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 구제 불능 '의사특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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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 구제 불능 '의사특혜법'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0.02.09 16:2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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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대, 환자측 입장 반영 없이 의료인측에게만 일방적 특혜 부여 강력 비난

 

환자 측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의료인 측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구성됐음에도 결국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에 대한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의료소비자시민연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시민사회 및 환자단체들로 구성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오늘(9일)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해당 법률안의 법리적인 문제와 절차상의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법률안은 의료인 측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으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의견서에서 지적한 법리적인 문제와 절차상의 문제를 철저히 심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문적인 의료문제를 환자에게 전가?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은 무과실입증책임(입증책임전환)을 지우는 대신 형사책임특례를 주고, 환자 측에게는 분쟁비용을 부담하게 해 형평성의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연대는 "의료의 전문적이고 특수한 영역을 고려해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증거자료 모두를 의료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피해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며 "따라서 환자가 아닌 전문가인 의료인이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률안에 의료인에 대해서 형사특례를 인정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과 관련해 시민연대는 "이와 같은 특례가 도입되면 사실관계를 밝히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종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의료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규명하지 못한 채 의사에게 면제부만 주어진다면 조정과정을 통한 환자들의 실 보상이 안 되고 형식적인 조정에만 주력할 수 있어 피해구제의 실익과 실효성이 불투명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형사처벌 부과 시 의료인의 위축으로 인해 방어적 의료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형사책임특례를 주장해왔지만 현실적으로 의사진료권이 위축될 정도로 의사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시민연대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입증책임을 전환하지 않은 채 형사책임특례를 도입하는 것은 법의 논리와 균형에 맞지 않는 악법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실에 대한 책임 규명 소홀…도덕적 해이 조장

법률안에서 허용된 무과실 보상 역시 과실을 입증하기 보다는 무과실보상으로 빠지려는 위험성을 높여 의료사고의 원인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시민연대는 "이는 과실에 대한 책임 규명을 소홀하게 만드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엄청난 재원만 소요하는 문제를 야기한다"며 "또 과실 책임 원칙이라는 민사법 체계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무과실보상을 허용한 다른 나라에서도 무과실로의 도피로 인한 재정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아주 제한적인 범위로 한정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원 마련에 대한 계획도 없이 법안만을 밀어붙이고 있어 과연 법 제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 20년 표류된 법안 하루 만에 통과?

이번 법률안은 위에서 언급한 조항 자체의 문제 외에도 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의견수렴 및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해당 법률안은 이미 20년 동안 국회에 표류해오 제정법임에도 이번 법률안 처리과정에서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개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떤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 불과 하루 만에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기염(?)을 보였다.

시민연대는 "형사처벌 특례와 무과실보상에 대해서는 당시 법안심의위원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조차 입법상의 나쁜 전례를 만들 것을 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 법안에 포함시켰다"며 "그러고는 이에 따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해 1년간 유예조치 한다는 부칙조항을 다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시민연대는 비영리민간단체가 포함되기로 한 감정단 구성과 관련해 이를 명시하지 않은 점과 법원 조정제도의 실효성 문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민연대는 "이번 법률안은 관련 제도의 부재로부터 고통 받아 온 환자인 국민을 실질적으로 구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급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에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을 철저히 검토해 법제정 취지에 부합하고 바로 잡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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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2010-02-10 16:19:12
에서 깊이있게 연구하고 견해를 정리해야할 사안 같습니다. 소비자단체와 의료인단체 사이에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건치가 중심을 가지고 중재안을 만들수도 있다고 봅니다.

전민 2010-02-10 16:09:18
법안이 의료인이 입증 책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건가요?. 형사책임특례를 주는 대신 의료인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건가요?

전양호 2010-02-10 12:30:07
무과실입증책임, 형사특례, 부과실보상 같은 용어는 너무 어려워서 박스처리나 각주같은 걸 달아서 설명을 해주는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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