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권하는 사회에서 건강 지키는 법
상태바
육식 권하는 사회에서 건강 지키는 법
  • 강민홍 기자
  • 승인 2011.05.18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식 실천 의사들 모임 '베지닥터' 유영재 상임대표가 말하는 ‘채식이 좋은 4가지 이유’

 

채식을 실천하는 치과의사·의사·한의사들의 모임 ‘베지닥터’(www.vegedoctor.com) 유영재 상임대표(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를 처음 만난 건 벌써 10년 전 일이다. 건치신문에 막 입사했던 2001년이었으니.

당시 유 대표는 굶어 죽어가는 북녘 어린이들을 도와야 한다며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만들고 치과의사들의 북녘동포 돕기 동참에 열정을 쏟고 있었고, 그를 인터뷰 하기 위해 서울의 동쪽 끝 천호동에 있는 모람들치과를 찾아갔었다.

기자들이 가진 못된 근성 중 하나가 ‘얻어먹기’랄까? 점심 때 찾아가면 맛있는 점심을 사주고, 저녁에 찾아가면 좋은 안주에 술을 사준다는 사고가 뇌리 깊숙이 박혀 있다.

그날도 당연히 인터뷰를 마치고 ‘어떤 맛있는 점심을 사줄까’를 기대하며 따라간 식당은 다름아닌 조촐한 분식집. 요즘엔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XX천국’ 같은 분식집에서 당시 유영재 원장 왈 “아줌마 내가 매일 먹는 거 있죠? 그거 주세요.” 그리고 나선 나더러 먹고 싶은 것 알아서 시키란다.

어디 볼까? 김밥 1천원, 라면 1천5백원……. 고기와 튀김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난 주저않고 4천원짜리 돈까스를 시켰다. 마음 깊숙이 기자의 속물근성으로 투덜거리며.

술과 고기를 권하는 사회

물론 이런저런 행사에서 만나긴 했지만, 또 다시 유영재 교수와 독대해서 점심을 먹기는 10년 만이다. 그런데 이번엔 골목길 조그마한 분식집과는 품격이 다른 고급 훼밀리 퓨전 뷔페 집이랄까?

어린이대공원 후문 맞은편 ‘러빙헛’. 돈까스도 있고, 탕수육도 있고, 불고기도 있고, 짬뽕·짜장면도 있다. 각종 고기 요리가 먹음직스럽다. 그리고 참 맛있다. 몇몇 테이블에선 시원한 맥주도 들이키며, 맛과 여유를 만끽한다.

그런데 그 모든 음식이 100% 야채와 콩, 곡물로 만들어진 육류나 유제품, 생선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들이다. 물론 맥주도 무알코올.

“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름 내걸고, 건강사회를 위해 모였다면서 술·담배를 그렇게 많이 하죠? 건강 사회를 만들려면 수신제가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1992년 건치 2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건치 창립을 이끌었던 그는 17년전 지나친 음주와 육류 섭취,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으로 지방간, 고지혈증 등 질병에 시달렸다. 그리고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채식’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단다.

“젊었을 때 지방간, 고지혈증 등이 있었는데, 채식을 시작한지 2개월 반만에 ‘매우 건강’ 판정을 받았다”는 그는 “당시 의사가 너무 건강하니, 지금 그대로만 유지하면 된다고 해서 17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건강을 몸으로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채식을 실천하기란 만만치 않다. 서두에 언급했지만, 10년 전만 해도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란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건 현재도 마찬가지다.

온갖 인스턴트 식품이 난무하는데, 하물며 라면에도 스프가루에 소고기가 들어가고, 과자나 아이스크림에도 유제품인 우유가 들어가니, 채식하려다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베지닥터 유영재 상임대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10년 전부터 웰빙문화가 불기 시작하면서, 각종 회사 제품도 많아졌고, 이젠 전국 어디서나 채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의지지요.”

유 대표가 말하는 채식이 좋은 첫 번째 이유는 ‘건강’ 이다. 중년의 나이에 고협압 등으로 쓰러지면, 자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 건강해야 하고, 건강을 챙기는 첫 번째 지름길이 바로 ‘채식’이라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는 또 한가지 커다란 적이 있다.

“술을 끊으면 인간관계가 끊어져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술, 육식을 권하는 사회니까. 저도 그랬죠. 그런데 최근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질병으로 고생하면서 다시 저한테 연락을 하더군요.”(웃음)

예방 보다 치료기술 발전만 중시하는 사회

유영재 대표는 최근 베지닥터 활동 연장선상에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강릉 치대 구강병리학교실 이석근 교수를 만났는데,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 4명 중 1명이던 암 사망률이 최근에는 3명 중 1명으로 늘었다. 2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단다.

