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가을의 마지막 국화 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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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가을의 마지막 국화 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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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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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 한줌없는 바위틈에서 자라는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번에 소개할 들풀은 해국이다.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 쑥부쟁이속의 여러해살이풀로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11월의 풀로 선정한 야생화이다.

들풀의 이름은 대부분 순수한 우리말로 붙혀져 있지만 한문으로 되어 있는 것도 다수 보인다. 해국은 이름 그대로 바닷가에 자라는 국화로 바위틈에 붙어 짠물 맞아 가면서 자란다. 키는 30cm 전후로 원예용으로 적당해 각광받고 있는 종 중의 하나이다.

풀들은 각자 자라는 지역의 특성이 있다. 들에서 흔히 보이는 것도 있고, 높은 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바닷가에 분포하는 것들도 있다. 울산도 바다와 인접한 곳이지만 어쩌다 보니 바닷가에 사는 식물 특히 염생식물은 담아올 기회가 별로 없었다.

▲ 늦은 가을 해변을 장식하는 해국은 보라색꽃이 핀다
지난 여름휴가는 태풍이 온다기에 어디로 떠나 볼까 망설이다가 결국 집에 눌러 앉았다. 하루는 바닷가로 가서 얘들을 풀어 놓았다. 물이라면 껌뻑 죽는 녀석들이니... 지난해 배운 수영실력이 또래들에 비해서는 월등하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으니 고무투브 하나씩 주고 감시는 잠시 어부인에게 맡기고 주변 탐사에 나섰다.

사실 나의 목적은 이것이다. 해국을 찿아서 주변을 살폈다. 살펴 볼 것도 없이 해안 바위틈에 무수히 많은 해국이 자라고 있었다. 덤으로 바위솔도 함께 있었다. 흙 한줌없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도 경이롭다. 이제 꽃피는 시기를 맞추어 다시 찿아오는 일만 남았다.

시월 어느 날, 드디어 때가 왔다. 개화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꽃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 회원행사로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마침 장소가 바닷가 초등학교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다. 조금 일찍 출발해 해안가로 갔다. 대상은 해국과 바위솔이다.

급히 차를 세우고 바위 위를 쳐다보니 활짝 핀 해국이 나를 반기고 있다. 해국은 꽃이 보라색이다. 흰색 꽃이 피는 것도 있다기에 열심히 살폈다. 행운이 따르나 보다. 접근이 어려운 바위 위에 흰색 꽃이 핀 해국이 한 포기 보인다. 위험해도 올라 갈 수 밖에 없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뭐하나 싶어 쳐다본다. 바위 위로 올라가면 바위솔도 꽃이 피어 있으리라.

▲ 한가로이 파도를 친구삼아 살아 가고 싶나 보다
그런데, 어? 이상하다. 바위솔이 하나도 안 보인다. 여름에는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내려와서 쳐다보니 접근가능한 곳에는 바위솔이 하나도 없고 올라갈 수 없는 절벽위에만 바위솔이 보인다. 누군가가 모두 채취해 가져가 버린 것이리라. 대량으로 가져간 걸로 유추해 볼때 아마도 야생화를 판매하는 상인의 소행이리라.

야생화를 찿아 헤메이다 보니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 가끔 보인다. 채취해간 흔적도 보이니 여간 서운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가져가고 군락지는 보전했으면 좋으련만...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은 원인이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최근에 더 심해지는 듯하다. 씨를 받아가 번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뿌리채 캐내어 가져가 버리는 것이 문제다. 살리지 못하고 죽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개발로 인한 백두대간의 파괴도 식물들에게는 천적이다.

둘은, 환경변화이다. 대기오염과 산성비 등도 영향이 있겠지만 자연적인 환경변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산업화 그리고 에너지 개발로 산을 헤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식물들의 삶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산속에 조그만 길들이 무수히 많았다. 사람들이 땔감을 구하러 다니지 않으니 키 큰 식물들이 많이 자라게 되고, 키작은 식물은 햇빛을 받지 못해 사라져 가고 있다.

▲ 흰색 꽃이 피는 것은 드물다. 수 많은 개체중에 나홀로 흰색 꽃을 피운 것이다
어제는 올해 마지막으로 산을 다녀왔다. 나뭇잎도 대부분 낙옆이 되어 떨어지고 풀들도 줄기가 시들어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의 들꽃사냥도 이제 내년 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자연은 거짓이 없으니 우리 인간군상들도 자연에서 한 수 배움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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