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지하철 불법 의료광고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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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지하철 불법 의료광고 ‘판친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9.10.19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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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시민모임, 실태조사 결과 발표…사전심의 대상 확대 절실


▲ 김양락 치협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인터넷과 ▲지하철 역사 ▲마을 및 일반버스․지하철 전동차 내·외부 등 운송수단의 불법 의료광고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비자시민모임(사무총장 김자혜 이하 소시모)이 최근 진행한 ‘의료광고 심의대상 제외 매체 모니터링’(이하 모니터링) 결과 이와 같이 나타난 것이다.

소시모는 지난 16일 오후 3시부터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해 나섰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양락 의료광고심의위원장 등 3개 의료단체 관계자들과 소시모 회원, 정부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여대 송보경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의 ‘모니터링 결과’ 발제와 지정토론,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지정토론에는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제도과 박창규 사무관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황영중 회장, 김득현 변호사,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유종숙 교수,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가 패널로 참가해 ‘의료광고 심의대상 확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운송수단 의료광고! 치과가 ‘15.3%’로 가장 많아

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에 따르면, 소시모는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20여 일간 서울 및 일산 등 경기 일부지역 마을버스·일반버스, 지하철 역사, 지하철 전동차 내·외부, 기타 쇼핑몰을 대상으로 조사자 30여 명이 참가해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모니터링 결과 총 919개의 의료광고 중 지하철 역사 내에 부착된 의료광고가 613건으로 전체의 66.7%을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마을버스 124건(13.3%), 일반버스 116건(12.6%), 지하철 전동차 36건(3.9%), 기타 25건(2.7%), 버스 승강장 5건(0.5%)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수단 의료광고를 진료과목별로 살펴보면, 919개 중 치과 의료광고가 141건(15.3%)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이어 성형외과 132건(14.4%), 한의원 106건(11.5%), 산부인과 87건(9.5%), 피부과 79건(8.6%), 안과 64건(7.0%) 등으로 뒤를 이었다.

▲ 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
특히, 운송수단 의료광고 중 의료광고 심의를 받은 광고는 겨우 37건으로 전체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는 “전문병원이라 표시” 등 불법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표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시모 김 총장은 “비만 전문, 척추전문, 임플란트 전문 등 전문병원임을 표시하고 있는 광고가 전체의 18.6%에 달했으며, 치료 전후 사진을 포함하고 있는 광고도 65건에 달했다”면서 “의료기계를 부각해 광고하거나 방송이나 신문·잡지 등에 출연했음을 광고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선정적 표현’ 등 인터넷은 ‘가관’

이렇듯 불법 소지가 많은 의료광고는 운송수단은 양반일 정도로 인터넷은 ‘선정적 표현’에서부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장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장된 표현이나 선정적 표현, 신의료기술 평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광고가 많았다”면서 “또한 시술을 받은 연예인의 경험담을 내세우는 등 치료 전후 사진을 환자의 체험사례와 곁들여 마치 의료인의 기능 또는 진료방법이 탁월한 듯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터넷 의료광고에는 ▲방송 출연 경력 ▲의료진 약력 ▲타 의료기관과의 비교 ▲기사성 광고 ▲전문병원으로 광고 ▲합리적 가격·무료상담 등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 등의 불법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김 총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한 치과의 문제성 인터넷 의료광고 사례를 살펴보면,

“다OO치과는 치아성형에 다자인 개념을 더했던 ‘다OO 치아성형’을 첨단과학과 접목해 ‘루센라미네이트’로 발전시켰는데, 이는 선진국에서 치아성형, 보철치료, 임플란트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세렉이라는 독립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다OO 2.0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다”

“치료경험담을 내세워 ‘물방울 임플란트 치료를 해봤더니’…”

“환자들의 참여코너처럼 보이게 하면서 ‘화이트OOO 치과를 다녀간 스타들, 베스트 치료후기’를 사례담 소개코너처럼 보이게 함” 등이다.

인쇄매체 ‘지속적 ↓’ but 인터넷 ‘기하급수적 ↑’

소시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4월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도입된 이후, 심의대상인 인쇄매체의 의료광고는 월평균 심의 건수가 2007년 991건에서 2008년 786건, 2009년 571건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광고 심의대상 제외매체인 인터넷이나 지하철 등의 의료광고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광고 내용에 있어서도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대·과장 및 검증되지 않은 효능·효과나 체험사례, 가격 할인 등 심의 기준에 의해 볼 때 불법적인 내용의 광고가 증가하고 있다.

김자혜 사무총장은 “인터넷 등 심의대상에서 제외된 매체의 의료광고 내용 중에는 치료효과 보장, 체험사례를 통한 과장된 표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쇄매체는 사전심의를 거치는 반면 이들 의료 광고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 총장은 “인쇄매체는 과대·과장광고 등 심의에서 불승인 또는 수정승인을 요할 경우 고쳐서 광고하게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인터넷 등의 경우 불승인 또는 수정승인의 내용이 수정 없이 그대로 광고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잘못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인터넷이나 버스, 지하철역 광고의 경우 단순한 병원 위치, 전화번호, 진료과목 안내 정도는 현수막 광고 수준에서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그 밖의 치료호과나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 의료인의 방송경력, 환자의 체험사례나 치료 전후 사진 등은 사전심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영향력 증대 인터넷 배제 “형평성 어긋난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김득현 변호사는 “현 의료광고는 전통적인 의료분야보다는 ‘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광고가 대부분”이라며 “의료시장의 경쟁 격화로 인해 다소간 허위·과장된 성격의 광고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의료광고에 대한 ‘형평성’의 관점과 매체를 총괄해 일관된 심의의 필요성 면에서 심의 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매체 자체의 신뢰성과 매체의 인식경로, 소비자 노출 정도 등을 제대로 파악해 심의의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유종숙 교수도 “2007년 당시 의료광고 심의대상을 ‘정기간행물 및 인터넷신문’이라 규정한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유 교수는 “얼마 전까지 소비자는 구매 의사결정을 ‘필요인식-정보탐색-대안평가-구매결정-구매후 행동’의 패턴을 보여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필요인식-정보탐색을 통한 구매’의 패턴을 보이고 있고, 의료상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 교수는 “이렇게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의 대상이 ‘인터넷신문’으로 규정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인터넷신문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넓게 ‘인터넷 광고 및 뉴미디어 PR활동’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현행 실태와 입장 표력에도 정부 관계자는 사전심의대상 확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신중함을 나타냈다.

보건복지가족부 박창규 사무관은 “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되는만큼 사전심의라는 것이 일종의 ‘규제’에 포함된다는 견해가 크다”면서 “때문에 모든 매체를 다 심의 대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사무관은 “오늘 발제에서 아쉬웠던 것은 국민들이 의료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중 각 매체가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가에 대한 결과가 빠져있는 것”이라며 “국민들 사이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마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박 사무관은 인터넷 매체는 인쇄매체와는 달리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또한 손쉽게 수정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면서 ”때문에 심의 승인 내용이 다르게 광고되더라도 사후 모니터링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고, 심의한대로 광고가 되고 있는지에 대한 단속을 위한 실무적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과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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