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窓> 부시의 당선과 세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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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窓> 부시의 당선과 세계의 미래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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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부시의 낙선을 간절히 기원했음에도 부시가 다시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될 모양이다. 이래저래 부시는 ‘효자’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이라크 파괴의 꿈을 이뤘고, 역시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재선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케리가 당선된다고 해서 미국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부시가 워낙 비정상적이었기에 그는 꼭 낙선되어야 했다. 부시가 재선됨으로써 세계는 깊은 시름에 잠기게 되었다. 기고만장한 부시가 미국의 지배세력을 위해 어디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시같은 자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지도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이한 점이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에도 부시가 재선됨으로써 세계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더 깊어지게 되었지만, 이 우려는 단지 부시라는 거짓말장이 전쟁광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관한 것으로 이어진다.

지난 2002년에 어떤 일간지에 ‘반미가 왜 문제인갗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제목 때문이었는지 여러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반미가 아니라 반부시’라는 주장이 있었다. 미국과 미군에 관해 쓴 글들을 모으고 고쳐서 같은 제목으로 책을 냈는데, 이 책을 내면서 나는 ‘반부시가 아니라 반미’가 근본적인 까닭을 밝혔다. 물론 반부시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부시는 화성인이 아니라 바로 미국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시라는 거짓말장이 전쟁광을 만들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반미’는 흔히 ‘반미감정’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반미’를 이성적인 현상이 아니라 감정적인 현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풀이는 틀린 것이다. 감정의 바탕에는 오랜 세월 겪으며 깨달은 이성이 자리잡고 있다. 반세기 넘게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미군의 횡포에 대한 합리적 이해가 바로 ‘반미’의 실체인 것이다.

또한 ‘반미운동’을 예컨대 미국이라는 나라를 송두리채 부정하고 없애려는 극단적 실천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류의 ‘반미운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보편적인 것은 미국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다. 따라서 이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 세계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미’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빚어낸 역사적 산물이다.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 나라는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반미’는 인류의 생존과 복지를 위한 역사적 과제이다. 이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세계 최대의 ‘낭비국갗이다. 1994년에 열린 세계인구회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한 명은 이디오피아인 340명분의 열량을 소비한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비만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빅맥’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엄청난 자원을 마구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은 세계 최악의 ‘오염국갗이다. 지금 세계가 처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는 ‘지구온난화’ 문제이다. 이산화탄소를 너무나 많이 배출하여 지구가 급속히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생태계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4.5%에 불과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35%에 이른다. 이런 데도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규제협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 세계를 파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세째, 미국은 세계 최악의 ‘전쟁국갗이다. 이것은 전쟁을 통해 유지되는 국가를 뜻하는데, 세계 220개를 넘는 국가들 중에서 오직 미국만이 이러한 국가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낭비국갗이기 때문에 세계 모든 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군대를 파견해서 자원을 확보하려고 한다. 엄청난 양의 자원을 마구 낭비하면서 극심한 ‘오염국갗가 되었으나, 미국은 세계의 비판에도 이런 문제를 조금도 고치려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해 곳곳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며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특징 때문에 부시같은 거짓말장이 전쟁광이 미국의 지도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식 생활이 부시같은 자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런 점에서 부시의 재선은 세계의 미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 미국인이 호전적인 방식으로 미국식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를 원한 결과가 부시의 재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는 이런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언제라도 이라크에서 벌인 파괴와 학살과 약탈을 다른 곳에서 재연하려고 할 것이다.

끔찍한 말이지만, 우리도 부시의 제물이 될 수 있다. 이미 부시는 공공연히 북한을 협박하고 있다. 미국의 문제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우리의 삶은 물론이고 영혼까지도 이미 상당히 미국화되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문제는 많은 면에서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문제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부시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고 실천해야 한다.


홍성태 (정책위원장,상지대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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