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窓> 딴나라당,닫힌너희당 그리고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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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窓> 딴나라당,닫힌너희당 그리고 우리의 미래
  • 인터넷참여연대
  • 승인 200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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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황하는 언제나 흙탕물이기 때문에 이름도 '누런 강'이다. 사실은 '흙탕물 강'이라는 뜻이다. 그 발원지서부터 험준하고 메마른 땅을 헤쳐서 흐르기 때문에 황하는 '흙탕물 강'일 수 밖에 없다. 이 황하는 한족의 상징이다. 한족은 황하를 용으로 상징하고, 자신들을 '용 민족'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한족은 황하를 두고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도 만들었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황하는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인즉슨 당연한 소리다. 황하는 맑아질 수 없다. '백년하청'은 이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나쁜 행실을 도무지 바꾸지 않는 사람을 꾸짖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며 '백년하청'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바뀌지 않는다. 황하가 맑아질 수는 있어도 한나라당이 반성하고 개혁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언제까지고 '딴나라당'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거대정당으로 남아 있는 한, 그들이 꿈꾸는 '딴나라'를 위해 이 나라는 끊임없이 농락당하게 될 것이다.

다시 저 끔찍한 16대 국회를 잠시 떠올려 보자. 한나라당은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재벌들로부터 100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자금을 받았다. 이를 위해 '차떼기'와 '책떼기'같은 참으로 파렴치한 방법을 사용했다. 어디 그뿐인가?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수사받아야 할 '동료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임시국회를 열었다. 이 때문에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더 나아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동료 의원'을 석방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 국회는 '탈옥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행태는 마침내 대통령 탄핵에서 절정에 이른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자기들이 장악한 국회를 통해 갈아치우겠다는 쿠데타적 폭거를 일으킨 것이다. 국회가 직접 '쿠데타'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16대 국회의 한나라당은 똑똑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해서 한나라당은 정당개혁과 국회개혁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은 반성한다고 했다. '유신 공주'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정녕 '악어의 눈물'이었던 모양이다. 악어는 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눈물이 아니다. 먹이를 잘 보기 위해 눈을 닦는 것일 뿐이다. '유신 공주'가 흘린 것은 진정한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었다.

17대 국회의 첫해에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그저 몰상식의 극치이다. '방탄국회', '탈옥국회'로 국회를 악용하기 위해서는 멋대로 임시국회를 열었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개혁입법의 저지를 위해 임시국회의 개회 자체를 막겠다고 한다. 몸으로 의장석을 점거한 채 탄핵안을 가결시켰던 한나라당이 다시 또 몸으로 법사위실을 점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상정 자체를 막고 있다.

16대 국회의 한나라당과 17대 국회의 한나라당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는 것을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16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17대 국회도 한나라당의 놀이터이고 체육관이고 면죄부 발급소이다. 이런 반민주적 정당이 입만 열면 제1 야당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의 민주화가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은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이 온갖 반민주적 방식으로 한사코 지키고자 하는 것은 저 냉전독재 시대를 대표하는 국가보안법이다. 하는 짓으로 보나, 그렇게 해서 지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기껏해야 유신 시대의 냉전수구당일 뿐이다. '유신 공주'가 이 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 나라를 유신 시대로 되돌려 놓고 싶어한다.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된 바탕에는 반한나라당, 다시 말해서 반냉전수구의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지구화의 시대에,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11위에 이른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같이 반민주적인 냉전수구당이 제1당이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요청이 열린우리당을 제1당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 절박한 요청은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냉전수구세력의 발호를 막고 지구화시대에 걸맞는 개혁을 이루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행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내에는 한나라당과 '수구경쟁'을 벌이는 세력까지도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들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당 지도부는 결국 이들을 장악할 수 없었다. 열린우리당이 '닫힌너희당'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제1당으로서 기백도, 의지도, 목표도, 전략도, 전술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저항의 탓이 가장 크다. 그러나 그것은 예상된 저항이었다.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보노라면, 실제로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모든 책임을 한나라당에게 떠넘기기로 작정한 것 같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개혁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게 된 것이다.

오직 개혁만이 우리의 미래에 밝은 빛을 던져줄 수 있다. 개혁의 후퇴와 좌절은 곧 우리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딴나라당'이라는 강력한 반개혁세력 앞에서 '닫힌너희당'이라는 또 다른 반개혁세력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밝은 희망으로 시작한 17대 국회에 이미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국회를 아예 없애는 편이 좋을까? 분노의 연말이다.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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