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용의 북카페 -44]노무현과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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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의 북카페 -44]노무현과 안철수
  • 전민용
  • 승인 2011.09.19 10: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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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2000년대 편 1권-노무현시대의 명암.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안철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밥 달라고 우는 아이는 봤어도 아이들 밥 안주겠다고 우는 어른은 처음 봤다.”는 절묘한 농담의 주인공이 된 오세훈. 오세훈의 몽니는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안철수라는 램프의 요정을 불러냈다. 요정 안철수는 서울시장 선거 구도를 근저에서 흔들어 놓고 박원순을 유력 후보로 만들더니, 박근혜 대세론마저 무너뜨린 후 슬그머니 다시 램프로 들어갔다. 이름이 철수하지 않는다(^^)는 안철수이니 일단 철수했지만 언제든 상황이 되면 다시 등장하여 이번처럼 시대적 소원을 들어 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반복되고 증폭되고 있는 시대적 위기와 맞물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여망이 담긴 현상이다. 안철수 현상을 보며 혜성 같이 갑자기 등장했던 노무현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개인의 성격도, 정치적 성향도, 기반이 되는 조직도, 정치적 역정도 전혀 다르지만 둘 다 남한 사회의 인물중심주의 문화가 증폭되어 나타난 극명한 사례들이기도 하다. 

▲ 한국 현대사 산책 2000년대 편 1권-노무현시대의 명암.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강준만은 ‘한국 현대사 산책- 2000년대 편 1권’에서 2000년대는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노무현 시대’라고 말한다. 노무현의 집권은 2003년부터 5년이지만 그 전에는 희망과 가능성으로 그 후에는 반추와 유산으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노무현시대를 평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과도한 인물중심주의라고 한다. 이런 경계심은 어느 시대에도 필요하지만 지도자의 퍼스낼러티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노무현시대에는 더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강한 인물중심주의 문화에는 4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1. 고난과 시련의 역사로 인한 ‘영웅대망론’이다. 개화기 조선부터 지금까지 희망이 없는 상황마다 영웅이 모든 걸 돌파해주길 기대하는 심리가 반복되어 왔다.
2. 이념 같은 추상적인 것 보다 사람에 더 잘 빠지는 체질과 한번 마음 주면 잘 돌아서지 않는 정(情)문화이다. 자기 감정을 투자한 것에 대한 집착과 오기도 강하다. ‘의리문화’도 이런 문화의 하나이다.
3.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모든 걸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하는 ‘빨리빨리 문화’다. 제도와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건 느리지만 지도자의 지시는 매우 빠르다.
4. 조직과 집단의 기득권 구조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저항이다. 지도자는 그런 기득권 구조의 일원일망정 민심을 따를 경우 기득권 구조를 해체할 수도 있는 강력한 권력과 더불어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한국인들의 생각이다.

인물중심주의는 지도자 추종주의로 이어진다. 지도자 추종주의는 한국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유능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만나면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도자에 의존하는 심리도 강해진다. 그래서 지도자를 필요 이상으로 극찬하거나 정반대로 매도하는 양극단의 성향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지도자 추종주의는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만연해 있다.

인물중심주의는 노무현 시대가 인터넷 대중화 시대였다는 점에서 더 역동적으로 나타났고 혼돈성 역시 더 크게 나타났다고 한다. 역동성의 다른 얼굴은 불안정성이다. 노무현시대의 교훈은 한국 사회와 정치를 평가할 때 ‘한국 여론 형성 구조의 특성’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10가지의 특성이다.

1. 미디어의 1극 중앙집권 구조로 인한 쏠림현상이다. 서울이라는 지리적 집중성과 미디어 종사자들의 동질성이 높아 쏠림을 강화한다.
2. 강한 외부 지향성과 타인 지향성으로 인해 편승이 심하다. 남 따라 지지하는 현상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개인의 신념 구조나 사실을 기반으로 형성된 여론이 아니므로 여론의 불안정성과 휘발성이 크다.
3. 반감의 정치로 인한 반사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강해 정치적 대상에 대한 네거티브 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 여론의 불안정성을 낳는 주요 이유이다.
4. 정당정치의 기반이 부실해 일관성이 약하다. 정치 불신 때문에 기존 정당보다 늘 신진세력을 선호하는 여론이 정당정치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역설을 낳고 있다.
5. 인물 중심주의 문화가 강해 지속성이 약하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반감으로 새로운 인물을 대안으로 모색하는 성향이 농후하다. 좋은 점도 있지만 여론의 불안정성과 휘발성은 피할 길이 없다.
6. 지역주의적 고려가 이슈-정책 파워를 약화시킨다.
7. 드라마, 이벤트에 약한 감성 체질이다. 드라마, 이벤트의 바탕에는 어떤 시대정신이 깔려 있을 수도 있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여론 형성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분명하다.
8. 여론 선도자의 기능이 강해 조작에 취약하다. 인터넷시대에 더 증폭되고 있다.
9. 바람에 약하고 바람을 사랑한다. 기득권 구조를 일시에 허물거나 경고를 주는 등 그동안 한국정치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나타난 예도 많았다.
10. 정치인들은 여론을 무서워하는 동시에 여론을 깔본다. 언제든 바람에 쉽게 뒤집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한탕주의 경향과 진지한 성찰을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다.       
 

