재정부는 의료인들의 시장독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작년 전문자격사 개편 논란에서 알 수 있듯 정부는 의료인들의 기득권 역시도 하나의 규제사항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료인들만 의료기관 개설권을 갖는 것’이 풀어야 할 규제라고 한다면, 이는 곧 영리법인이 허용돼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영리법인의 허용은 다양한 자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인 만큼 결과적으로 의료시장의 헤게모니가 자본과 기업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해외환자 유치만 놓고 보자.

여기에는 단지 의료기관과 해외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사, 유인알선업자, 보험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히고 설킨다. 이해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 부가적인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 집단 지위 상실 ‘첫 단추’

결론적으로 해외환자 유치를 명분으로 유인·알선이 허용되는 것은 현재에도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치과의사간 계층 분화를 더욱 심화하는 한편, 의료시장의 헤게모니를 자본이 장악함으로써 임상적 자율성이 침해되고 장기적으로는 치과의사가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의동 집행위원장은 “현재 치과계의 경영악화는 치과의사의 증가에 의한 경쟁의 심화와 경제불안에서 기인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또 하나의 주요한 원인은 대형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의 무분별한 잠식과 그에 따른 분배의 불균형 의료인의 양극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환자 유치’는 일부 자본력을 갖춘 병원들에게만 이윤이 집중되는 정책으로 소위 동네병원이라 일컬어지는 대다수 소규모 개원가의 경영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게 건치의 입장이다.

즉, 해외환자 유치 등의 의료산업화 정책은 현재 치과계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환자 유치를 빌미로 한 규제완화가 가속화되고 의료산업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그로 인한 혜택을 또 다시 자본과 대형병원이 가로채가는 악순환구조가 반복될 것이라는 게 건치의 우려.

건치는 현재 치과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은 유일하게 ▲과도하게 상업화되고 있는 치과의료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아동청소년 주치의제 도입 ▲스케일링·노인틀니 등의 건강보험 확대 적용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의동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정책들은 과도하게 증가되고 있는 개원비용 및 경영비용의 감소, 전체 환자수 및 보험 수입의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특히 보험 진료의 특성상 접근성에서 유리한 동네병원의 경영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는 유치기관 등록제 등 합리적인 제도 운영을 꾀한다지만, 유인·알선이라는 행위의 특성상 비도덕적·상업적 행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럴 경우 오히려 전체 치과계의 부담으로 전가돼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정책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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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동 2009-04-08 11:37:13
이 내용은 전양호 정책국장이 생산했구요, 제가 대신 발표만 할 계획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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