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통큰치킨 논란' 남긴 찝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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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통큰치킨 논란' 남긴 찝찝함
  • 정세환 논설위원
  • 승인 2010.12.16 11:0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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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정세환 논설위원

 

롯데마트가 5천원에 팔았던 통큰치킨에 대한 논란은 16일에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일 년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호기를 부렸던 대기업이 상생을 이유로 판매시작 일주일 만에 꼬리를 내린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결말이 동네에서 조그마하게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의 설자리마저 뺏는다는 악화된 여론 때문이었다고 믿기에는 무언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이번과 중첩되는 사안인 이마트 피자,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의한 재래시장 파괴 등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렇다.

오히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의 트위터를 통한 비판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의 압박과의 연관성을 찾는 일부의 평가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번 논란이 권력의 입김으로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현 정부의 국정하반기 기조라고 내세우는 상생과 공정사회를 위해 작동했다고는 믿기 힘들다. 이번 논란의 결말이 논쟁의 중심에 놓여있던 폭리로 인식된 치킨 값과 자영업자의 영세함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유도하지 못하고,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의 기득권 보장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돌리며 종료하기에 찝찝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그콘서트의 왕비호가 외치듯이, 지금이 ‘누가 (논란의) 끝이래?’라고 치고 나와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치킨 업계에 종사하는 10만 자영업자와 하루 평균 60만 마리의 치킨을 소비하는 서민들의 진정한 상생을 위한 마음을 모아서 말이다.

좋은 상품을 값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마음과 보다 높은 마진을 남겨 이득을 보려는 자영업자들,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에 개입하여 이득을 챙기려는 자본의 문제는 결코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치과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일부 프랜차이즈 치과에서 300만원을 호가하던 임플란트를 10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공급하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 대표적이다.

기존 개원가에서는 100만원이란 가격이 제 살 깎아 먹기이고, 치과계를 공멸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프랜차이즈 치과를 공격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이들 프랜차이즈 치과들은 점차 몸집을 불려가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기존의 치과계를 불신의 눈으로 대하고 있다.

통큰치킨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듯이, 권력의 입김이 프랜차이즈 치과의 저수가에 철퇴를 내리고 기존 개원가의 기득권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소비자와 정부 모두 치과를 영세자영업이 아니고 돈 잘 버는 개인사업으로 인식하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공상일 뿐이다. 오히려 자유경쟁과 규제완화를 주된 경제철학으로 내세웠던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보다 촉진시키려 할 수조차 있다.

수수방관하다가, 상당수 치과가 영세자영업으로 추락한 이후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늦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합의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윤리적 진료규범을 분명히 하고, 자율적 규제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소비자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할 때 쉽지는 않겠지만, ‘(적정한 가격의)착한 소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기대해볼 수 있다. 통큰치킨의 이번 논란이 남긴 찝찝함이 치과계의 관련문제를 다시금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정세환(본지 논설위원, 강릉원주대 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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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화 2010-12-28 18:39:13
우리가 덤핑치과라는 표현을 쓰고, 주류 치과의사회에서 반대하는데,
이번 통큰치킨 논란 후, 치킨업계 가격담합 의혹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한다고 했죠..
덤핑치과의 이면에,,우리 치과계의 가격 담합의 소지는 없을까요?
여러 치과의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안나영 2010-12-20 15:39:37
가격만이중요한게 아닙니다. 품질도 생각하셔야죠. 원가에서 저정도나오기에는 품질에대한 우려가큽니다.

최란 2010-12-17 11:25:31
치과에서도 이런일이?
치킨으로 인해 많은걸 알게되는 오늘입니다..

전민용 2010-12-17 11:09:35
과 윤리강령, 선언 같은 것들은 치협에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실천 프로그램이 중요하지요. 건치부터라도 회원 사업으로 시작해 보는 게 어떨지.

임종철 2010-12-17 09:20:43
소비자, 일반시민들의 생각은 우리들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임상에서 정도를 걸으면서 국민과 소통할 방법에 대한, 고민의 시작을 열어주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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