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제주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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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제주 오름
  • 박종순
  • 승인 2004.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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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


신비의 섬 제주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것으로 오름이 있다. 정말이지 제주는 오름의 왕국이다. 주봉인 한라산이 무려 360여 오름을 마치 제 자식처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그 오름마다 특징이 있고 그 모습 또한 아름답지만 오름에 올라 한라산을 배경으로 그 앞에 아스라이 사라져가며 연이어진 마치 알처럼 솟아오른 봉긋봉긋한 오름들을 바라보는 풍경은 맘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어머니 젖가슴 같은 편안한 느낌으로 오름의 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오름은 제주어로 기생화산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이 오름이 목축업과 밭의 경작 등 생활터전이 되기도 하며 또한 죽어 묻히는 영혼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신의 자리이기도 했다. 제주 신당의 원조인 송당리 본향당이 있는 당오름이 그 존재이다.

또한 삼별초 패전 후 오름에 반한 원나라가 그들의 목마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과 제주도 최대 비극인 4.3 사건을 증명해 주는 다랑쉬오름은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수월봉, 물영아리, 물장오리 등 숱한 전설을 간직한 설화의 발생지이기도 하다.

온갖 동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며 철마다 갖가지 아름다운 들꽃들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운무, 가을에는 억새꽃장관, 겨울엔 눈 덮인 설원 등 각기 새로운 모습으로 치장하는 오름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또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 천의 얼굴을 보여 준다. 각기 봉우리 모양도 다르고 분화구의 개수며 형태가 제각각인데 그 모양들이 하나같이 신비롭다.

특히 화구호 즉 산정호수를 갖는 오름은 더더욱 그런 신비감을 더하고 있고 오름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일몰은 대자연의 경이로움마저 이끌어낸다.

지난 가을에 올랐던 아부오름은 높이가 51m로 이게 오름인가 하며 올랐지만 정상에서의 장관은 경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분화구가 오름 자체의 높이보다 27m나 더 들어가 있으며 특이하게도 분화구 가운데는 하늘로 시원스럽게 뻗어있는 삼나무가 둥그런 모양으로 띠를 두르듯 숲을 이루고 있는데 마치 로마의 원형경기장을 연상시키는 형태였다. 

지금쯤 그 곳엔 봄꽃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한가로이 말들이 풀 뜯는 목가적인 풍경이리라.

박종순(건치 문화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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