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눈·귀 막는 지역주의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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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눈·귀 막는 지역주의 무너졌다
  • 안재현
  • 승인 2010.06.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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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6.2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지역투표에서 계층투표로 전환

 

이번 지방선거 같이 대형 사고와 계층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드물다. 천안함 침몰로 시작된 북풍과 극우 전쟁세력의 득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계층적 이해를 대변하는 무상급식, 공교육 강화, 개발 독재에서나 통할 법한 4대강사업, 세종 시 원안과 수정안 등 무수한 사건과 이슈가 가득한 선거였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선거 전날 이미 승리한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 앞으로 2년은 선거가 없으니 기존의 강압적 정국운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선거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한나라당의 참패였다.

왜 한나라당은 여론조사에서는 이기고도 선거에서는 패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여론조사에서 숨어있는 표가 있다고 하기도 하고, 모바일을 포함한 조사가 아니어서 정확하게 대변하지 못한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공포정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작년 촛불시위 후, 이명박 대통령은 대 국민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촛불이 잦아들기가 무섭게 촛불시위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고, 세계에 유래 없는 인터넷 실명제를 하여 네티즌의 입을 막고, 각종 시위를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통제하고, 심지어 몇 년 전에 단 2만원을 모 정당에 후원했다고 교사를 중징계하는 등, 심각할 정도로 공포정치를 하였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는 천안함 침몰을 내세워 공포정치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이런 공포정치는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소시민들에게 사실 상 답변을 거부하거나 거짓 답변을 유도할 충분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시민의 입을 막고 민주주의를 압살한 대가는 침묵 속에서 투표로 심판하는  부메랑이 되어 현 정권에 참패를 안겨준 원인이 되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국정운영 지지율에서 10% 이상을 빼야 진짜 민심이라는 것을 알고 겸허한 마음에서 국민들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오만과 공포정치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지역주의 정치에서 계층 정치로의 전환점을 맞고 있기도 하다.

선진국 문턱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한국에서 정치는 전근대적 보스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역감정은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렸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할 때 자신이 속한 계층과 관련된 정책들이나 정당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상도 정당, 전라도 정당이 주요한 표 행사 이유였다. 작년에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이런 망국적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평생을 다 바치기도 했고, 부산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계층 투표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지역주의의 장벽은 너무나 높았다. 서거하신 김대중 대통령 역시 중산층 서민의 지지를 말씀하시면서 계층투표를 요구하였지만 결국 지역주의 벽을 넘지는 못하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 정치를 모욕하고 왜곡시켜온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경상남도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부산에서는 야당 후보가 45%의 지지율을 보였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는 무소속이 승리하였고 충청도에서 지역주의가 무너졌고 서울 시장 선거에서 계층별 투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물론 아직 전라도와 경상북도는 지역주의 정서가 강하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유권자들의 귀와 눈을 막는 지역주의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예단해본다.

이번에 승리를 거머쥔 야권 연합 세력은 일시적 승리에 도취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지역주의는 언제든지 다시 발호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귀와 눈을 멀게 하는 요상한 괴물 지역주의를 무너뜨리고 계층투표를 통해서 좌와 우가 정책으로 대결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승리세력들이 진정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안재현(건치신문 논설위원, 건치 울산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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