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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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 신순희
  • 승인 2011.03.31 10:1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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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신순희 논설위원-그 치열한 자기 본질의 추구에 박수를 보내며

 

환자는 늘 아프다. 아니, 아프니까 환자인가.
오늘도 나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본다.

나는 의사다. 환자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을 한다. 이 아픈 거, 이 땜에 맘까지 아픈 거, 다 안 아프게 해주고 싶다.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 이 일은 내 생계를 보장해주고 자존심도 유지해준다. 그래, 직업이란 그런 거지.
아픔을 덜어주고 밥을 먹는다. 그래서 늘,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내가 최선을 다 했는가, 돌아보게 된다.

치과의사 7명이 모여서 환자 평가단 500명을 진료한 후 순위를 매기고 꼴찌는 면허를 박탈(?)하는 서바이벌 보수교육이 있다면 어떨까.

말도 안 되고 황당하긴 하지만, 벼랑 끝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본질에 최선을 다하게 하는 장치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내 일에, 내게 밥을 주는 사람에게,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최선을 다했는가, 묻고 있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준엄한 질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물음을 던지고 싶은 대상이 어디 가수들뿐일까 마는 역시 대중문화란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던지며 화제의 중심에 먼저 선다.

선거의 계절, 4월이다.
4.27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자신이 몸담았던 MBC의 PD수첩은 흠결 많은 프로그램이라는 멘트로 보수를 향한 전향서 겸 충성서약을 날린 엄기영 전 사장에게도, 신정아씨에게 한방 먹은 정운찬 전 총리가 주춤하는 사이 그렇게도 안 나간다던 분당을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대표에게도, 정치의 존재근거이자 당신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인 ‘국민’에게 그게 최선이었냐고, 정말 확실하냐고 묻고 싶다.

4월에는 치과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도 있다.
매년 만만치 않은 금액의 회비를 걷어서 100억 단위의 예산을 집행하고 치과의사들의 정치적 발언을 대행하는 치협의 회장 선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국 2만여 치과의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2만 명이 넘는 회원들의 여론과는 무관하게 201명의 대의원들에게만 그 선택권이 주어져 있는 간접선거이기에 회원들에게는 오로지 관심만이 허락될 뿐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도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이지만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 속 이루어지는데 우리의 치협 선거는 아쉽게도 회원의 관심만을 허락할 뿐 참여는 불가능하다.

이는 오랫동안 변화를 허용하지 않은 대의원 제도의 구조적 정체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겠다. 모름지기 대의원 제도란 회원들의 대의가 반영되어야하는데 연령별, 지역별, 성별 등의 비율과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현재 치협의 대의원 구조는 지역별 대의만을 겨우 반영할 뿐, 연령별 성별 대의가 제대로 반영된다고 보기 힘들다. 201명의 대의원 중 여성이 몇 명이며, 젊은 치의는 몇 명이나 되는가. 이러한 대의원 구성으로 진정 대한민국 모든 치과의사들의 뜻을 대의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의원 제도의 본질은 회원들의 대의에 있다. 지금, 본질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과 추구가 필요하다.
‘나는 대의원이다.’ 혹은 ‘이것이 대한민국 치의들의 대의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다양한 모든 회원을 포괄하려는 진정성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변화 없이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대의원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협회장 선거든 안건 통과든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대의원제도 개선안 중 하나인 여성대의원 5%비례제도 안건이 얼마 전 강원도 지부 회의를 통과해서 이달 말 열릴 본회의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통과된다고 해도 여성치의 30% 시대에 여성 대의원 5% 증설이 무엇을 얼마나 이루어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위안삼아 그 변화의 시작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번 대의원 제도 개선안의 통과 여부는, 지금껏 단 한차례의 변화도 허용하지 않았던 철옹성 같은 치협의 대의원 제도가 민의를 반영한 변화의 첫 걸음을 뗄 수 있는지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의결권을 가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지금의 대의원제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가수인생 20년 만에 술과 담배를 끊고 연습에 매진했다던 국민가수 김건모의 떨리던 마이크만큼은 우리도 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바이벌이 아니라서 그런가요?

신순희(본지 논설위원, 인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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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완 2011-04-02 04:40:31
잘 읽었습니다. 모든 것은 변하는 상황에 맞도록 개선과 변화가 되어야 하나 오직 예석을 고집한다면 정체되고 종국에는 처지거나 추락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시대의 사상이나 제도가 발전되어 가기때문에, 항상 다시 한번 우리의 현실을 개관적으로 평가하고 시대의 상황과 요구에 맞도록 우리도 바뀌어져야 합니다.

김기현 2011-04-01 18:38:21
논설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전민용 2011-04-01 11:33:37
진료의 질 평가는 이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데 어려움이 있지요! 그리고 강기자! 제목을 대의원이다라고 뽑으면 읽는 사람들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요? 잘 읽었어요.

강민홍 기자 2011-03-31 16:53:19
제목을 '나는 대의원이다'라고 뽑았으면 더 좋았을 듯 보입니다.

김용진 2011-03-31 11:54:18
서바이벌 보수교육.... 생각만해도 떨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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