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치과의사 인력수급 예측의 함정
상태바
[논설]치과의사 인력수급 예측의 함정
  • 신호성
  • 승인 2010.07.30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적 정서와 과학적 근거와의 거리

 

한국사회는 극저출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초고령 사회 도래로 인한 노인부양비 부담 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 등으로 초래될 서비스 산업의 구조 및 지형 변화는 보건의료계에도 괄목할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변화 발전하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의료가 잘 기능하려면 국민이 필요한 구강보건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구강보건 진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필요한 치과의료 인력을 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한 수급예측이 필요하다.

이는 치과의료서비스 전달체계 뿐 아니라 1차 의료와 2차 의료,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치의학과 의료기술의 발전, 치과의료 자원의 지역적 배분, 의료소비자의 권리 등과도 연관된 문제이다.

 

쉽지 않은 적정치과의사수 산출문제, 해법은?

인력수급 추계에는 크게 두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하나는 전통적인 인력수급 추정방식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와 사회경제적 위치가 비슷한 국가와 비교하는 것이다.

인력수급의 과불급에 대한 주장 역시 추계방법의 차이에 기인한다. 치과의사수가 인구 천명당 0.39명으로 OECD 국가 평균(0.62명)의 62%에 불과하다(한겨례, 2010-2-24)는 것이나 치과의사 인력이 2010년 이미 303명 과잉 공급돼 있는 상황이며, 2015년에는 2,229명, 2020년에는 3,575명, 2025년에는 4,364명 초과 공급될 것이다(본보 2010-7-12)라는 주장은 양 주장의 대표적인 의견이다.

외국의 사례에 근거한 필요치과의사수 산정의 허구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 될 수 있어 무시하는 경향이 치과계에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치과의사수가 적어치과의료 이용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여기는 국민적 정서에 그 바탕이 있다.

의료인력의 과잉공급이 의료서비스의 질과 수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없어 근거가 부족하지만 의료서비스는 기술적 진보와 별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정시간 환자와 대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의료인력의 과잉공급이 서비스 질의 악화로 나타날 가능성을 내포한다. 

적정 치과의사의 수는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나? 쉽게 생각될 수 있는 방법은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는 지점에서의 활동치과의사수일 것이다.

문제는 공급추계와 수요추계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데 있다.

치과의사면허자 중 현재 치과의업에 종사하는 치과의사를 의미하는 활동치과의사(공급 치과의사 수)를 추정하기 위해서 취업률, 은퇴연령, 치과의사시험 합격자율, 해외이주 등의 추정값이 필요한데 어느 하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필요(수요)치과의사수를 추정하는데 있어서도 장래 치과의사 1인당 평균 진료시간, 장래 치과의료 이용량, 비진료부문 비율 등의 자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치과의료는 일반 제품생산과 달라 환자의 상태, 치과의사의 숙련정도 여하에 따라 치과의사는 1일당 진료환자수를 일정정도 조절할 수 있는 여력(buffer)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치과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연구는 공급과잉을 일관되게 예견하고 있다.
 

정교한 인력 수급 위해 활동치과의료 인력 파악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과잉공급의 연구근거를 바탕으로 치과대학 정원감축을 본격적으로 거론할 태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결과가 미칠 파장은 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감축 그 자체가 정치권의 관심을 끌지 못할 사안일 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인력감축을 추진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과계의 주도적인 인력감축 노력은 치과계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황논리에 덮일 공산이 커 새로운 치과대학 신설 움직임에 대한 반대논리의 근거로서만 그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오히려 치과위생사의 과잉공급 추계는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증원이 이루어져 온 치과위생사 수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교육계의 이해관계가 어우러진 결과였으나 이번 연구결과로 그 근거가 약화되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가 지역적 병원규모별 불균형한 분포를 보이는 치과위생사 분포나 업무충실도, 활동기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총량적인 측면에서만 이루어졌다는 면에서 앞으로 개선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인력수급관리는 장기간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며 현재의 정책효과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 장래 인력추계는 경제성장과 질병 및 인구구조의 변화 등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과 새로운 의료정책의 도입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인력 수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활동치과의료 인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면허와 자격관리체계의 개선 및 의료인력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료인력 수급관리는 보건복지부 및 교육인적자원부가 관리하고 있어 관련부처간의 상호협조와 조정도 필요하다. 공급과잉이 지역 간 불균형 분포에 의한 부분적 공급부족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급부족이 나타나는 지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인력수급의 분석방법도 보다 발전되어야 한다.  

신호성(본지 논설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