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치협으로 단일화된 대행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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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치협으로 단일화된 대행청구
  • 편집국
  • 승인 2002.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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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급여청구 묘수는 없는가?

 

대행청구가 왜 불법인가?

“대행청구가 왜 불법입니까? 솔직히 부당청구만 안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서울 N치과 Y원장)

“보통 치과의사 1인에 위생사나 조무사 2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세한 개원가의 현실에서 보험청구만 담당하는 직원을 두기는 힘이 듭니다. 대행청구는 이러한 경영상의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란 말이죠. 그런데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무작정 대행청구를 불법화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더구나 치협을 통한 대행청구만 인정한다니, 치협을 통하는 것과 일반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까?”(전남 K치과 K원장)

지난 1월 19일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특별법’의 제정으로 치협과 지부를 통한 대행청구만 인정되고 기존의 모든 대행청구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일부 개원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법을 시행하면서 최소한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법의 시행과 동시에 기존의 대행청구를 할 시 최고 1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더욱 개원가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치협에서 대행청구를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데, 그러면 그동안은 어떻게 보험청구를 하느냐는 것이 이들이 주장하는 요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토로의 현실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대행청구를 바라보는 문제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대행청구가 이번에 처음으로 불법화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불법행위였다는 사실이다.

즉,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 요양급여비용의 청구와 지급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난 97년 8월 30일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의료보험진료비 청구서 및 명세서 작성방법’ 제2항에 “진료비 청구서 및 명세서의 작성은 청구인 책임 하에 당해 요양기관 종사자가 작성하여야 한다”고 명시, 대행청구를 불법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불법이었지만 관행으로 인정되어왔던 대행청구를 정부가 벌금부과를 통해 근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이유가 최근 들어 급속히 악화되었던 건강보험재정상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해 5월 3일 열린 제1차 의약정협의회에서 정부(복지부)는 대행청구에 의한 부당청구(세트청구)를 건강보험재정적자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하였고, 이에 올 1월 이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부의 부정이 규제의 강화로

그러면 지금까지 관행으로 인정되어왔던 대행청구는 무슨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가?
왜 정부는 대행청구가 부정청구의 온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솔직히 그동안 일부 대행청구 업체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해당 치과의사들도 모르게 청구금액을 실제보다 과다하게 청구해 왔다는 것은 지금까지 개원가의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는 지금까지 대행청구 수수료가 청구건수 등과는 상관없이 청구금액에 대한 일정비율(4-6%)만으로 책정해온 때문에 일부 대행업체에서 자신들의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부정청구를 시도해온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보험청구 금액이 늘어난다는 미명하에 일부 대행업체들의 부정을 강력하게 제재하지 못하고 방치해온 일부 치과의사들에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행청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청구인(치과의사)들의 책임 하에 부정청구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불법화되어온 대행청구를 양성화할 수 있지도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행청구를 양성화하는 문제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치과의사들의 책임 하에 대행청구를 인정한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치과의사들이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행청구업체들이 제대로 청구하고 있는지 시간을 내어 감시를 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직접 청구를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치협의 조영식 보험이사의 지적처럼 애초에 대행청구를 금지한 정부의 입법취지가 대행청구를 통한 부정청구를 막아내겠다는 것보다는 환자에 대한 기밀누설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에 있기 때문인 것이다.

치협의 대행기능 2006년까지 한시적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치협이 “치과위생사의 인력공급 부족과 전산화 미비, 치과의원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일부 치과의원의 경우 대행청구가 불가피함으로 대행청구를 양성화해 줄 것”을 요구했음에도, 올 1월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대행청구에 대한 벌금부과조치를 명시했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치협의 의견도 일부 반영되어 의료법과 약사법에 명시된 의약단체(치협, 의협, 한의협, 약사회 등)를 통한 대행청구를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 이후 지난 4월말 새로 구성된 치협 집행부는 대행청구 문제의 우선적인 해결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치협 보험위원회는 5월말까지 의약단체를 통한 대행청구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해 왔으며, 지난 한달 동안은 각 지부와 근로자 파견제를 이용한 인력채용 방법 등 3가지의 대행청구 방법과 지부에서 할 것인지 협회에 일임할 것인지에 대한 막판 절충작업을 거쳐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치협에서 요양급여비용청구센터를 설립해 직접 대행청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독자적으로 대행청구를 실시하기로 한 지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치과계 전체 차원의 노력 필요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원칙은 개원한 치과의사들이 책임을 지고 요양기관 종사자를 통해 직접 청구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치협을 통한 대행청구도 2006년도까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더욱 중요한 문제는 보험청구업무라는 것이 치과의사가 아닌 사업주로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만 하는 업무라는 것이다. 이를 무시한 채 사업주이지만 치과의사라는 특수성을 들어 사업주로서 당연히 져야만 하는 법적 책임에서의 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분야의 사업주와의 법적 형편성을 고려해볼 때 받아들여지기 곤란한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현재 너무나 복잡하고 또한 현실과도 부합되지 않는 보험청구업무를 단순화하고 표준화시켜 쓸데없는 비용의 낭비를 줄여나가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기용 보험이사의 지적처럼 ▲간단한 체크만으로 알아볼 수 있는 표준진료기록부를 제작, 보급하고 ▲장기적으로는 보험청구프로그램과도 연계된 전자차트의 도입도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D3 Plus 등 새롭고 간편한 비용청구 프로그램에 익숙치 못한 회원들에게 이를 숙달시키려는 치과계 전체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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