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교수! 신같은 명의 or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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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교수! 신같은 명의 or 사기꾼"
  • 이종호
  • 승인 2010.06.17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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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투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광현 교수의 ‘우스운 주장’을 접하며…

▲ 이종호 교수
2010년 6월 15일 데일리메디에는 “치과서 시행하는 설암수술 위험천만”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의 김광현 교수를 기자가 인터뷰한 후 작성된 것으로, 기사가 매우 편향적이고 진실을 호도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바, 잘못된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국내 치의학계는 물론 의학계의 발전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 우려된다.

이에 필자는 본 기사의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동시에 추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 글을 쓰고자 한다.

첫째, 데일리메디의 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들이 실제로 구강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구강암을 치료해 재발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전신적 치료를 요하는 암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치과의사의 지식이 부족한 점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기자 스스로 이야기했듯 구강암(설암)은 입 안에 위치한 기관(혀)에 발생하는 암으로, 상당수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치과의사가 가장 잘 아는 것이 상식이다.

오히려 이비인후과는 코, 귀, 후두 부위의 질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로서, 구강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해 무지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치과, 그 중에서도 구강악안면외과는 구강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도록 국가에서 인정, 허가한 전문과목이다.

현재 구강암은 치과에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구강악안면외과는 구강 뿐만 아니라 턱뼈 및 안면에 대한 총괄적인 지식을 가지고 해당 부위의 질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치과 내의 분과이다.

또한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구강암에 대한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구강암에 대한 연구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연세대의 구강종양연구소는 국가 시책에 의해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으로, 김진 교수(치과의사, 구강병리과)가 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많은 구강악안면외과 및 구강병리과 의사들이 구강암 연구에 힘쓰고 있다.

또한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산하에도 구강암연구소가 설립돼 있으며, 필자(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가 소장을 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비인후과가 구강암 치료에 더욱 적합한 과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국가 정책으로 정해 놓은 전문의제도를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또한 자신들이 무지한 부분에 관해 마치 자신들의 고유한 영역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우스울 지경이다.

둘째, 김광현 교수의 주장 중 암의 경우 중한 정도에 따라 다른 부위의 피부를 절개해 이식하는 수술이 필요한데 이는 치과의사가 하기에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치과대학병원에서는 구강암의 절제 후 팔이나 등의 피부, 갈비뼈, 골반뼈 등을 이식해 성공적인 구강 재건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광현 교수가 주장하는 맥락에서 본다면 이비인후과 역시 이러한 수술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과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구강 및 안면의 구조 및 저작 등의 기능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쪽은 치과의사(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 이비인후과에 비해 씹는 기능 등의 재건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줄 수 있다.

셋째, 치과에서 암 치료를 한 후 재발되어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가 많다는 김광현 교수의 주장 또한 상당한 억지 주장이다.

비단 구강암 뿐만 아니라 모든 암은 재발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이제는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이다. 물론 최종의 목적은 재발 없는 치료를 향해 가야 하겠지만, 현재는 어떤 명의라 할지라도 암을 치료하면서 재발의 위험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김광현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마치 구강암이 재발하는 것은 치과에서 잘못된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며, 자신이 치료를 한다면 재발의 위험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광현 교수는 신에 가까운 명의이거나 사기꾼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이비인후과의 잘못된 구강암 치료로 인하여 상당수의 환자가 치과병원에 다시 내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군별로 치료 후의 재발율을 연구한 데이터도 없이 이러한 근거없는 주장을 언론에 흘린다는 것은 자연과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넷째, 김광현 교수는 또 “암은 수술만으로 치유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며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 전반적인 방법이 동원돼야 하는데 치과는 이러한 부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하여 마치 자신이 직접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부위의 암이든 항암치료는 혈액종양내과에서,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시행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치과는 자체적으로 혈액종양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 환자를 해당과에 의뢰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점은 이비인후과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마치 이비인후과가 이러한 측면에서 훨씬 우월하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진실을 왜곡해 국민을 속이고 남의 영역을 빼앗으려는 처사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태도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렇게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것이 예상되는 기사라면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하고 거짓이 아님을 확인한 후 기사를 작성해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넣지 않는 것이 언론인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자는 한 쪽의 주장만을 무분별하게 기사에 게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자라면 적어도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구강악안면외과 측의 의견을 듣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인터넷에서 사실 관계라도 확인한 후 이러한 기사를 작성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기자가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 학술지라도 검색해 본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구강악안면외과가 구강암 연구 및 치료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종호(서울대학교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구강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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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영역 2010-06-18 23:47:15
남의 영역에 대해 발언할 때는 조심스럽게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말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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