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회파 코미디의 대표격인 ‘풀 몬티’를 보고 46세에 영화감독이 된 장 프랑소아 풀리오는 영화 ‘대단한 유혹’에 이상적 공동체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잉여인간임을 벗어나기 위한 공동체의 협동심으로 노동의 기회를 되찾는 과정은 ‘풀 몬티’, ‘브래스드 오프’, ‘잉글리쉬맨’의 훈훈함과 흡사하다. 인물들이 평면적이고 주민간의 갈등이 생략되었으나 씁쓸한 현실을 희화화하는 수준은 불쾌하지 않고, 이웃집 아저씨와 아줌마 같은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조화롭다.
솔직하게 사랑고백을 하기에는 너무 가진 것이 없어 고민하다가 자신을 부풀려 호감을 사려던 주민 120명의 열렬한 구애가 결실을 이루려는 결정적인 순간. 제르맹은 자문한다. 크리스토프가 사실을 알게 된다면, 120명의 주민이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순박하고 유머러스한 매스게임이 그들의 밥줄이 걸린 마지막 희망을 향한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그렇게 남게 된 크리스토프는 어떻게 되는 건지.
그가 느낄 배신감과 허탈함은. 크리켓을 좋아하는 자신을 위해 온 마을 주민들이 크리켓에 열광하는 연극을 꾸몄다는 것을 알게 된 크리스토프는 제르맹에게 묻는다. “크리켓을 배워보시겠어요?” 진실을 밝히고 그를 놓아줄 마음을 먹은 제르맹은 대답한다. “싫어”.
착한 거짓말이 영화처럼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면 다행이지만, 세상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거짓말 자체를 견뎌 내는 것도 수월치 않거니와, 진실을 마주하는 것도 때론 두렵다. 다른 사람의 진실을 두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 어떤 광고에서처럼 모두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하거나, 모두 아니라고 할 때 예라고 할 수 있는 자신도 없고, 행복을 일련의 목록으로 조건화하는 세태를 경멸하면서도 내심 그 목록으로 초조함과 안도감을 왔다갔다하는 내게, 행복에 관한 작은 우화는 용기를 준다.강재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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