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많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예전에 “꽃다지” 라는 제목의 노동가요가 있었다. 노래를 들으면서도 꽃다지가 하나의 들풀 이름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저 잡초들이 우거져 있는 풀무데기를 말하는 줄로만 알았다.
한 참의 세월이 흐른 후,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도감을 구입해 책장을 넘기다가 꽃다지라는 이름의 풀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로소 나의 무지를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야생화를 다루는 홈에서 검색을 통해 여러 모습의 꽃다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야생화에 입문하는 단계에는 사진으로 담아온 개체의 이름을 찿기가 쉽지 않다. 도감을 넘기면서 찿아도 구별이 모호해 결국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 당시 사진으로 본 모습을 실물과 연결시키기에는 나의 지식이 너무나 부족했다. 사진으로 많이 보던 것을 들과 산에서 마주칠 때 이놈이 바로 그놈이구나, 하고 인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야생화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 실물을 처음 보아도 바로 알아 볼 수 있게 된다.꽃다지를 사진 상으로 처음 접한 그때가 불행히도 여름이었으니, 꽃다지는 봄에 꽃이 피는 풀이라 실물을 만나려면 다음해 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 사이 나는 야생화에 거의 미치다시피 빠져들고 있었으니, 이듬해 봄이 되었을 때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면 처음 보는 식물이라도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것은 이름을 알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3월초, 아직은 쌀쌀한 날씨로 풀들의 새순이 돋아나기에는 이른 어느날 드디어 꽃다지를 처음으로 만났다. 너무나 작은, 그래서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로 앙증맞은 노란색 꽃이 피어 있었다. 예전에는 밟으며 지나쳤을 그야말로 언덕길의 조그만 잡초였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이 땅에 자생하는 풀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아무도 찿아주지 않는, 그래서 이 땅의 민초들과 닮은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꽃다지의 꽃말을 찿아보니 무관심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적절한 비유라 느끼면서도 씁쓸하다.
식물의 과명을 붙일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 과에 속하는 식물의 특징으로 과명을 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십자화과는 이에 해당된다. 십자화과는 꽃이 4장으로 十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어 십자화과라는 과명이 지어졌다. 냉이종류가 이에 속한다.
다른 방법은 그 과에 속하는 대표 종으로 과명을 정하는 것으로 꿀풀과가 이에 해당한다.
꽃다지는 들이나 밭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키는 약 20cm 정도까지 자란다. 풀 전체에 짧은 털이 빽빽이 나고, 줄기는 곧게 서며 흔히 가지를 친다. 뿌리에 달린 잎은 뭉쳐나서 방석처럼 퍼지는데, 생김새는 주걱 모양의 긴 타원형이다. 줄기에 달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3∼6월에 노란색 꽃이 줄기 끝에 모여서 핀다. 어린 순과 뿌리를 캐서 나물이나 국거리로 먹는다. 갈색 씨를 씹으면 매운맛이 난다. 한방에서는 풀 전체와 종자를 이뇨제 등으로 쓴다. 북반구 온대에서 난대에 분포한다.
이채택(울산 이채택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