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6]유쾌·상쾌한 한밤중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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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6]유쾌·상쾌한 한밤중의 행진
  • 전민용
  • 승인 2010.04.14 12: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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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저. 재인

 

'한밤중에 행진'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답게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이다. 10억엔을 차지하기 위해 뺏고 뺏기는 반전에 반전이 흥미진진하다.

그에게 일본의 권위있는 나오키상을 안긴 '공중그네'를 2005년 우연히 접하고 한동안 팬이 되었다. '공중그네'는 뚱뚱하고 못생기고 괴팍하지만 즐거운 건 뭐든지 하고보는 이라부라는 정신과의사와 병원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왕주사를 놓을 때는 슬쩍 가슴을 보여주기도 하는 괴짜 간호사 마유미가 중심인물이다.

▲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저. 재인
겉보기엔 멀쩡하거나 성공한 인생인 듯 보이지만 강박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5명의 독특한 환자들이 나온다. 읽다보면 절로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상식을 벗어나는 이라부의 매력에 푹 빠지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져서 직원들과 함께 단체로 보러간 적도 있다.

두 번째 읽었던 '면장선거'는 이라부가 조그만 섬에 보건소장으로 가게 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섬에서는 곧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었고, 두 개의 팽팽한 정치세력이 면장 자리를 놓고 사활을 건 선거운동을 전개한다.

토건국가로 정권을 유지해 온 일본답게 대표적인 두 개의 건설회사가 중앙정부에서 주는 예산을 독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운다. 이라부의 기상천외한 면장 선출 방법이 압권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현실하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몇 달 전에 읽은 '야구장 습격사건'은 야구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별로 재미가 없는 소설이다. 내가 바로 야구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2/3쯤 읽다가 야구 를 '특별히' 좋아하는 처남에게 줘버렸다.

이번에 읽은 '한밤중에 행진'은 개성 있는 세 사람이 주인공이고, 모두 한 두가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요코야마 겐지는 어려서부터 사기로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해 온 자칭 청년실업가, 타칭 양아치이다. 미타 소이치로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천재적인 암기력의 소유자지만 과집중증이 있어 바보 취급을 받는다. 구로가와 치에는 모델 출신의 미인이지만 불행한 성장으로 삐딱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세 사람이 10억엔을 탈취하기로 하고 전개되는 좌충우돌을 그렸다. 야쿠자와 중국인 깽단까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상황을 상당히 정교하게 풀어 나간다. 제목처럼 주로 한밤중에 사건이 일어난다. 오쿠다 히데오답게 강도질마저 즐거운 놀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 과정을 통해 주인공 세 사람은 조금씩 성장한다.

아직 '공중그네'를 읽지 않은 분이라면 먼저 '공중그네'부터 읽기를 권한다. 가장 재미있다. 나머지 책들은 취향에 따라 고르시기 바란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에서 뭔가 거창한 것을 얻을 생각은 마시라. 그저 즐거운 시간 보낸다고 생각하고 읽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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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od 2010-04-17 11:50:00
남쪽으로 튀어..를 단숨에 읽어체치면서 오쿠다ㅏ히데오에 입문했었는데...

행진도 함 읽어봐야겠네요...

김기현 2010-04-15 14:02:13
오쿠다 히데오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준 재밌는 작품이죠... 전 개인적으로 '남쪽으로 튀어'가 젤 괜찮았던 것 같네요...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만 읽으면 오쿠다의 책은 거의 다 읽은 느낌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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