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새로운 좌파정당 창당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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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새로운 좌파정당 창당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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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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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G 대의원 대회에서 결의

“새로운 정치는 가능하다”라는 모토아래 사회운동세력의 새로운 좌파 정당 창당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0-21일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렸던 “선거대안 노동과 사회정의”(Wahlalternative Arbeit & soziale Gerechtigkeit, 이하 WASG)는 연방대의원 대회에서 정당으로 전환과 2005년 노르트란인베스프팔렌(Norgreihn-westfalen)주의회 선거와 2006년 총선 참가를 결의했다. 

WASG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항해 노조활동가, 좌파지식인, 반세계화운동가 등이 참가해 지난 7월 결성한 단체로 독일남부 바이에른주의 IG-Metall(금속노조)의 노조활동가를 중심으로 결성된 ‘노동과 사회정의 위원회’(Initiative Arbeit und soziale Gerechtigkeit)와 월간 '사회주의(Sozialismus)'와 케인즈주의 경향의 대안경제정책연구그룹(메모란둠그룹)이 중심이 되어 만든 '선거대안(Wahlalternative)'이 통합해서 결성한 단체다.

WASG를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에 따라 진행되는 사회복지의 축소와 의료체계의 변화, 노동시간 연장 등 복지국가의 해체에 대한 대안적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좌파 정당의 지지축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민당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과 당원들의 대거 탈당으로 다음 총선에서 우파의 복귀를 막을 길이 없어보이는 상황이 그들이 움직인 이유중에 하나다. 여기에 최근 지지율이 약간 오른 민사당의 경우 동독지역에서 20%대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서독지역에서 1-2%의 지지만을 얻고 있어 전체적으로 5-6%정도의 지지에 머물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WASG는 서독지역을 중심으로 좌파적 정치성향의 희망을 조직하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실제 지난 8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0%대의 잠재적인 지지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WASG는 지금까지 기존의 정치권과는 다른 대안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협의체에 머무르면서 주별 조직과 도시별 조직을 건설하고, 6000명의 회원을 확보는 등 토대를 다져왔다. 독일 중부에 있는 도시 Marburg의 지역조직은 9월 조직을 만든 이후 현안문제에 대한 정치 선전활동과 "노동시간연장"과 "하르츠4법안(사민당의 사회부조의 축소와 실업연금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프로그램)" 등에 대한 세미나개최 등 기초활동을 통해 지지세력을 넓혀오는 등 많은 지역에서 꾸준히 기본을 갖추는 노력을 해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협의회" WASG의 연방대의원 대회에서 연말 정당전환여부에 대한 회원 총투표와 1월 창당 4-5월 당강령 채택을 결의함으로써 본격적인 정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WASG가 "다른 정치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첫째 사민당 좌파의 참여여부다. 사민당 당수를 지낸 라퐁텐이 “현재의 사민당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경우 새로운 좌파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몇몇을 제외하고 사민당내 좌파의 움직임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70년대 녹색당이나 1차세계대전중 사민당에서 분리했던 독립사민당(USPD)처럼 폭발력을 가지기 위해서 그들의 참여가 WASG로서는 절실한 상황이다. 이들의 참여여부는 정당의 형태가 갖추어지고 선거가 가까워져야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민사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WASG의 일부 회원들은 민사당이 베를린시의 연정에 참여하면서 학생등록금 도입을 시도하는 등 신자유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과두정당”의 하나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과 민사당은 두 정당의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정책에 공통점이 많다는 데 동의하고 있고, 독일의 선거제도는 전국적으로 5%를 얻지 못하면 의석을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에 따라 WASG-PDS 공동리스트로 총선에 참여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사민당의 지지율회복이다.  최근 들어 사민당이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WASG는 명분과 실제적인 면에서 약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창당명분으로 내세웠던 수동화되는 좌파적 성향을 조직한다는 목표도 약간 명분을 잃는 듯하고, 그들이 공략할 유권자층이 줄어드는 실제적인 어려움도 있다. 사민당지지율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경우 WASG의 5% 득표에 대한 의심으로 사민당에 지지가 몰릴 위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민당지지의 회복이 사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기민련/기사련의 의료체제개편에 대한 논쟁의 반사이익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회복되거나 30%대의 지지를 유지할 지는 미지수라 여전히 WASG의 명분과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사민주의 정당과 그에 대항하는 새로운 정당의 창당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국의 이라크전쟁 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노동당에서 출당당한 조지갤로왜이(George Galloway)가 이끄는 “리스펙트(Respect)”, 이탈리아의 “재건공산당”, 그리고 브라질의 노동자당의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등장한 신좌파정당추진세력등이 그런 예들이다. 독일의 WASG도 그런 흐름들 중에 하나다. 이들이 국내의 선거라는 경쟁에서 살아남아 “다른 정치는 가능하다”는 그들의 모토를 실현하고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창출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류현영    ⓒ jinbo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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