강준만은 아웃사이더의 열정이 2000년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고 본다. 노무현은 그런 아웃사이더의 화신이자 지존이었다. 똑똑하고 정의롭고 뚝심과 열정을 지닌 아웃사이더로서 열정의 상징이자 구현체가 됨으로써 한국 여론 형성의 역동성(불안정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의 열정은 노무현과 그 세력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은 한국인의 숨은 얼굴이었고, 노무현시대는 그 얼굴의 희로애락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난 시대였다.

강준만이 보기에 한국의 근현대사는 파란만장 그 자체이고 한국은 아웃사이더 국가이고 넓은 의미에서 한국인은 모두 아웃사이더다. 노무현은 한국인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농축한 인물이고 그 피의 축복을 받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정권 역시 영남과 호남의 정치권 아웃사이더의 연합이었고, 권력 핵심부도 절치부심해온 아웃사이더들이 포진했다.

아웃사이더 기질은 진보성과 상통하지만 그 기질이 곧 진보성은 아니다. 이게 한국의 진보 정치 세력을 헷갈리게 해 자주 오판하게 만드는 최대 이유다. 아웃사이더 기질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피해의식이라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다. 과장된 피해의식도 자기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권력을 쥔 다음에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늘 모든 걸 다 걸고 도박을 하는 올인의 상례화도 있다. 아웃사이더가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선 늘 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치킨 게임이 버릇이 된다.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아웃사이더 유권자들은 노무현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 낮은 곳에 있었을 때 아름답던 그 기질이 높은 곳에 오르면 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권 이후 내리막을 걷던 노무현의 1차 부활이 대통령 탄핵으로, 또 계속 내리막을 걷다가 퇴임 후 검찰 수사로 전락했던 노무현의 2차 부활이 투신자살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리 안의 노무현’이 총궐기했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떠올리지 않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강준만은 말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 산책, 노무현시대의 명암- 2000년대 편 1권’에는 위에서 요약한 머리말에 더해 2000년과 2001년의 주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무지개 연합을 공식 출범한 홍사덕이 곧장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으로 변신한 사건, 총선시민연대의 16대 총선 낙천낙선 운동과 논쟁,  386정치인들에 대한 논란, 6.15 선언 이후의 남남 갈등, 언론의 지역 감정 부추기기 경쟁, 경제 위기 논쟁, 서경석과 이석연의 시민운동 비판, 부정부패와 인맥과 학벌 사회 논쟁, 영어 열풍과 영어 공용화론 논쟁 등.

2001년으로 넘어가면 1월의 노무현의 대권 선언과 논란, 북한 정책을 둘러싼 부시행정부와의 한미 갈등, 언론 개혁 논쟁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공방, 9.11 테러 사건, 이문열 책 반환 행사 사건 논란, 교육 개혁과 이해찬 세대 논란, 중국 발 한류 열풍, 성형 수술 붐, 룸살롱과 접대부 공화국 문제 등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는 주요 현상과 사건들이 망라되어 있다.  2000년대 전체를 총 5권으로 내놓았다. 
  
노무현 지지자들의 글을 보면 상당수가 그의 이념이나 정견보다는 순수성, 도전 정신, 눈 앞의 이익에 초연한 태도, 서민적 모습 등에 더 애착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안철수의 높은 지지도의 배경에도 그의 이념이나 정견보다 과거와 현재의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인다. 대통령 후보로서 미래비전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말한 바가 없는데도 박근혜 대세론을 깨는 지지도를 보인다는 것은 우리 사회 여론의 역동성과 불안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2013년 이후 만들어야할 미래 사회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해 나가는 과정이 결합될 때 한국사회 특유의 인물중심주의와 여론의 역동성이 역사를 크게 바꾸는 긍정적 힘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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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1-11-21 10: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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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 2011-11-20 23:53:12
정말 병신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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