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라크 파병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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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라크 파병에 대한 단상
  • 편집국
  • 승인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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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우리처럼...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나고 있다. “살고 싶다”고 절규하던 내 나이 또래의 김선일씨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온 국민이 애도하고 분노하던 그 뜨겁던 열기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식어가고 있고, 그러는 와중에도 지금 이라크에서는 총성과 폭음이 끊이지 않은 채, 또 다른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항공기에 대한 테러설까지 나오면서 더 이상 우리나라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언제 또 무고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서글픈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강대국의 압제와 횡포에 맞서는 약소국의 최후의 발악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온 테러를 우리가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다니….

우리는 강대국도 아니고, 압제나 횡포를 휘두르는 것과도 거리가 먼데, 오히려 너무나 미약한 국력 때문에 정당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단순히 미국이 원하기 때문에 그 요구에 응해 군대를 파병했다는 이유로 이런 어이없는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우리로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정말로 우리가 미국의 식민지라면 모를까, 그래도 주권을 가진 하나의 독립국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과연 미국의 어떤 요구까지 들어주는 것이 옳을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아무런 명분이 없고, 그들이 애초 주장한 대량살상무기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미국과 영국, 전쟁을 일으킨 두 나라도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침략전쟁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한 셈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가 여러 면에서 중요하고, 국익이라는 명분 하에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때로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미국의 요구가 다소 부당한 줄 알면서도 미국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허나, 미국의 요구라면 우리는 어떠한 것이든 모두 들어주어야 하는가?
우리나라가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으리라. 문제는 그 선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일 게다.

내가 만약 이라크인이라면 나는 미국보다 미국의 요구에 응해 파병한 다른 여타의 나라들이 더 미울 것 같다.

미국이야 자국의 이익 때문에 그런 무도한 일을 벌인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제국주의의 본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미국에게 똑같이 당하고 피해를 입어온 나라들이 단지 이번에는 자신들이 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러한 미국에 동조하고 이라크를 침략하는 일에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협력한다면 참으로 어이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런 그들이 평화와 재건을 목적으로 왔다고 한다면 코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겠는가?

다음이 바로 자신의 차례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러한 부당한 협력과 파병이 그들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어리석음에 개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다음에 그들이 똑같은 침략을 당하게 된다면 그 때 그들은 무슨 명분으로 국제사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그들은 무슨 면목으로 정의를 이야기하고 세계평화를 이야기할 것인가?

북한이 이라크 다음으로 미국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든지 손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이후는 아마 상상만 하기에도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 이후는 남한과 북한도 없고, 국익이라는 명분도 없고, 승자도 패자도 없이 오로지 상상하기조차 싫은 폐허와 비극적인 현실만이 남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전쟁에 동조하고 동참하는 것은 그 나라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을 범하는 것이다. 반전평화운동은 그래서 우리 시대에 커다란 하나의 화두가 되었고, 동시에 가장 유력한 무기가 되었다.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반전평화운동이 아닐까?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누가 전쟁을 원하고 테러를 불러오는지 깨닫게 하는 운동이 바로 반전평화운동일 것이다.

테러는 절대 무력으로 응징되지 않는다. 9.11테러를 보복하고 응징하기 위해 벌인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절대적인 패권국가인 미국조차도 가공할 군사력과 국력을 쏟아 부었건만 3년이 다되도록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도 잡지 못했을 뿐더러 미국도 이라크도 전혀 테러에 안전하지 못한 불안한 상황이며 국제여론은 오히려 미국에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다.

스페인이 철군했고, 필리핀이 철군했고, 태국은 철군을 결정하고 철군중이며, 미국의 더 없는 동료였던 영국마저 국민의 여론에 떠밀려 추가파병을 거절했으며, 호주의 야당은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더 이상 우리가 미국의 식민지이기를 자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부당한 침략전쟁에 동참해선 안된다. 적어도 수 천 년동안 외세의 침입에 시달려온 우리라면 강대국의 부당한 침략에 일조해선 안된다. 우리가, 우리의 후손들이 또 다시 외세의 부당한 침략과 도발에 우리 강토를 짓밟히기를 원치 않는다면 그래선 안된다.

그들도 우리처럼 강대국의 만행에 신음하는 무고한 백성들일 뿐이다.

 김의동(건치 연대사업부장, 청구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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