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굴복 '선택의원제' 무늬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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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굴복 '선택의원제' 무늬만 남아
  • 박은아 기자
  • 승인 2011.10.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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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단체, 의료기관기능재정립이라는 목표 포기한 선택의원제 시행계획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보건복지부가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제18차 회의에 상정한 '선택의원제 시행계획'에 대해 가입자단체들이 "의료기관기능재정립이라는 애초 목표를 포기한 계획"이라며 원점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달 말 열린 건정심에서 빠르면 내년 1월부터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본인이 선택한 의원을 이용하면 진찰료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선택의원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시 동 계획안에 대해 의협과 가입자 간 의견차이가 크게 갈라져 복지부는 시행계획을 보완해 다시 보고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롭게 수정한 시행계획이 본래 취지와 달리 의료계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하는 쪽으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나 가입자쪽에서 불만이 터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건정심에서 발표된 계획안에는 환자가 동네 의원을 선택해 공단에 신청하게 돼 있었는데 당시 이는 절차상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이번 계획안에는 공단 신청을 없애고 의사가 환자동의를 거쳐 재진이상 환자에 대해 자격을 인정하게 했으며 복수의원에서 자격인정이 가능하도록 변경돼 있다.

또한 기존계획안에서는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는 병원이 환자관리표를 제출해야 보상 받을 수 있었지만 병원측이 비용과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후 이 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개 의원을 이용하는 현실을 고려해 복수 의원에서 자격인정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더욱이 국민 이해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제도 명칭도 ‘선택의원제’에서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로 변경한다고 명시돼 있어 선택의원제라 부를 수도 없게 돼 있다.

가입자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선택의원제를 통해 국민들이 지속적인 질환관리와 건강 개선을 해나가가고 동네의원들은 1차 의료기관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대한 국민의 열망과 요구를 무시했다"며 "결국 의료계의 압력에 굴복해 아무 실효성도 없고 재정만 낭비하게 될 변질된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를 채택했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 11개 만성질환에 대해 만성질환관리료가 추가로 지급되고 있다. 가입자 단체들은 그동안 수차례 선택의원제가 특정질환(고혈압과 당뇨)에 대해서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복지부에 지적하면서도 향후 동 제도가 확대될 것을 기대해 부분적으로는 찬성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건정심에 상정된 시행계획은 그나마 '무늬'라도 있었던 선택의원제 대신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로 바뀌었으며 의협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의원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고, 신청도 의사가 자격을 인정할 수 있게 규정하는 등 의협을 위한 선택위원제로 둔갑했다는 것이 가입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의료계가 의원의 '선택'과 '등록' 모두를 거부하고 최소한의 환자 관리방안도 거부하며 지금의 만성질환 관리료와 아무런 차별 없는 방안으로 이를 무력화시켜 왔음에도 복지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질 관리에 대한 아무런 담보와 보장 없이 사후적으로 인센티브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그저 의료계에 퍼주기만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더욱이 정부가 선택의원제 도입을 제시한 이유는 "대형병원 환자들의 쏠림현상을 막겠다며 환자 약제비 본인부담은 인상하고 대형병원의 과잉공급과 무분별한 환자유인에 대한 책임과 제한은 미룬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기에 이번 시행계획에 대한 가입자단체들의 실망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단체들은 "의료기관기능재정립방안에 있어 복지부가 국민들의 건강과 보건의료정책의 발전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해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선택의원제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통한 지속적 질환관리를 통해 국민에게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 동네병원들이 제 기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어야지 의료계에 퍼주기만을 위한 것은 결코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들은 "이번 건정심에서 안건 상정한 선택의원제 시행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의료기관기능재정립을 통한 일차의료활성화의 구체적 추진 방안에 대해 장기적인 시행 계획을 다시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위해 의료계의 목소리만 경청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와 시민사회가 포함된 논의틀을 구성하고 정례화시켜 진정 의료기관기능재정립과 국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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