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기업도시법안과 영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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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기업도시법안과 영리병원
  • 양승욱
  • 승인 2004.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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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의 졸속법안을 바라보며

최근 민간투자활성화를위한복합도시특별법(기업도시법)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정협의를 거친 후, 지난 3일 국회 지역혁신·기업도시정책포럼(회장 강봉균)은 이강래의원을 통하여 법률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일방적으로 연내에 법률을 제정하고 내년 3월경까지는 하위법령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강래의원이 발표한 법률안에 따르면, 사실상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안은 비영리법인의 법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어 그 자체로 모순이고,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의 구별을 부인하면서 법인에 관한 대원칙과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으로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등기해야만 법인이 될 수 있는데, 민법은 이러한 사단 또는 재단을 비영리법인이라고 한다. 의료법에 의한 의료법인은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의료법 제41조, 제44조)으로 비영리 재단법인의 법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비영리법인의 목적상 비영리성은 영리법인과는 구분되는 핵심개념으로, 설사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그 수익은 언제나 사업목적의 수행에 충당되어야 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그 수익이 분배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비영리법인의 특질이 영리법인과는 구별되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간투자활성화를위한복합도시특별법안 제38조에 따르면, 노인전문병원, 암전문병원, 희귀병전문병원,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문병원은 의료기관의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의 감사증명서를 첨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한 후 당해 의료법인 외의 회계로 전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의료업으로 인한 수익을 언제나 사업목적의 수행에 충당하여야 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든 그 수익을 배분하여서는 아니됨에도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의료업으로 인한 수익을 사업시행자에게 배분하여 다른 사업의 투자에 활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형식은 비영리법인이되 실질은 영리법인에 다름아닌 특수한 법기술을 가진 법률안이 고안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전후모순이며, 법적 체계정당성을 완전히 훼손한 졸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연내에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령 정부여당은 어설픈 눈가림으로 생활세계를 파괴하는 극단적 정책변화를 추구하려 하는 것인가? 이제는 묻지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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