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이견해소가 열쇠…'낙관'은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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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이견해소가 열쇠…'낙관'은 쉽지 않아
  • 편집국
  • 승인 200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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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교섭안 처리 연기>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전화위복 계기로"

사회적 교섭안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어온 민주노총이 임시대의원대회를 한 달 가량 연기함에 따라 이 기간 동안 견해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의원대회 연기를 결정한 5차 중앙집행위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수의 지역본부장들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한 내부이견 해소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이것이 총연맹 집행부의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이와 관련해 "쟁점은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쟁을 위력적으로 펼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대화를 통한 이견해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회적 교섭에 찬성한다고 밝힌 벽산건설노조 김동우 위원장은 "집행부가 너무 숫자의 힘에만 의존해 문제를 풀 게 아니라 소수의 단위노조와 중앙집행위원 개개인의 의사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면서 사회에 책임성 논란을 부른 만큼 방법을 찾아내려면 대의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 더 확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의원대회 연기는 이와 함께 '사회적 교섭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요구해온 반대론의 주장도 일부 수용된 결과여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한 달 정도 논의를 늦춘다고 해서 쟁점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찬반론 양쪽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이를 반영한 듯 낙관적 전망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해결방법은 사회적 교섭안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다. 연기된 기간 동안 대의원조직을 동원해 사회적 교섭 찬성여론을 퍼뜨리려는 집행부의 계획은 반대론자들에게 설득이 될 수 없다"는 시설노조 이동우 교선부장의 주장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민주노총의 최근 상황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도 다양하다.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대흥정공노조 권순화 위원장은 "매번 싸울 수만은 없으니 교섭을 하긴 해야겠지만 불법파견 등의 현실을 볼 때 사회적 교섭 내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반대론을 폈다.

반면 농협유통노조 이철이 사무국장은 "반대파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말고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폐기는 대안이 될 수 없고, 폐기한다면 대안으로 내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내놓아야 한다. 투쟁만 하겠다는 것은 발목잡기를 위한 반대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대병원 임미경 정책부장은 "가족들하고 TV를 보면서 낯이 뜨거웠다"며 "조합원들에게도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국민들은 오죽했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바스프노조 백윤석 사무국장은 "이번 대의원대회 과정은 소모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민주노총 자료나 정보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단위노조로서 대의원대회 준비 못지 않게 분야별로 각각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문제해결 방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림에도 현장은 대체로 최근 사태가 '수습불능'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벽산건설노조 김 위원장은 "진짜 위기라는 것은 체제나 사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때 표현하는 것이다. 변화의 과도기에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지만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 보는 게 맞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파스프노조 백 사무국장도 "이런 과정을 통해 집단 스스로가 민주적으로 커나간다고 본다. 말하자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상철(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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