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의·약계 ‘진흙탕 설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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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의·약계 ‘진흙탕 설전’ 여전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1.05.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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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의약분업 10년 평가토론회서 양 단체 비약성 발언 난무…'약국 외 제조 허용VS처방전 리필제' 대립

 

어느덧 10년차를 넘긴 의약분업제도가 양대 주체자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의 설전 앞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건보재정 악화의 ‘골칫덩이’로 전략했다.

국회 이재선 보건복지위원장, 대한병원협회, 약사회는 지난 4일 국회 도서관 지하 강당에서 올해 11주년을 맞이하는 의약분업제도를 재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4일 의약분업제도의 평가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이재선 위원장은 “오늘 토론회가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한 발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오늘만큼은 각 집단의 이해관계나 자존심을 접어두고, 국민 보건건강 향상을 위한 의약분업 발전방향을 찾아보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양보와 타협이 절실했던 이날 토론회는 서로의 비난 공방전으로 번져 양측의 갈등만을 고조시킨 채 뾰족한 개선책을 찾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협 측은 “처방전 리필제는 약사의 처방권 넘보기 수단이며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함은 물론 끼워팔기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약을 보관하고 판매해야 할 약사가 직접 진단을 내려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라며 비약했다.

이에 약사회 측도 “의사들이 약에 집착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의료기관의 의약품 조제는 과다처방이나 리베이트 등 엄연한 범죄행위로 이어진다”며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제도의 정책적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의협과 약사회는 “약국 외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고, 유사의료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와 “처방전 리필제와 의약품 성분명 의무화를 시행함은 물론 분업 예외지역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각각의 엇갈린 주장으로 끝내 결론을 얻지 못했다.

항생제 처방률 감소 '의약분업 덕 아냐?'

▲ 김양균 교수
‘의약분업제도의 성과평가와 방향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의약분업 전후 상황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총 의료비의 상승률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의약분업제도가 실시된 1999~2001년 사이 약국 의료비는 3,200억원에서 4조 6천억원, 의료기관은 11조 2천억원에서 13조 2천억원으로 상승해 의료비 총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을 비롯한 일부 단체에서는 제도 시행 후 처방건당 의약품목 수가 감소하고, 항생제 처방률이 하락하는 등의 성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김양균 교수는 “의약분업 시행 지역에서의 전체상병 항생제 처방률은 -10.33%, 예외지역은 -16.11%로 별 차이가 없다”면서 “항생제 처방률이 하락한 것은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소비자의 자발적인 감소 욕구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 처방건당 의약품목수의 감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 조윤미 본부장
제도 시행의 직접 당사자인 의‧약사의 소극적인 제도 순응도 역시 질타를 면치 못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보건의료계는 개인의 실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국민을 위하는 전문가다운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 “제도 시행에 있어 상호 모두 만족할 결론은 어려운 만큼 합의점이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본부장은 “비용절감, 안전성 추구를 위해 이미 10년 전에 합의를 마쳤음에도 양측 당사자의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로 국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면서 “의약분업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책 순응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을 위해 해당 전문가 단체들은 당연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면서 “제도 시행의 문제점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당사자 스스로가 각성해야 할 일”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핵심적 제도 개선책, 어떻게?

의약분업제도 개선책에 대해서도 각 단체마다 입장차를 나타냈다.

▲ 윤용선 위원
의협 의약분업 재평가 TFT 윤용선 위원은 “무엇보다 약제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약분업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15%에 그친 상황에서 더는 조제는 약사가 해야 한다는 근거 하에 시행될 필요가 없다. 의료비 절감을 위한 공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병원약사회 손기호 전 부회장은 “원내제조 비율이 30% 가까이 증가돼 제도 시행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서 “의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선정된 예외사항을 완전히 없애고, 전체 원외 제조를 철저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는 “환자들의 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원내 조제실을 전면 폐쇄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약제비 절감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 원내 제조실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약사회는 원내 제조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약제비 절감 방안으로 ‘처방전 리필제’를 들고 나왔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약제비 절감을 위한 조제료의 재평가 및 개선책에 대해서는 의협은 물론 소비자연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한병원협회 등 토론회 참여 단체 대다수가 한 목소리를 냈다.

김양균 교수는 “조제행위급여비와 약품비 모두 매년 평균물가상승률에 10%이상 상회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건보재정의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편의성 제고와 알권리 확보를 전제로 약제비 절감을 지향하는 개선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협 이송 정책위원장도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에서 약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8.8%로 OECD 평균 17.8%에 한참 웃돈다”면서 약제비 수가 제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과제로는 ▲우수약국 관리기준 인증(GPP)제도의 도입 ▲의약품사용평가(DUR 처방전안전검색시스템) 제도의 도입 ▲약제비 적정수가의 재검토 등이 논의됐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의약품 관리료 산정기준을 현행 조제일수에서 방문당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는 등 약제비 절감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시행 10여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양측의 감정대립이 심각한 가운데, 수많은 과제를 떠안은 의약분업제도가 나아갈 향후 행방에 보건의료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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