유 대표도 최근 처제와 숙부를 암으로 잃었다. 또 주위에 암으로 투병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며 시름이 점점 깊어진다. 이렇듯 암 발병률 및 사망률이 점차 늘어나는 핵심적 이유가 바로 육류 소비량 증가 때문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6~70년대 보리고개가 상식이던 못살던 시절엔 어디 고기 먹기가 쉬웠던가? 그러나 80년대 이후 육류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암 발생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육류 소비율과 암 발생율의 증가 그래프와 유사한 또 하나의 통계가 있는데, 바로 성범죄 증가율이라 한다. 육류를 섭취하면 그만큼 공격적 성향으로 변하고, 성 욕구를 주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암, 심장마비, 뇌졸중, 고혈압 등은 모두 생활습관병”이라며 “전에는 성인병으로 불리던 것들이 어린이에게도 나타나니 지금은 성인병이란 말 자체를 안쓴다”고 말했다. 즉, 이러한 생활습관병은 모두 잘못된 식생활에 기인한 폐단이러는 것.

유 대표가 제시한 채식과 암 및 각종 생활습관병 예방의 상관관계를 담은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자.

사례 하나.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 박사는 고혈압 환자가 내원하면 복용하던 약을 버리고 고기와 계란, 우유, 생선을 일체 먹지 않겠다는 선서를 시킨다. 환자는 4주간의 채식 프로그램을 마친 뒤 건강을 되찾아 퇴원한다.

사례 둘. 암 사망률, 의료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 도대체 왜 그런지 맥거번 상원의원이 조사에 나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원인은 육류 등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 습관 때문이었다는 유명한 맥거번 보고서.

사례 셋. 유영재 대표와 함께 채식을 하는 아내 최 여사는 디스크가 있어 생약치료를 받았다. 그 생약치료는 최소 3개월은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최 여사는 1달만에 효과를 보았다. 채식주의자는 회복도 빠르다.

사례 넷. 식도암 진단을 받아 3개월밖에 못산다는 김모씨. 암에 좋다는 이것저것 찾아 먹다가 채식을 시작하게 됐는데 병세가 금방 호전됐고, 6개월 만에 퇴원하고 1년 후부터는 직장도 다시 다녔다. 2년여 후 단백질 보충 좀 하겠다며, 고기와 생선을 다시 조금씩 먹기 시작한 그는 일주일만에 사망했다.

물론, ‘채식 만능주의’를 100% 신뢰할 수 있을지는 여러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채식이 건강에 좋고, 병의 호전을 돕는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어 보인다.

유 대표는 “치료보다 앞서는 건 예방이에요. 그런데 소위 빅5병원들은 암병동을 늘리는데 혈안이 돼 있어요. 왜냐? 암 치료비가 어마어마하니까.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나 의료산업, 기술 등은 암을 예방하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아니다. 치료쪽으로만 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여기서 유 교수가 말하는 채식이 좋은 두 번째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적자 등 급격한 의료비(사회적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들도 스트레스는 있다

작년 말부터 전국을 휩쓴 구제역 파동. 우리는 TV 뉴스에서 수 십 마리의 돼지를 산 채로 생매장하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총 맞고 큰 고통없이 죽는 게 낫지…. 생매장을 당하는 기분이나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인간은 육류 섭취를 위해 이러한 끔찍한 살인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지 않은가?

유 대표는 “채식이 좋은 세 번째 이유는 ‘생명존중’ 정신을 확산시켜, 사람과 동물들이 상생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라며 “사육당하는 동물들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 할텐데, 그 스트레스가 먹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푸에트리코 프로리다산 닭고기 사건이다. 프로리다에서는 집단 닭사육을 하며, 여성호르몬을 촉진해 알을 잘 낳게 하려고 닭들에게 에스트로젠을 투여했는데, 이 닭들을 섭취한 2천여 명에 달하는 푸에트리코 6~8살 여아들이 유방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즉, 닭들에게 투여한 에스트로젠이 그대로 푸에트리코 여아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채식이 좋은 네 번째 이유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유 대표는 “지구온난화는 배기가스로 분출되는 CO2라기 보다는 목축업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가증 큰 원인”이라며 “지구의 열을 가장 빠르게 식히려면 육류 소비를 멈춰야 한다. 채식만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생활을 가져다 준다”고 피력했다.

베지닥터!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2010년 8월 6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베지닥터는 오는 21일 창립총회를 3일 앞둔 현재 회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처음에는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신상진 의원이 창립총회 장소를 국회 헌정기념관으로 빌려주고,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이 축사를 해주러 온다고 하니 판이 커져 버렸네요. 벌써부터 이리저리 압력도 들어오고….”

그러나 유 대표의 말처럼 그냥 뜻 맞는 채식주의자 몇몇이 모여 조용히 모임이나 하기엔, 예방중심 의료학문 체계 등 베지닥터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듯하다.

유 대표는 베지닥터가 앞으로 진행할 다양한 사업으로 ▲채식이 좋은 이유 대국민 홍보 및 교육 ▲실천운동을 위한 영향학적 이론제공 ▲임상연구 ▲가이드라인 마련 ▲학술조사 및 연구, 학술대회 ▲국내외단체와의 교류 및 협력 ▲각종 간행물 저술 등을 뽑았다.

“G20 국가들은 전 국민의 10%가 채식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100만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아직 전체 인구의 2%도 안된다”는 유 대표는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요. 이제는 그만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육식 반만 줄여도 병이 다 떨어져 나가요”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현재 베지닥터 회원 중 치과의사들은 15명이다. 채식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며 보다 많은 치과의사 및 의료인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