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의료개방을 둘러싼 8가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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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의료개방을 둘러싼 8가지 비밀
  • 편집국
  • 승인 2004.11.18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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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의 실패를 감추려 사실을 왜곡하는 재경부

(편집자주)  의료를 장사로 내몰아 가는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악안이 12월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입법예고와 함께 16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이 개악안은 외국인 기업유치와 투자활성화를 목표로 만든 경제자유구역법안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지자, 각종 외국인 및 기업 특혜조성을 목적으로 작성된 법안으로 당초 의료계가 추측했던 개악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이에 건치신문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답형식으로 의료시장개방을 둘러싼 여러 의문들을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글은 건치 의료시장화저지 대책팀에서 작성한 글이다.

1) 경제 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은 외국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의료개방과는 별 연관이 없는 것 같은데...

아니다. 실제는 내국인용이다.

정부는 이미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을 입법 예고했고, 예상되는 외국인 수요의 몇백배에 이르는 대규모 외국계 병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의 의료체계로도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에 상주해 왔던 수많은 외국인들은 의료이용에 큰 문제없이 잘 살아왔다.

정부의 실제 속셈은 현정부의 핵심 사업인 경제자유구역 프로젝트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실제 외국계 기업의 투자 유치가 쉽지 않자, 전 세계 어느나라도 추진하지 않고 있는 의료시장개방을 미끼 삼아 철없는 외자 유치 쑈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왜 외국기업 유치 소식은 별로 없고, 의료기관 교육기관 유치 소식만 떠들썩할까? 정부가 추진하는게 경제자유구역인가? 아니면, 의료 및 교육개방구역인가?

2) 동북아 허브병원을 만들어 외화를 벌어들이면 좋은 것 아닌가?

외화를 벌어들이기는 커녕 유출되는 게 훨씬 더 많다.

국내 의료 기관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국가의 수가통제를 받고 있다. 그래서 미국식 의료제도보다 진료비가 훨씬 싸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은 그런 통제에서 벗어나 고가 고급진료를 지향할 것이고, 결국 국내 상류층이 그들의 주 고객이 될 것이다.

결국  그 비싼 외국병원에서 국내 상류층을 상대로 벌어들인 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게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자신의 정책실패를 감추려 장기적 국부 유출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3) 싱가폴과 중국의 동북아 허브 병원을 보라?

재경부나 일부 언론이 퍼뜨리고 있는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싱가폴의 래플즈병원? 샴쌍둥이 수술로 유명한 그 병원도 전체환자의 70%가 자국민이다. 나머지도 바로 인근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지아인이며, 게다가 그들은 동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은? 중국에 동북아 의료허브로 도입된다는 상하이 국제의료존에 2007년까지 세워진다는 외국계 최고 병원은 사실 상시 거주 외국의사는 없을 예정이며, 3개월마다 교대하는 조건으로 5-10명 정도가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외국인 진료가 아닌 내국인 진료를 위한 병원이다.

그 두 나라의 병원이 의료허브 구실을 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의료허브란 개념 자체가 한낱 몽상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의사가 없는 한 세계 최고병원은 있을 수 없다. 어떤 환자가 파견의사 몇 명 보고 동북아 최고의 의료허브라 하겠는가?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의사에게...

결국 세계 최고병원을 유치해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들기를 커녕, 고가 진료를 원하는 부유층의 허영심을 자극해 돈을 벌려는 외국자본에 문만 덜컥 열어주는 꼴이 될 뿐이다.

4) 경쟁이 확대돼야 서비스가 개선된다?

의료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지는 일반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공급이 늘면 의료수요도 늘어난다.

그렇기에 정부 스스로도 의료산업의 과잉경쟁 방지를 위해 치의대 정원을 제한해 오지 않았던가?

지금도 대한민국의 의료는 넘쳐나는 경쟁으로 최근 10년간 국민 의료비가 급속한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데, 이같은 의료시장의 특성에 무지한 자들이 국민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쟁확대를 외치는 것 자체가 정부 스스로의 논리모순일 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5) 의료에도 시장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일명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시장논리를 의료에 적용해도 될까요?

1000만원짜리 TV는 안사고 안보면 그만이지만, 건강과 죽음 앞에서 1000만원짜리 치료는 안받을 수가 없다. 영리법인이 마음껏 수익을 추구하고 민간의료보험이 넘쳐나는 등 시장 논리에 충실한 미국식 의료제도는 당연히 의료수가도 높고 민간보험 역시 너무 비싸서 교통사고 환자가 뇌수술 보험이 따로 없으면 두개골 대신 헬맷을 쓰고 다니고, 어린 소녀가 너무 비싼 충치 치료비 때뭄에 생니를 뽑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미국은 전 세계 의료비의 절반을 넘게 쓰고 있으면서도 인구 중 무려 4300만명이 무보험에 방치되어 있고, 영아사망률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뉴욕 흑인가의 남자는 상류층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무려 40세나 적을 정도로 의료의 빈부격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의료가 일반 산업과 다를 게 없다면, 정부내 보건복지부는 왜 따로 존재하고 있는가? 정부는 의료도 일반 산업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하기 전에 보건복지부를 산업자원부에 먼저 통폐합해야 할 것이다.

