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허용! ‘의원급’으로 제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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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허용! ‘의원급’으로 제한해야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08.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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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의료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②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허용

복지부가 지난달 28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 중 또 하나의 이슈는 ‘원격의료’를 기존 ‘의료인 대 의료인’의 관계에서 ‘의료인 대 환자’의 관계로 개념을 바꿨다는 점이다.

현행법 34조 1항은 “의료인이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의료인이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진찰ㆍ처방 등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로 개념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또한 2항을 신설, 원격의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도서ㆍ벽지 등 의료기관까지의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는 자 ▲교정시설 수용자ㆍ선박 탑승자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자 ▲장애인ㆍ노인 등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자 ▲기타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사고 등에 대한 책임 여부를 규정한 4항에는 환자가 책임져야 하는 단서를 신설, ▲환자가 원격지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우 ▲환자가 제3항에 따른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환자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개정안은 6항을 신설, 원격의료를 받은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 규정도 담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 대부분 ‘의료취약지 거주자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본격 허용하기에는 아직 많은 기술적 문제점이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소장은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진단장비의 표준화, 개인질병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우는 게 선행돼야 한다”면서 “특히 개인질병정보 유출 문제는 의료인에게 법률적 의무를 부과하고 처벌조항을 통해 규제한다고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원격의료 허용은 또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시기상조로 보인다.

김 소장은 “환자 입장에서 장비구입에 대한 비용이 매우 커, 웬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지 않은 한 구입이 힘들 것”이라며 “더더구나 대상자로 규정한 도서벽지 지역에 사는 환자나 거동불편 노인 중에서 그 정도 경제력을 가진 대상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원격의료 대상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4조 2항 1(도서 벽지)과 2(의료기관 이용 제한자)는 이해되지만, 3의 ‘장애인․노인 등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자’나 4의 ‘기타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자’는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3의 장애인과 노인의 경우 인권침해적 요인도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4는 포괄적 대상까지 확대할 수 있는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만약 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를 법적으로 허용하더라도 대상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료상업적 효과’만 집중 부각

무엇보다 원격의료 허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복지부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자단체나 시민단체에게 단 한차례의 의견수렴 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의대 홍승권 교수는 “복지부는 의료계 관계자들과 의견조율 등을 목적으로 워크샵을 가졌지만, 환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은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때문에 현재로선 단순히 의료공급자들의 이익만 대변할 제도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복지부는 ‘의료법 일부개정안 규제영향분석서’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3차례 개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환자단체나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하기 위한 설명회를 했다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또한 같은 문서에서는 ‘원격의료 이용 예상 환자’를 450만명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전국민의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과다하게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창보 소장은 “복지부는 대상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의료산업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개인질병정보의 유출, 환자권리의 침해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복지부의 태도는 환자의 입장보다 관련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태도와 관련돼 있으며, 때문에 원격의료 허용은 ‘상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 소장의 주장대로라면, 원격의료 허용은 향후 ‘대학병원의 외래환자 늘리기’ 일환으로 악용돼 대학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의료전달체계상 부작용이 발생될 소지가 크다.

원격의료 의료기관 ‘의원급으로 제한해야’

복지부는 개정안에서 원격의료 대상자를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한 재진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원격진료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라면 비교적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라 볼 수 있다.

즉, 원격의료 허용이 ‘대학병원의 외래환자 늘리기’ 일환으로 악용된다면 중소병원과 의원이 해야 할 역할을 대학병원 중심으로 옮겨가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원격의료 환자들을 중소병원과 의원에서 치료를 담당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의원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홍승권 교수는 “원격의료는 사실상 외래환자에 대한 것이어서 의원급에서 담당하는 것인 타당하다”면서 “병원급 의료기관은 입원환자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것이 앞으로의 의료전달체계에도 부합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홍 교수는 “국민에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1차의료의사를 통한 '주치의제도' 또는 만성질환관리체계와 연계해 실시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도 원격의료는 의원급에서 시행돼야 함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원격의료 허용과 관련 의료사고 시 환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기술적 문제에 대한 결함을 해결하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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