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몇 년째 쓰고 있던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기존 핸드폰이 많이 낡기도 했지만 스마트폰 얘기가 여기저기 많이 나오는 지라 아이폰을 하나 샀다.

단지 핸드폰이 낡아서 새것으로 바꾼 것인데 요즘 요것에 빠져서 정신이 없다. 구입한지 한 달이 채 안 되는데 아직도 신기한 게 많아서 환자 없을 때 시간 때우기가 그만이다. 너무 몰두했던지 뒷목에 목 디스크가 생길지경이고 보면 요 조그만 한 것이 대단히 매력 있는 구석이 있다.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응용할게 꽤 많아져서 나는 요즘 기공의뢰서 쓸 때 아이폰으로 쓴다. 물론 기공의뢰서도 보내지만 환자 치아 삭제 전 모습과 치아배열 상태를 이메일 첨부 사진으로 기공소 기사님 스마트폰으로 직접 보낸다. 스마트폰에서는 사진을 충분히 확대해서 볼 수도 있으니 기사님도 기공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긴 맨 날 치아석고 모형만 보고 기공하다 스마트폰으로 환자 치아를 칼라로 직접 보고 기공하니 얼마나 실감나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 기공물이 아주 잘 맞는다. 기공소 기사님과 앞으로 기공의뢰서는 스마트폰으로 보내기로 약조까지 했다. 기사님도 죽어있는 석고모형만 보다가 환자 구강사진 직접보고 작업하니 현실감과 사명감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게 ‘증강현실’일 게다.

 
증강현실은 실재현실과 가상현실이 합쳐진 개념인데,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의해 증강된 현실은 더욱더 실재의 모습에 가깝다고 한다. 증강현실용 게임은 실재현실을 배경 삼아 리얼리티가 뛰어난 가상현실을 보여 주는 반면, 가상현실 구현 프로그램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더 실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스마트폰의 증강현실 기능은 참으로 놀랍다.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마트폰은 나만 다루는 게 아니라서 환자들은 더 똑똑해진 스마트 환자들이 돼서 치과에 온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시장조사 다 한 다음에 나에게 오기에 치과의사인 나도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요즘은 보철 환자들 경우, 시술 전에 미리 구강사진을 몇 장 찍어둔다. 보철물이 장착되고 나서도 한 장 찍고, 가운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500만 화소 아이폰으로 시술 전 후를 비교해서 보여주면 상당히 만족해한다. 환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보여주곤 하는데 개선된 자신의 구강 상태에 만족한다. 이런 사진들은 별도의 아이폰 사진폴더에 저장해 둔다. 그런 적은 없지만 환자가 사진을 원하면 이메일 사진첨부로 보내줄 수도 있다.

치과상식과 치료과정 사진, 영상, 구강교육도 아이폰으로 설명한다. 환자와 의사가 머리 맞대고 아이폰 화면을 쳐다보는 것도 상당히 정겨운 일이다. 아이폰 화면이 조금 작다면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환자 교육용 프로그램을 여기저기 짜깁기해서 집어넣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건치에서 환자교육용 앱(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무료로 배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요즘 스마트폰과 관련해서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치과내의 모든 장부와 서류양식, 차트마저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 집어넣을 순 없을까.

웹2.0, 모바일혁명, 소셜 네트워크 혁명이라 불리는 증강현실과 집단지성의 시대에 치과의사의 전문주의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해 본다. IT버블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웹2.0의 시대정신은 급진적 포옹, 선물하기, 탈상품화, 급진적 자립, 공동체 의식, 시민의식, 급진적 자기표현, 흔적 남기지 않기, 참여 그리고 즉시성이라는 열 가지 원칙에 기초 한다고 한다.

우리의 전문주의는 환자들의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에 열려있는가. 최근 무료통화 앱 바이버(Viber)와 무료 문자서비스 앱 카카오 톡(Cacao Talk)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 free는 Free다.

서대선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