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실거래가 ‘신고가격’ 공개될까?
상태바
의약품 실거래가 ‘신고가격’ 공개될까?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07.16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실련, 행정소송 심평원 항소심서도 승소…리베이트 근절 기대

연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의약품 리베이트 비용을 근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송재성 이하 심평원)의 ‘의약품 실거래가 및 요양기관 신고가격 비공개 결정 취소 청구소송’(이하 소송) 항소심을 기각, 소송을 제기한 경실련에 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경실련은 작년 5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소송을 제기,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공개’ 판결을 얻어낸 바 있다.

그러나 이에 심평원이 “제약사의 영업상의 비밀이며,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즉각 항소했으며, 이번에 패소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약가거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9년 도입한 ‘의약품 실거래가 상한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잇는 대안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보여진다.

‘의약품 실거래가 상한제’는 예전에는 정부가 품목별로 보험약가를 책정하면 의료기관 등이 보험약을 보험약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도 보험청구는 보험약가로 청구해오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보험약에 대한 상한가를 정부가 고시한 후 의료기관들은 상한가 범위 내에서 구입, 구입한 가격을 청구하면 그 가격으로 상환해 주는 제도이다.

즉 보험약가 상한가가 100원으로 책정된 약을 의료기관에서 50원에 구입하면 100원이 아닌 50원으로 보험을 청구토록 해 보험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제약회사가 신청한 의약품 신고가격과 실제 의료기관에서 실거래되는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해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

즉, 상한가가 100원인 약을 제약회사가 신고가격은 90원에 해놓고, 의료기관과 실거래는 50원에 해, 나머지 40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범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길을 막아놓은 것이다.

때문에 이번 판결로 제약회사의 의약품 실거래가와 요양기관의 신고가격이 공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경우, 제약회사가 허위신고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껴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소송 진행과정에서 심평원이 보여준 행태에 대해 “심평원이 제약업계의 대변자이자 대리임을 자처했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회보험지부(이하 민주노총)는 판결 당일인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심평원은 제약업계의 대변자로서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오늘 사법부는 심평원에 대해 더 이상 제약사의 대변자 역할을 하지 말라는 준엄한 선고를 내렸다”면서 “심평원은 경실련이 의약품실거래가 정보공개를 요구하기 전에, 전체급여액의 1/3을 차지하는 10조원이 넘는 약제비로 인한 보험재정 압박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의약품 신고가격을 스스로 먼저 공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고가격의 공개는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여지를 그만큼 좁게 하고, 제약사는 허위신고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원리를 부정하는 심평원은 스스로를 ‘제약업계의 사설 용역업체’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주노총은 “제약업계 이익의 대변자로 비난받는 심평원의 모습은 법적 근거도 없는 약가관리 등 직접적으로 보험재정을 좌지우지하는 제반업무를 수행해온 필연적인 결과”라며 “감독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심평원이 설립취지와 법에 명시된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은 “친의약계 행보로 비난받고 있는 심평원의 송재성 원장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사법부의 판결을 수용하라”면서 “송 원장은 심평원이 국민의료비 지출의 적정성에 대한 감시를 위해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기관임을 계속해서 망각한다면,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