6) 의료시장개방이 전세계적 대세라고?

일부의 극단적인 예가 전세계적 대세라 할 수 있는가? 물론 개방은 대세이고, 또한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빈약한 나라는 국제교류 없이 생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 그 어떤 나라도 하지 않고 있는 의료시장개방마저 대세는 아니다. 고작 칠레와 중국 정도가 비슷한 정책을 쓰고 있지만, 칠레는 의료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도입했다가 이미 의료체계가 붕괴되었고, 중국은 한마디로 의료체계가 붕괴한 나라일 뿐이다.(ADB 아시아 개발은행 2002) 거의 아무런 의료체계가 없기 때문에 의료공급의 절대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자본의 투자를 받고 있는 수준일 따름이다.

의료 선진국의 예를 들어보자. 스웨덴은 공공의료 기관의 비율이 90%이상이고, 영국은 일부를 제외하고 의료 및 치과서비스가 거의 무료이다. 싱가폴은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우리의 60배이고 보건의료예산도 11배 이상이며, 일본에서는 이미 공공의 성격이 강한 의료에 영리법인을 도입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이다.

또한 호주는 세계화의 대세 속에서도 오히려 정부의 규제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으며, 가까운 대만만 해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건강보험료의 수준으로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크게 확대하는 등 의료 공공성 강화에 더욱 치중해 국민들의 의료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대분분의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는 게 전세계적 추세이며, 대세인 것이다.

7) 이미 의료는 상품이고, 영리법인 허용도 이미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의료가 상업화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최소한의 방어벽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경제자유국역내 외국병원(내국인 진료허용)은 그 둑을 무너뜨리는 구멍이 될 것이다.

최소한의 방어벽이란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도와 전국민 건강보험, 그로 인한 의료수가의 통제이다. 

그런데 이미 영리법인허용, 건강보험 강제지정 제외 등 국내병의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를 허용한다면, 이는 그러지 않아도 호시탐탐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의료 사회주의'라 왜곡하면서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도의 폐지와 영리법인의 허용 등을 주장하고 있는 의협의 주장을 막아내기 힘든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더욱이 현재 예상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수가가 현재 국내 수가의 6-7배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와 동일한 조건을 주장하게 될 국내병의원의 영리법인 허용과 건강보험 강제지정 제외허용으로 이어지면서 이 틈새를 이용해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대체제로 나타날 수 밖에 없고, 결국 소수의 건강한 부자들이 이용하는 민간의료보험과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국민건강보험으로 분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하는 대다수 국민은 의료기관으로부터 외면받거나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과의 계약보다는 의료수가가 높은 민간의료보험과의 계약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고, 대다수 국민은 국민건강보험으로 '제도적으로는' 건강보장을 받겠지만, 공공의료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우리나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들면서 건강보험증은 한낱 휴지쪼가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무너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8) 의료시장개방으로 국내의료 수준을 높인다?

정말 높여야 할 의료수준은 OECD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공공의료 비율이다.

의료수준이란  의료기술 수준과 의료장비 수준, 국민의 의료서비스 만족 수준, 그리고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 접근 수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의료 기술수준은 이미 세계 일류에 뒤지지 않고 의료장비 또한 과할 정도로 첨단이다. 실제 뒤지고 있는 의료수준은 친절로 대표되는 서비스 수준이나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접근수준이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에서 진료비를 몇 배나 비싸게 받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국내의료수준 향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접근도를 대표하는 공공의료비율이 우리나라는 고작 10% 정도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오히려 의료시장개방으로 말미암아 우리 국민 대다수의 현재 의료수준마저 급속히 떨어뜨릴 것이 자명한 실정인 것이다.

국내 의료 수준 향상을 위해서 도입하려면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의료선진국의 공공성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과연 기술이 떨어지고 자본이 부족해서 문제인가? 아니면 국민들이 치료법을 알고 치료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인가?

지금 추진되고 있는 의료시장개방은 국제적인 압력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발벗고 나서서 우리의 의료를 외국자본에 팔아먹고, 가뜩이나 열악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파탄내 버리고야 말겠다는 의사표시에 다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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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국 2004-12-15 13:12:21
편집국 화이팅..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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